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실로 무엇을 뜰까? - 조금씩 남은 자투리 실로 뜨는 귀여운 코바늘 손뜨개
부티크사 지음, 김수정 옮김 / 윌스타일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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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상하게 따뜻한 계절이 되면 코바늘이 생각나고, 날씨가 쌀쌀해지면 대바늘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요. 뜨개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아마 한 번쯤 비슷한 마음을 느껴보셨을 것 같습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손이 가는 뜨개 방식도 자연스럽게 달라지는 것이 참 재미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이번에 읽게 된 『남은 실로 무엇을 뜰까』라는 책은 그런 마음이 들 때 펼쳐보기 좋은 뜨개 책이었습니다. 뜨개를 하다 보면 스웨터나 목도리, 블랭킷 같은 작품을 완성하고 나서 어딘가 애매하게 남은 실들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버리기에는 아깝고 그렇다고 큰 작품을 만들기에는 부족한 양이라 서랍 속에 하나둘 모아 두게 되는데, 이 책은 바로 그런 자투리 실들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담고 있습니다.

이 책에는 코바늘로 만들 수 있는 소품 작품이 총 34가지 소개되어 있습니다. 작품의 종류도 꽤 다양해서 부엌에서 사용할 수 있는 냄비받침이나 컵받침 같은 생활 소품부터, 집 안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어 줄 인테리어 소품, 그리고 부담 없이 쉽게 뜰 수 있는 작은 소품들까지 여러 가지가 담겨 있습니다. 책은 전체적으로 7개의 파트로 나뉘어 있어서 원하는 종류의 작품을 찾아보기에도 편하게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점은 대부분의 작품들이 많은 실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어떤 작품들은 10g, 20g 정도의 아주 작은 양의 실로도 완성할 수 있어서 집에 모아두었던 자투리 실들을 꺼내어 활용하기에 정말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색도 굵기도 서로 다른 실들이 오히려 더 재미있는 배색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정해진 색 조합을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는 내가 가지고 있는 실을 조합해 나만의 색감을 만들어 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한 가지 좋았던 점은 각 작품마다 뜨는 방법이 비교적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뜨개 기호와 함께 설명이 나와 있어서 초보자분들도 천천히 따라 하면 충분히 완성해 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조금 익숙하지 않을 수 있지만 몇 번 따라 하다 보면 금방 손에 익어서 작은 작품 하나쯤은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처럼 큰 작품을 오래 붙잡고 있기보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뜨개를 하고 싶을 때 이런 책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몇 시간 정도만 집중하면 하나의 소품을 완성할 수 있기 때문에 완성의 즐거움도 금방 느낄 수 있고, 완성된 작품을 바로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작은 컵받침 하나라도 직접 만든 것이라 그런지 사용할 때마다 괜히 더 애정이 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컵받침이나 블랭킷, 그리고 쿠션 같은 작품들을 좋아하는 편이라 책 속에 소개된 작품들을 하나씩 천천히 떠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자투리 실을 활용한 배색 작품들은 같은 도안을 사용해도 색 조합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이 나기 때문에 만드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 같습니다.

『남은 실로 무엇을 뜰까』는 자투리 실을 버리지 않고 새로운 작품으로 다시 태어나게 해 주는 작은 아이디어가 가득한 책이었습니다. 서랍 속에 잠자고 있던 실들을 꺼내어 다시 손에 쥐게 만드는, 뜨개의 즐거움을 다시 떠올리게 해 주는 책이라고 느꼈습니다.

앞으로 시간이 날 때마다 책에 소개된 작품들을 하나씩 천천히 떠보며 작은 소품들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알찬 내용 덕분에 하나씩 완성해 보는 재미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앞으로의 뜨개 시간이 조금 더 즐거워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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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그림들 - 세계사를 바꾼 결정적 순간
이원율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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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와 제목이 눈에 들어와서 읽게 된 책이 있습니다. 바로 **위험한 그림들**입니다. 제목이 조금 낯설어서 “그림이 왜 위험하다는 걸까?” 하는 궁금한 마음으로 책을 펼쳐 보았습니다.

