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찾아올 이를 그리워하는 밤의 달 ㅣ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미치오 슈스케 지음, 손지상 옮김 / 들녘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모두 전부 지금 우리가 여기 있는 이유가 되어줬다.
마음에 핀 꽃, 피리새, 덧없는 바람, 보름 전날의 달.
<찾아올 이를 그리워 하는 밤의 달>은 에필로그' 보름 전날의 달'까지
네가지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재미있는 것은 두번째 장으로 소개되어 있는 ‘피리새’가 먼저 게재되었다는
것인데, 이 순서를 바꾼 편집이 신의 한수라고 할 수 있다.
몰입감을 높히고, 뒷이야기를 너무나도 궁금하게 만들었다.
한가지 사건을 중심으로 다양한 등장 인물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찾아올 이를 그리워 하는 밤의 달>.
어쩌면 이 책 속에서 한편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발견할 수도 있고,
어쩌면 심오한 철학적인 내용을 발견할 수도 있다.
소설에서도 인용되어 있지만,
만일 이 작은 모래 한 알이 굴 껍질 속에 들어가지
않았더라면 두 생명이 목숨을 잃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그 뒤로 선행을 쌓았을지도 모르고,
악행을 거듭했을지도 모른다.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세세한지 누가 함부로 정할 수 있겠는가?
아서 도난 도일 경의 단편 <존 헉스포드의 상실> 중에서
어쩌면 이 인용구가 이 소설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27년전, ‘시모아게초’와 ‘가미아게초’ 사이의 위치한 ‘니시토리강’에서
기슭막이 공사를 하고 있던 나카마에 건설의 공사장에서 수산화칼슘이 유출이 되었고,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일이 벌어진다. 공사를 담당하고 있던 나카마에 건설에서는
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밤새 죽은 물고기를 수거하지만, 결국 주간지에
보도가 되고, 주민 항의 운동에 의해 공사는 나카마에 건설에서 노카타 건설로 넘어간다.
이 사건으로 인해 도산한 나카마에 건설과 경영 위기를 해결한
노카타 건설, 그리고 니시토리강에서 은어 불배잡이를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수산화칼슘이 유출되던 그날 밤의 비밀이 파헤쳐 진다.
모든 것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수산화칼슘 유출 사건.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래 전, 니시토리강에서 이 이야기는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이 소설을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생각할 수 도 있겠지만, 의외로 평온하게 읽을 수 있는
참 재밌는 소설이다. 수산화칼슘의 유출 사건으로 여러 사람들의 미래가 바뀌면서
다른 삶을 살게 된 것이 자신이 태어나게 된 이유라는 ‘아유미’의 생각은
어느 정도 공감이 간다. 그 사건이 없었더라면 다른 삶을 살았을 사람들,
이로 인해 만나지 못할 사람들이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고,
또 다른 사건의 시작이 되고. 사건의 시작점을 찾으려 했지만 결국 그 시작점은
그 이전의 사건의 결론이라는 것은 결과에는 분명 그 원인이 있다라는 평범하지만
불변의 진리를 들려주면서 은근히 철학적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어느새 켄야의 머릿속에는 한가지 의문이 떠올라 있었다.
우리들은 태어나기를 잘한 것일까? 자기나 아유미가 태어나지
않은 세계가 훨씬 행복한 사람이 많은 세상이 아니었을까?
의미없는 의문이라는 사실은 물론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입에 올리지 않고는 견디지 못했다.
-P434
소설의 사건들은 단순하지 않고,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그런데 작가는 이 사건들을 아주 편안하게, 그저 별일이 아닌것처럼
생각되게 만들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명 존재함에도
가해자를 나쁘게 그리지 않았고, 피해자도 완전한 피해자로만
만들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소설 자체가 평온하고, 아름답다.
에필로그로 인해 더 그렇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지만, 한편의 아름다운,
그러면서 밝은 미래를 지향하는 그런 소설을 읽은 느낌이다.
영정 사진을 찍고 전시하는 ‘마나베 카메라’는…. 음… 어디선가에도
등장한것 같기도 하다.
아뭏튼 짜임새 좋은, 각각의 스토리로도 충분히 재미 있지만, 전체가
하나의 주제에서 흐트러짐이 없는 그런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