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오래전 연락이 끊겨버린 친구 얼굴이 눈앞에 떠오를 때가 있다. 우린 왜 멀어졌지.
10년 전부터 없는 척 지내왔던 클레어로부터의 연락이, 그 마주침이 어색하고 불편한 노라는 생각한다.
네 잘못이 아니었다고, 너 때문에 내가 연락을 끊은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다 내 잘못이라고. 하지만... 그말은 완전한 진실이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여기 있는 이유를 묻고 싶었다.
(73쪽)
여름 더위가 일찍 찾아왔고,
새로 시작된 시즌을 알리듯 스릴러 소설이 쏟아져나온다.
그 많고 많은 책중에, 시선을 사로잡은 소설이 루스 웨어의 <인 어 다크, 다크 우드>다.
표지 속 숲으로 빨려들듯, 이 책은 펴자마자 순식간에 나를 사로잡았다.
눈앞에 집을 올려다보았다.
어떤 집을 기대했는지는 몰라도 이것은 아니었다. 대들보가
있고 천장이 낮은 오두막집을 생각했던 것일까? 숲속 공터에 우뚝 선 것은 유리와 강철을 섞어 지은 독특한 집이었다. 어린아이가 장난감 벽돌 몇
개를 가지고 놀다가 지겨워져서 아무렇게나 쌓아 올린 집처럼 보였다. 장소와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모습에 니나와 나는 입만 떡 벌리고 서 있었다.
(30쪽)
깊어가는 어둠 속에서 말없이 지켜보는 나무들 때문일까,
바깥에서 톰과 멜라니를 따라 들어온 추위가 공기중에 남아서일까. 어떤 이유에서든 런던을 떠날 때만 해도 가을이던 계절이 북쪽으로 올라오는 동안
겨울로 바뀐 것 같았다. 울창하게 늘어선 소나무가 촘촘한 잎으로 빛을 차단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영하의 기온을 예고하듯 차갑고 서늘한 날씨
때문도 아니었다. 밤이 다가올수록 이 집은 유리로 된 새장 같았고 어둠을 비추는 손전등처럼 밖으로 눈부신 불빛을 내뿜었다. 그 순간 나방 수천
마리가 파르르 날개를 떨며 집 주위를 빙글빙글 맴도는 모습을 상상했다. 나방 떼는 자석 같은 불빛에 이끌려 날아오지만 차가운 유리창에
인정사정없이 부딪혀 목숨만 잃는다. (44-45쪽)
10년 전 연락이 끊겨버린,
나의 오래된 친구였던 그녀의 싱글 파티 초대장...
그렇게 초대된 곳은 어둡고 깊은 숲속,
숲속의 유리집.
곧 결혼할 클레어가 불러모은 친구들이 모인 집이다.
이 책은 피 냄새가 코끝을 스치는 상태로 정신이 든 노라의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유리 너머로 경찰이 앉아 있고 몸에 여러 줄이 붙어
있으며 걸을 수도 없는 상태. 기억을 되살리고 싶지만 무서움이 덮치고 온 몸이 덜덜 떨린다. 현재의 노라와 싱글파티에 초대되어 모인 유리집의
노라가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책장은 금방 금방 넘어간다.
이 작품이 영화로 개봉하는 날, 아마 첫날부터 달려갈 것이다.
여름밤에 잠 못 들도록 몰입하게 하는 스릴러를 찾고 있다면 이 책을 펼쳐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