저는 미술에 대해 잘 아는 편도 아니고 역사도 깊이 아는 편은 아니지만, 그림 속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은 좋아하는 편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은 명화를 설명하는 미술책이라기보다 그림 속에 담긴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입니다. 선사시대 크로마뇽인이 남긴 동굴벽화 이야기부터 시작해 제2차 세계대전의 수용소 이야기까지, 역사의 큰 전환점이 되었던 장면들이 그림과 함께 소개됩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그림을 설명하는 책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읽다 보니 그림 뒤에 담긴 역사 이야기가 생각보다 흥미로웠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역사도 그림을 통해 다시 보니 조금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책 속에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등장합니다. 로마 대화재 이야기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네로 황제가 불을 냈다고 알고 있지만 다른 시선에서 바라보는 이야기도 소개됩니다. 이런 내용을 읽으면서 역사라는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왕위 계승 문제 속에서 짧은 시간 동안 여왕이 되었던 제인 그레이의 이야기도 인상 깊었습니다. 역사 속에서는 짧게 지나갈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그림과 함께 보니 그 시대의 분위기와 사람들의 상황이 조금 더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스페인 제국이 점점 힘을 잃어 가던 시기에 **돈키호테**가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게 된 이유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단순히 문학 작품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는데 그 시대의 분위기와도 이어져 있다는 점이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또 임진왜란과 관련된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조선에 참전했던 용병들의 이야기와 그들이 왜 조선까지 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역사적인 배경을 읽으면서 “아 이런 이야기도 있었구나” 하고 새롭게 알게 된 부분도 있었습니다.

