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싫다는 말을 못 할까 - 삶이 심플해지는 거절의 힘
김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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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성인이 되어서도 나는 남들이나 나 자신에게 던지는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마음 고생을 하곤 했다. 뒤늦게야 나는 진정한 의미의 성인이란 자신의 머리 어디쯤인가에 떠오르는 말풍선을 밖으로 끄집어내어 솔직하게 전달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 프롤로그 <나는 착한 사람이 아니라 거짓말쟁이였다> 중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늘 느낀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를 속이지 않고,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정직하게 바라보고 알게 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더랩에이치 대표인 김호는 한겨레신문 칼럼에서 늘 사진을 봐왔던 터라 익숙했는데,

이 책이 그 분의 책인 것을 책 날개 소개를 보고 나서야 알았다!

끄앙. <쿨하게 사과하라>의 그 저자분이잖아!

 

미국의 상담심리학자로부터 "남에게 무엇인가를 주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 뚜렷"하니 "앞으로 마음 속의 진실을 남에게 잘 주는 쪽으로 노력해보자"는 말을 들었다는 저자처럼, 나도 그런 성격이기에 나도 앞으로 내 마음을 잘 전달하는 쪽으로 노력하고 싶어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거절이 두려운 까닭은 나의 거절이 상대방의 어떤 반응을 불러올지 미리 예측하는 데에서 시작된다. 나를 싫어하면 어쩌지, 관계가 멀어지면 어쩌지, 나는 누구에게도 미움받고 싶지 않은데 등등.

그런 거절을 '세련된 거절'로 상대방과 나 모두를 위한 결정으로 바라보자고 저자는 말한다.

세련된 거절이란 '상대방 편에서 바라보면서 (상대방의 의견과 반대일 수 있는) 내 뜻을 전달하는 기술'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브릿징bridging 테크닉'이란 기술인데, 내가 평소에 못하는 표현 기술이 바로 이것이었다. (캬! 머리를 탁 쳤다. 이건 외워야 해)

 

1단계. 상대방의 입장에 대한 이해( 꼭 반드시 동의한다는 뜻은 아니다) 혹은 공감을 나타낸다.

2단계. 자신의 입장( 때로는 상대방의 입장과 반대되는 뜻 혹은 거절)으로 연결하기 위해 다리를 놓는다.

예시) "좀 더 큰 맥락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에서 이런 점을 한 번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3단계. 자신의 진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흔히 거절은 단호하고, 재고의 여지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상대방에게 '직언'을 날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머리로는 이해하려고 하지만 마음으로는 거부와 분노를 일으키는 거절이 되어버린다.

굳이 그래야 할 필요가 있나, 다시 한 번 나에게 묻게 된다.

어떤 일을 하는 과정에서 '거절을 위한 거절'을 하는 게 목표는 아니다. '나는 당신과 의견이 다르다'로 그치는 주장을 하는 게 아니라, 나의 뜻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방식에 변화를 주어 결국은 거절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어로 표현은 이렇단다. "please, help me to help you."

 

책은 각 부마다 공감이 갈 만한, 평소에 어려움을 겪는 거절 상황들을 예로 들면서 저자의 설득력 있는 연구와 이야기가 제시된다.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가까이 하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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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 퓨처클래식 4
세라 워터스 지음, 김지현 옮김 / 자음과모음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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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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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런치, 바람의 베이컨 샌드위치
시바타 요시키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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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다르게 매일 쌓이는 뉴스는 슬픔, 분노, 불안에 휩싸이게 만든다.

일상을 지켜내는 것, 그저 내 삶을 잘 살아내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되면서도 그 깨달음이

다른 사람의 불행을 딛고 난 후에 오는 게 서글픈 그런 날들.

 

장마가 시작되고 이 비가 그치면 풍경 속 풀들은 한뼘씩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랄 테다.

그런 회색빛 오후에 초록의 기운을 주는 소설.

<오늘의 런치, 바람의 베이컨 샌드위치>다.

 

이 소설 속 주인공 같은 하루하루를 꿈꿔본다.

한때 우후죽순 펜션이 들어서던 곳에 한풀 꺾이고 난 뒤

오히려 찾는 사람들이 없어 한산함이 스산함으로 바뀌고 있는 마을, 유리가하라 고원.

그곳에 낡고 오래된 펜션 하나를 개조해 만든 나호의 카페, 송드방.

복잡한 도시 도쿄를 탈출하고 내려와

이것저것 신경 쓸 게 많은 시골 생활에 적응하기도 힘들지만

자신이 꿈꾸던 공간으로 하나씩 스스로 고쳐가며 할 일을 차근차근 해나간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미식소설로, 페이지가 넘어갈 때마다 침도 꼬올깍 넘어간다.

 

오리엔탈 드레싱을 뿌린 두부 샐러드에는 고원 양파도 듬뿍 넣고, 방울 토마토를 동그랗게 썰어서 귀엽게 장식했다. 카레에 사용한 콩은 모두 다섯 종류. 강낭콩, 붉은 강낭콩, 검은콩, 인도카레에 잘 쓰는 병아리콩, 그리고 나호가 아주 좋아하는 긴토키마메다. 콩을 불린 뒤에 야채수프에 부드럽게 조려서 향신료를 넣고 카레를 만들었다. 이 카레에는 밥도 좋지만, 차파티도 잘 어울린다. 발아현미밥과 카레를 함께 그릇에 담고 차파티도 두 장 구워서 다른 접시에 담았다. p.116

 

나호는 서른다섯에, 인생이 잘못되었구나 싶었을 때

힘껏 방향을 바꾸었다.

