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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
도노 하루카 지음, 김지영 옮김 / 시월이일 / 2020년 11월
평점 :
<파국>... 참 강렬한 제목이다.
한 드라마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파국에서 느껴지는 이미지는 모든것의 혼돈,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의 그것이다.
<파국>은 일본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임에도, 띠지에는
심사위원간 강렬한 찬반 논쟁, 독자 평점 5점 혹은 1점이라는
수상작의 선전이라고는 할 수 없는 완전히 극과 극의 문구가 씌여 있어
강렬한 호기심을 자아 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대학 4학년인 '요스케'는 공부 뿐만 아니라
럭비 동아리에서 코치로 후배들을 지도하며, 자신의 근육 트레이닝도
소홀히 하지 않는 근면 성실한 청년이다.
그러던 어느날 친구가 출연한 개그 공연장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아카리'라는 여성과 연인 관계로 발전하면서, 그의 평범했던 일생은
파국을 맞이 하게 된다.
음,... 우리가 초반에 상상했던 그런 파국은 아니지만......
우리는 먼저 '요스케'라는 남자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그는 흔히 말하는 요령을 피우지 않는 상당히 규범적인 남자이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조차도 누군가를 의식한 듯한 행동을 보이며
끊임없이 자신을 조율한다.
코치 생활을 하고 있는 동아리 후배들 에게도 상당히 열정적이다.
목표를 향해 쉴틈없이 채찍질을 하며 조금의 여유 조차도 허락하지 않는다.
이렇듯 꽉 막혀 보이면서도 성실한, 한마디로 바른생활 청년이라고 할 수 있다.
단, 한가지... 여자 문제를 제외하고.
'요스케'는 근육질 몸매에 어느정도 호감형 얼굴을 갖은 듯 하다.
많은 여자를 사귀었으며, 가는 여자 잡지 않고 오는 여자 막지 않는
스타일이다. 섹스에 대해서도, 집착하는것 같지는 않지만 상당히
즐겨하고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아카리'는 둘의 관계 속에서
섹스에 눈을 뜨고 상당히 칩착하게 된다.
결국 이로 인한 파국!
“나는 이 경기가 참 좋았어. 다들 몸을 던져서 지키잖아.
어차피 쫓아갈 수 없다고 포기하려는 녀석이 한명도 없어.
어른이 되면 말이야, 어떻게 하면 대충 할 수 있을까,
그런 것만 생각하게 되거든. 그래선지 눈부시더라고.”
-P18
평범한 일상이 나열되지만, 매 순간 순간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긴장감이 이 책의 몰입감을 높혀준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것이 이 책의 매력인 듯 하다.
<파국>의 결말은 꼭 이렇다 하는 결말은 아니다.
뭔가 엄청난 일로 끝맺음을 하려고 하다가 살짝 열어 놓은 느낌이라
오히려 안심하게 되는 그런 기분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느껴지는 '아카리'의 웃음.... 비웃음? 냉소??
(책에는 그녀가 웃고 있지 않다고 쓰여 있지만 왠지 분명 웃었을 것 같은.)
아뭏튼 자신의 인생에서 예상치 못했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지만
비로서 안심하는 '요스케'의 모습은 그동안 그 자신을 얽매였던
규범에서 벗어난 해방감을 표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파국>... 오래된 B급 영화 한편이 생각났다.
섹스에 집착하는 남자가 결국 종말을 맞이하는 그런...내용이였는데
제목도 남자 주인공 이름도 생각나지 않고 머릿속에서만 맴돈다.
<파국>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 어려운 책이다.
그렇지만 평온함, 애뜻함, 긴장감, 불안감, 당혹감, 비정함 등등
여러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묘한 책임에 틀림 없다.

이 책은 리뷰어스 클럽 서평단으로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