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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위하여
신예희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지속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위하여'라는 말을 본 순간, 솔직히 뭔가 공짜로 그냥 저냥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무슨 묘책이 있는 것처럼 무임승차할 수 있는 무슨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반백수' 생활하면 어디서 지속적인 소득이 나오는 것도 아니어서 일상이 거지반 놀고 먹고사는 것이기때문에 여기에 '지속가능'이란 말이 붙으면 뭐, 내 기준으로는 그냥 거져먹고 사는 것쯤으로 보인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간 실업의 고통을 않고 사는 분들을 생각하면 그 고통을 승화시켜 줄 뭔가 해결책이 있다고도 해석이 될만하다.(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게 뭘까하는 호기심에서 이 책을 집어들었다. 거의 즉흥적인 것이였기때문에 깊이 생각할 시간은 전혀없다. 나만, 이런 오해를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지속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위하여(신예희지음)'는 내 얇팍한 기대를 첫장부터 여지없이 부숴버렸다.
'반백수'는 프리렌서라는 1인기업가를 지칭하는 말이다. 일이 있다가 없다가 하는 관계로 반백수라고 지칭을 한 것 같다. 프리렌서는 나름의 영역을 가진 전문적인 직업이지만 모든 것을 혼자 해내야 하는 직업이다. 그런데, 21세기 대한민국에서 프리렌서+비혼+여자라는 것을 상정한다고 하면 안봐도 비디오가 아닐까 싶다. 날아오는 수 많은 질문(아마도 거의 다 개인적인 질문)과 의도치는 않았겠지만 마음의 상처를 주고 사람을 불안하게 한다. 일거리를 받아서 마감시간을 맞추어 마음에 들던 안들던 결과물을 내놓고 좋던 싫던 평가도 받고, 우여곡절이 있는 그런 한 프리렌서 작가가 내면의 나와 치열한 대화를 기록한 것이 '지속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위하여'가 아닌가 생각한다.
훌륭한 독백, 그리고 방백이기도 하다. 솔직담백한 나의 20여년의 경험과 장기 여행을 통하여 차곡차곡 적어낸 자전적 에세이다. 저자가 말하는 지속가능함이란 그냥 저냥 버티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상태를 만들어낸 후 그것을 지속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가늘고 길게는 아니다. 그리고, 굵고 짧게는 더더욱 아니다. 그러니까, 대충 살아내는 그런 삶이 아닌 것은 왜 그런지 저자가 약간은 유머스럽게 그러나 진지함을 잃지 않은 에세이 곳곳에 그 흔적이 있다. 한 프리렌서의 '지속가능'을 짜임새있게 적어내려간다. 지속가능한 x (태도+휴식+재능+돈+자립+나)를 엵어낸 그의 에에세이를 읽노라면 이게 대충해서 지속가능한 것이 아니구나, 치열한 나와의 대화, 싸움, 사회의 편견, 친인척, 친구, 혼자 있을때의 나,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지속가능한 나의 모습을 찾아내고 그것을 다져가는 과정이다.
생활을 하기 위하여 돈을 벌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갑의 위치는 거의 볼 수 없고, 거의 다 을의 위치이면서도 나를 지키고 위로해줄 수 있는 그런 마음가짐(태도), 뭔가를 하려고 해도 정말 잘 안되는 때가 있는데, 이럴때는 양파썰기를 한다는 저자는 일을 하는 과정 중간중간에 자신에게 제공하는 일종의 휴식이다. 더 쏟아낼 것이 없는 상황에서는 온갖 잡다한 생각으로 가득찬 몸과 마음을 먼저 비워내는데 일종의 휴식으로서 양파썰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주된 일이외의 취미생활등은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아이디어까지 넘치게하는 휴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돈을 벌어야 생활이 가능하므로, 돈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감각이 필요하다. 나의 재능을 기부하는 그런 것은 내 사전에는 없다. 나의 일에 대하여 적절한 가격을 메기고 받아야 한다. 비혼에다가 부담될 것도 없으니 가족마져도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나의 돈, 재테크 그리고 나의 재능에 대한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가 '지속가능한 돈'에서 나온다. 많은 부분 공감이 가는데, 비자발적인 재능기부 부분에서는 거져먹으려는 못되먹은 쉽게 생각하는 그런 인물들을 상상하게 하고 참 염치없는 인간들이 있다는 사실에 읽어 내려가는 내 눈이 빨라진다. 아마도 프리렌서들이 이 글들을 읽어본다면 다름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대신 맘놓고 쏟아부어주는 그런 에세이들이 하나로 뭉쳐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한 가지를 가지고 평생을 먹고 사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소문난 자영업이나 동네 터줏대감처럼 고정 고객이 있는 자영업이 아니고서는 한 가지를 가지고 평생먹고 살기는 어렵다. 따라서, 적절하게 새로운 것을 섞어서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하고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지속가능성을 높여주는 것 같다. 너무 안으로만 갇혀있어서도 안되지만 그렇다고 너무 나대서도 안된다. 잘 못 나대다가 한 방에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이도 들게 되고, 집중력, 실력, 체력 모든 것이 달라지게 되있다. 연륜에서 나오는 것이겠지만 나 다움을 유지하면서 나의 장점을 십분활용하여 살아가되 도태되지 않으면서 살아갔으면 정말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