스스로 결단했다기보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이 무너졌을 때

스스로 살고자 남은 힘을 짜내 바꾸어낸 것.

나호를 찾아와 각자의 사연을 숨기지 못하고 나누는 사람들에게, 나호는 흔한 격려 대신 맛있는 요리로 진심을 다해 대답해준다. 어떤 것보다 따뜻한 밥이 더 위로가 되는 시간을 자신도 견뎌왔기에.

 

이런 밤이 자신에게도 있었다. 남편으로서 같이 사는 사람을 참을 수 없다고, 더는 참을 수 없다고 쓰러져 울던 밤이.

흔한 위로나 이 자리를 넘기기 위한 격려는 지금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이 밤의 괴로움은 맛본 사람밖에 모른다. 그리고 결국 스스로 이겨낼 수밖에 없다.

 

 

울고 난 뒤에 배고파진 누군가에게  맛있는 요리를 내어줄 수 있어서 더 안도하는 밤.

조금씩 자신이 원하는 삶으로 가까워지려는 용기가 필요한 누군가에게

건네주고 싶은 따뜻한 선의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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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어 다크, 다크 우드
루스 웨어 지음, 유혜인 옮김 / 예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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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오래전 연락이 끊겨버린 친구 얼굴이 눈앞에 떠오를 때가 있다. 우린 왜 멀어졌지.

10년 전부터 없는 척 지내왔던 클레어로부터의 연락이, 그 마주침이 어색하고 불편한 노라는 생각한다.

 

 

네 잘못이 아니었다고, 너 때문에 내가 연락을 끊은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다 내 잘못이라고. 하지만... 그말은 완전한 진실이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여기 있는 이유를 묻고 싶었다. (73쪽)

 

 

여름 더위가 일찍 찾아왔고,

새로 시작된 시즌을 알리듯 스릴러 소설이 쏟아져나온다.

그 많고 많은 책중에, 시선을 사로잡은 소설이 루스 웨어의 <인 어 다크, 다크 우드>다.

표지 속 숲으로 빨려들듯, 이 책은 펴자마자 순식간에 나를 사로잡았다.

 

 

 

눈앞에 집을 올려다보았다.

어떤 집을 기대했는지는 몰라도 이것은 아니었다. 대들보가 있고 천장이 낮은 오두막집을 생각했던 것일까? 숲속 공터에 우뚝 선 것은 유리와 강철을 섞어 지은 독특한 집이었다. 어린아이가 장난감 벽돌 몇 개를 가지고 놀다가 지겨워져서 아무렇게나 쌓아 올린 집처럼 보였다. 장소와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모습에 니나와 나는 입만 떡 벌리고 서 있었다. (30쪽)

 

 

 

깊어가는 어둠 속에서 말없이 지켜보는 나무들 때문일까, 바깥에서 톰과 멜라니를 따라 들어온 추위가 공기중에 남아서일까. 어떤 이유에서든 런던을 떠날 때만 해도 가을이던 계절이 북쪽으로 올라오는 동안 겨울로 바뀐 것 같았다. 울창하게 늘어선 소나무가 촘촘한 잎으로 빛을 차단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영하의 기온을 예고하듯 차갑고 서늘한 날씨 때문도 아니었다. 밤이 다가올수록 이 집은 유리로 된 새장 같았고 어둠을 비추는 손전등처럼 밖으로 눈부신 불빛을 내뿜었다. 그 순간 나방 수천 마리가 파르르 날개를 떨며 집 주위를 빙글빙글 맴도는 모습을 상상했다. 나방 떼는 자석 같은 불빛에 이끌려 날아오지만 차가운 유리창에 인정사정없이 부딪혀 목숨만 잃는다. (44-45쪽)

 

 

10년 전 연락이 끊겨버린,

나의 오래된 친구였던 그녀의 싱글 파티 초대장...

그렇게 초대된 곳은 어둡고 깊은 숲속,

숲속의 유리집.

곧 결혼할 클레어가 불러모은 친구들이 모인 집이다.

이 책은 피 냄새가 코끝을 스치는 상태로 정신이 든 노라의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유리 너머로 경찰이 앉아 있고 몸에 여러 줄이 붙어 있으며 걸을 수도 없는 상태. 기억을 되살리고 싶지만 무서움이 덮치고 온 몸이 덜덜 떨린다. 현재의 노라와 싱글파티에 초대되어 모인 유리집의 노라가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책장은 금방 금방 넘어간다.

이 작품이 영화로 개봉하는 날, 아마 첫날부터 달려갈 것이다.

여름밤에 잠 못 들도록 몰입하게 하는 스릴러를 찾고 있다면 이 책을 펼쳐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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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10번 출구, 1004개의 포스트잇 - 어떤 애도와 싸움의 기록
경향신문 사회부 사건팀 기획.채록 / 나무연필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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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됩니다. 우리의 목소리를 기록해줄 고마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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