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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동 랑데부 미술관
채기성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9월
평점 :
서점을 둘러보면 동이름 + 공간으로 이루어진 제목의 소설들이 꽤 눈에 띈다.
제목과 표지부터 따스함을 자아내는 이런 종류의 힐링 소설들은 접근성이 높고, 읽기도 편하다.
이 책도 그랬다.
서울기 종로구 부암동에는 조금 이상한 미술관이 있습니다.
기업의 사회 재단 사내 아내운서 불합격을 통보받은 호수는 6년간 계속되는 낙방 소식에 지친 상태였다.
재단 미술관 행정직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고 여기 부암동 랑데부 미술관을 찾게 된다.
다른 미술관과는 다르게 이 곳은 관람객들의 사연을 받아 사연자의 이야기로 단 하나의 작품만을 전시한다.
그 수효는 여러 점일 때도 있고, 전시의 형태는 다양했다.
부암동 랑데부 미술관은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허무는 장소였다.
우연히 지나가다 들어간 미술관에 사연을 적을 수 있고, 그 사연이 작품이 된다니,,, 정말 소설에서나 가능한 상상이 아닐까.
미술관이 지닌 소박하면서도 독특한 분위기는 사연 신청자가 관람객에게도 친근하면서도 특별한 예술 경험을 선사한다. 각 작품이 만들어진 배경, 그에 얽힌 관객의 사연, 그리고 작품이 완성되고 그에 대한 해당 관객의 관람평까지 모두가 다 하나의 작은 스토리로 소개되고, 그런 이야기들 속에서 미술관 식구들과 호수씨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어색하면서도 새로운 나날들, 호수는 그렇게 다른 사람들의 사연들이 선정되고 전시하는 것을 도우며 조금씩 변화되어가는 자신을 느끼게 된다.
미술관에 자신의 사연을 남겨놓는 사람은 어떤 사람들일까?
각각의 이야기들은 애써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내 속의 부정적인 감정을 하나둘씩 책 지면 위로 꺼내놓는다.
다른 사람에게는 괜찮아 보이려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자신에게는 그렇지 않지 않은가.
밖으로 잘 꺼내놓지 못하는 마음을 글로 써서 남긴 신청자들의 글, 그리고 그 마음에 공감이, 눈길이 간다.
젊었을 적 자신의 얼굴을 다시 보고 싶은 춘호, 춤으로 인해 안면마비가 온 아빠의 웃는 모습을 보고 싶은 해주, 장사하느라 하루도 쉬지 않는 엄마에게 쉼을 선물하고 싶은 정배,,,
랑데부는 우주의 하나뿐인 존재들끼리 서로 마주치고 또 소통한다는 의미로 지어졌다.
나도 그런 소통을 해봐야 할텐데 라는 생각이 들지만,,,글쎄 아직은 그 방법을 찾지 못했다.
자주 방문할 수 있는 나만의 랑데부 미술관이라도 찾아나서야 하는 걸까. 그런 곳이 있기는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