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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실의 단골손님 - 심리학 전성시대에도 답을 얻지 못한 당신에게
박신혜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5년 4월
평점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심리학 전성시대'라니,
이 표현을 처음 접하고 격하게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언젠가부터 TV에 내담자의 심리적 문제를 진단하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상담 프로그램이 넘쳐나고 있다. 나도 처음에는 관심있게 일일이 챙겨서 볼만큼 관심있었지만, 언제나 그랬듯 너무나 많은 선택지 속에서, 그리고 비슷한 솔루션들 속에서 나는 여전히 불안했다.
여기에 이것에 문제점을 제시한 책이 있다.
작가는 이런 시대에 정작 우리의 마음상태는 어떠한가? 우리는 심리학을 알기 전보다 행복해졌는가? 묻는다.
심리학에 대한 파편화된 정보에 의지해 잘못된 자가진단을 내리고 이에 자신을 끼워 맞추는 사람들을 수없이 만나며 이 책을 펴냈다고 한다.
책은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에서는 우리 사회에 심리학의 인기와 유형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살펴보고, 2부에너는 애착, 트라우마, 자존감이라는 상담의 단골 개념의 촘촘하게 설명하고, 3부에너는 심리학과 상담, 뇌과학의 지식들을 엮어냈다.
1부를 읽으며, 수많은 심리학책, 정확히 말하자면 심리학이 해시태그로 붙어져 있는 책을 읽으면서 명확한 진단과 솔루션을 내릴 수 있다고 자부했던 것이 실제로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번째는 심리학이 심리학의 책임이 아닌 것을 떠맡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사실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심리적 건강에 영향을 끼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가 그 모든 것을 개인의 심리적인 문제로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크게 간과했던 부분이었다. 두번째는 심리학이 일상에서도 자주 사용되다 보니 심리학적 개념들에 대한 오해와 선입견이 함께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것. 똑부러지는 전문가의 상담을 듣고 있다보면 그것을 바로 나에게 적용해 불안을 잠재울 수 있을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2부에서 이 모든 답답함을 속시원히 해결해주고 있다.
심리학 일타강사의 설명을 듣는 느낌이다. 자신이 완전 심리학 노베라고 생각하고 이 2장을 읽는다면 분명 얻어갈 것이 많을 것이다. 한 가지 일례로 문제가 생기면 과거를 묻는 것, 나는 그것이 늘 굉장히 불쾌했는데, '그래서 지금 어쩌라고?' 라는 생각이 늘 마음 한 켠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늘 등장하는 애착은 과연 무엇이길래, 이토록 마음을 불편하게 해왔던 것일까 궁금했는데, 이 책에 그것이 설명되어 있었다. 애착은 곧 생존이었다. 이는 인간이 정신적인 여러 고통을 겪는 것, 우리가 누구인가에 대한 논의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다. 결국 타인에게 품는 신뢰의 정도에 대한 문제다. 애착을 가진 정도로만 세상 속에서 멀리 나갈 수 있다. 그렇기에 애착은 과거이자 현재이다.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애착은 무의식을 만들어내고, 그렇기 때문에 과거를 끊어내라는 말은 현재 그것을 멈추라는 것과 동일한 말이었던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3부에서는 이런 마음의 작용들을 뇌가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좋은 관계 안에서는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이유가 똑부러지게 설명되어 있다.
책을 읽으며, 자세를 고쳐 앉은 것이 수십번이었다. 실제 상담을 받은 것 같은 느낌보다는 실제 심리학 수업을 들은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궁금해하면서도 해답을 찾을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한 해답이 촘촘하게 쓰여 있었고, 파편처럼 흩어진 심리학 정보들 사이의 빈틈의 메꿔지는 느낌을 확실히 받을 수 있었다. 유쾌, 상쾌, 통괘한 상담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