책에서는 마녀사냥이나 노예제처럼 어두운 역사 이야기도 함께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 이야기들을 읽다 보니 사람들의 두려움이나 욕심 같은 인간의 모습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그림 속에 담긴 이야기였습니다. 그림 속 인물들의 표정이나 몸짓, 그리고 배경을 보면서 그 시대의 분위기를 조금은 상상해 볼 수 있었습니다. 글로만 읽는 역사보다 그림이 함께 있으니 조금 더 생생하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책에는 여러 장의 그림과 함께 다양한 역사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한 장 한 장 읽다 보면 새로운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 들어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습니다. 또 그림 뒤에는 그 그림을 그린 화가 소개와 참고 문헌도 간단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그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미술이나 역사에 대해 깊이 아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그림과 함께 역사 이야기를 읽는다는 점이 생각보다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다음에 미술관에 가서 그림을 보게 된다면 예전과는 조금 다른 마음으로 바라보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순히 그림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그림 속에 담긴 이야기를 한 번쯤 떠올려 보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림과 역사 이야기를 함께 가볍게 읽어 보고 싶은 분들에게 한 번 읽어 보셔도 좋을 것 같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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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숲 - 세상을 바꾼 인문학 33선
송용구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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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은 늘 제게 조금 어렵게 다가왔습니다.
괜히 깊은 생각을 해야 할 것 같고, 배경지식이 많아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관심은 있었지만 쉽게 펼쳐보지 못했던 분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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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인문학의 숲>은 달랐습니다.
이 책은 동서양의 고전 33권을 짧게 요약해 핵심을 들려주고, 어떤 관점으로 읽어야 할지를 안내해 줍니다. 길고 복잡한 설명 대신 중요한 부분을 차분히 짚어 주어서 저 같은 사람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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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철학과 사상, 사회와 역사, 소설과 드라마, 그리고 시까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논어>와 <맹자>같은 동양 고전부터, 블레즈 파스칼의 <팡세>,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처럼 서양의 사상서도 함께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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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 속에서는 박지원의 <열하일기>가 등장하고, 미래 사회를 예견한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도 소개됩니다. 한 권 안에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함께 바라보는 느낌이 들어 신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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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작품도 인상 깊었습니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헤르만 헤세의 <데미안>,그리고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까지 이어지며 인간과 사회에 대해 묻습니다. 단순한 줄거리 설명이 아니라, 그 작품이 어떤 시대적 배경에서 나왔는지를 함께 이야기해 주어서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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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회를 보면 마음이 복잡해질 때가 많습니다.
무엇이든 극과 극으로 갈라지고, 서로의 말을 끝까지 듣기보다는 자기 생각을 먼저 내세우는 모습이 더 많아 보입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저 역시 흔들릴 때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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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생각하는 힘’이었습니다.
고전 속 인물들은 혼란의 시대 속에서도 인간다운 가치를 붙들고 고민했습니다. 무엇이 옳은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인간을 이롭게 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끊임없이 묻고 또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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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에서 말하는 측은지심, 헤르만헤세의 <데미안>에서 말하는 자아의 성장,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속 윤동주의 부끄러움에 대한 성찰까지 모두가 결국 인간다움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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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정답을 주기보다는 생각할 시간을 줍니다.
그리고 요즘같이 혼란스러운 시기에는 그런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조금 더 깊이 생각하고, 조금 더 넓게 바라보는 연습을 하게 해 주는 책이었습니다.
​
전문가처럼 깊이 이해했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인문학이 더 이상 멀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고전 한 권쯤은 직접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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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과 극으로만 갈라진 사회 속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음과 사고를 다질 수 있었던 시간.
고전 속 철학과 문학을 통해 인간다움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본 시간.
​
저에게는 어렵지 않게 다가온, 하지만 가볍지 않았던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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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나를 위한 시간
박젬마 지음 / 작가의집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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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가 이미 갱년기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인정하게 되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몸이 예전 같지 않았고, 이유 없이 지치고,
괜히 마음이 가라앉는 날들이 잦아졌지만
그것을 정확한 말로 표현하지 못한 채
그저 나 스스로를 다독이며 지내고 있었다.
​
『괜찮아, 나를 위한 시간』이라는 제목은
그런 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왔다.
괜찮다는 말,그리고 나를 위한 시간이라는 말이 요즘의 나에게 꼭 필요한 문장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큰 기대 없이,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책을 펼치게 되었다.
​
나 또한 갱년기를 겪고 있는 시기이고,
책 속 작가가 말하는 생각들과 이미 비슷한 마음을 품고 있었던 터라 이 책은 처음부터 낯설지 않았다. 오히려 작가의 문장 하나하나가 내 속마음을 대신 말해주는 것처럼 느껴져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자연스럽게 느려졌다.
​
갱년기는 누구나 겪는 과정이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막상 그 시기를 지나고 있는 당사자가 되면 몸과 마음의 변화에 대해 누구와도 쉽게 이야기하지 못하게 된다.
​
괜히 유난스럽게 보일까, 괜히 약해 보일까 하는 마음에 혼자서만 끌어안고 견디게 되는 시간들이 늘어난다.
​
이 책은 그런 마음을 정확히 짚어낸다.
갱년기를 극복해야 할 대상이나 참아내야 할 고비로만 그리지 않고, 지금의 나를 다시 바라보는 하나의 과정으로 설명한다. 그래서 읽는 내내 설명받는 느낌보다는 누군가 옆에서 조용히 이야기를 들어주는 기분이 들었다.
​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숨기지 않는다.
몸의 변화, 감정의 흔들림, 이전과는 달라진 자신을 받아들이기까지의 혼란을 담담한 언어로 풀어낸다. 그 솔직함 덕분에
독자인 나도 마음의 경계를 조금씩 풀 수 있었다.
​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이제는 나를 조금 앞자리에 두어도 된다는 메시지였다. 그동안 가족을 챙기고,
주어진 역할을 해내느라 나 자신은 늘 뒤로 미뤄두는 것이 익숙해져 있었음을 이 책을 통해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
갱년기를 겪으면서 몸과 마음의 변화에 대해 누구와도 대화하지 못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어 위로를 받았던 것 같다. 책을 덮고 나니 내가 너무 나 자신에게만 엄격했던 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하게 되었다.
​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갑자기 모든 증상이 사라지거나 마음이 단번에 가벼워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나를 부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 이 시기를 지나고 있는 나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마음을
조금은 가질 수 있게 되었다.
​
『괜찮아, 나를 위한 시간』은정답을 알려주는 책은 아니다. 대신 지금의 나에게괜찮다고 말해주는 책이다. 조금 느려도,조금 흔들려도 그 자체로 괜찮다고 말해준다.
​
갱년기라는 단어 앞에서 괜히 마음이 움츠러들었던 분들, 몸과 마음의 변화를 혼자서만 견디고 있는 분들이라면 이 책을 천천히 읽어보아도 좋겠다.
​
책을 읽는 그 시간만큼은
정말로 나를 위한 시간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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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대의 책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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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집어 들었을 때
솔직히 말하면 무슨 내용일지 잘 감이 오지 않았어요.

