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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했던 여름이 지나고
태재 지음 / 빌리버튼 / 2017년 11월
평점 :
모든 것이 별 것이 아니지만, 또 별 것이 되어버리는 순간이다.
내 앞에 놓은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고자 집어드는 것이 시집이었는제, 이번엔 시인 태재가 산문집을 냈다. 시인으로서의 그가 써내려간 다양한 감성들을 이 책에서도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글에 부여한 형식은 읽는 사람보다는 공부하는 사람들이 편의상 분류해서 정의해 놓은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행복한 것의 반대는 불행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봄직하다. 우리가 하루하루를 사는 것은 어쩌면 행복을 꿈꾸지만 그곳을 닮아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인지도 모른다. 저마다 다른 의미의 행복을 많이 느끼면서 사람을 제외하고는 그저 행복의 반대말이 불행이라면 우리의 삶은 더없이 부정적인 것들과 무의미한 것들로 가득찰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는 그의 평범한 일상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그가 다닌 거리, 잠깐 일했던 책방, 동네 미용실, 그리고 그의 책장을 바라보면서 그가 이야기하는 평범한 이야기들이 참 다양한 의미를 전해주고 있어서 읽는 재미가 있다. 평소에 아무 감정 없이 바라보던 익숙한 것들, 평범한 것들에 대해 새로운 시선을 가져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 어느 것 하나도 쉽게 만들어져 있는 것이 없기에 우리가 바라보는 시선에 머무는 모든 것들이 가치있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여름에 태어났고 여름을 가장 먼저 구성했다. 동시에 여름이 제일 어렵고, 빈곤했다고 말하고 있다. 각각의 책장을 넘기면 그 계절의 이야기들이 쏟아지고 책을 나름 나누는 곳에서는 예쁜 색지에 적힌 글을 만날 수 있다. 거침없이 써내려갔다고 한다. 서슴없이, 하지만 그 이야기들이 성의있게 다가온다. 모든 일상들이 다행인 것이 되어서 다가온다.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는 것도, 할 일이 있는 것도, 그리고 오늘 존재하는 것도 모든 것이 다행인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