제목부터가 조금 낯설었거든요.
‘나는 그대의 책이다’라니, 보통은 내가 책을 읽는 건데 책이 나에게 말을 거는 느낌이 들어서 조금 궁금해졌어요.

책을 펼치고 몇 장을 넘기다 보니
이 책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 아니라는 걸 금방 알게 됐어요. 등장인물도 없고,
사건이 벌어지지도 않아요.

대신 책이 계속 나에게 말을 걸어요. 천천히 하라고, 편하게 읽으라고, 굳이 이해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요.

그래서 저도 괜히 집중하려고 하지 않고
그냥 편한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어요.

이 책은 공기, 흙, 불, 물 이렇게 네 가지 세계를 지나가게 합니다.그걸 ‘여행’이라고 부르는데, 비행기를 타고 어딘가로 가는 여행은 아니에요.

짐을 챙길 필요도 없고, 계획을 세울 필요도 없어요. 그냥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이미 여행이 시작되어 있어요.

공기의 세계를 읽을 때는 괜히 마음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요즘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는데 잠깐 내려놓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흙의 세계로 넘어가면 조금 차분해집니다.
어디 멀리 가고 싶다기보다 그냥 지금 있는 자리에 잠시 머물러도 괜찮겠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불의 세계에서는 조금 불편한 마음이 올라오기도 했어요. 애써 외면했던 감정이나
괜히 마음속에 쌓아둔 생각들이 슬쩍 고개를 들더라고요.

그리고 물의 세계에 이르면 모든 게 흘러가도 괜찮겠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지금 이 상태 그대로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솔직히 말하면 각 세계가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 설명하라고 하면 저는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꼭 알아야 할 필요도 없는 책 같았습니다.

이 책은 무언가를 가르치려 하지 않아요.
“이렇게 살아야 한다”
“이게 정답이다”
이런 말은 한 번도 하지 않습니다.

대신 계속 묻습니다.
지금 어떤 기분인지, 어디쯤 와 있는지, 잠깐 쉬어도 괜찮지 않은지.

그래서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 자신을 생각하게 돼요. 요즘 내가 너무 바쁘게만 살고 있었나, 괜히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있었나,
그런 생각들이요.

저는 이 책을
한 번에 끝까지 읽지 않았어요.
몇 장 읽고 덮고, 커피 마시다 다시 펼쳐보고, 그렇게 천천히 읽게 되더라고요.

빨리 읽으려고 하면 이 책은 자꾸
“천천히 가도 괜찮아” 이렇게 말리는 느낌이었어요.

다 읽고 나서 대단한 깨달음을 얻은 건 아닙니다. 인생이 갑자기 달라진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어요.
머릿속이 말끔해졌다기보다는 잠깐 숨을 고른 느낌이 남았습니다.

이 책은 위로해 주는 책이라기보다 조용히 옆에 앉아 있는 책 같아요. 말은 많지 않지만 혼자 두지는 않는 책요.

그래서 언젠가 마음이 조금 복잡해질 때,
아무 생각 없이 다시 펼쳐보고 싶어질 것 같아요.

『나는 그대의 책이다』는 열심히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니라 천천히 넘기며 나 자신을 잠깐 바라보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읽었다기보다 조용히 나의 내부로 잠시 다녀온 느낌이 남은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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