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 - 미니앨범 3+3
이승환 노래 / 지니(genie)뮤직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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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빼고도 이렇게 고퀄의 앨범을 만드는 환님. 특히 아끼는 노래들 <아무 말도> <참 쓰다>가 재수록되어 기쁘고, <가만히 있으라>는 뜻밖의 선물 같은 곡.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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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서재 속 고전 - 나를 견디게 해준 책들
서경식 지음, 한승동 옮김 / 나무연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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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경식 선생님은, 한겨레 신문에 칼럼 연재를 시작하셨을 때 처음 알게 되어 지금까지. 그러니까,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를 읽은 뒤로는 본격적으로 존경하고 좋아하고 있는 분. 영화 <Go>부터 <우리학교>, <가족의 나라>까지... 관심을 갖고 보게 된 이유. 내 머릿속, 그런 시작점에 서 계신 분이다. 


- 선생님은 점점 더 절망하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차별, 불관용, 폭력이 세계 각지에서 개가를 올리고" 있기 때문에. 세계 역사에는 새로운 시대에 대한 열망을 품고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야만적인 정치폭력"에 희생되었고, 그것을 기억하자고 작가들은 적었다. 후대의 사람들은 그 글을 읽는다. 그런데 그 시절 그 희생이 지금도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으니 사회는 도무지 앞으로 더 나아가고 있다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절망한다.

젊었을 때의 나는 "밤은 길고, 갈 길 또한 멀다"는 것을 비관했다. 하지만 지금은 "설령 내가 아니더라도 언젠가 반드시 그들을 생각해내고 다시 그들에 대해 말할 날이 오리라는 것"이라는 부분을 비관하고 있다. 사람들은 희생자를 기억하지 않는다. 과거에서 배우지 않는다. 무서운 속도로 모든 것이 천박해지고 있다. 루쉰 따위는 읽지 않으며, 설령 읽는다 해도 그 부름의 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p.51


- 책을 읽는다. 선생님의 목소리를 듣는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동안 "그대는 침묵으로 살인에 가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묻는다. 일상이 파괴된 채 목숨을 걸고 난민이 되어야만 하는 수만의 사람들이 저기 헤엄치고 있지 않느냐고. 일본 대지진을 겪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목격하고도 원전을 짓겠다는 정부의 새된 소리가 들리지 않느냐고. 아직 찬 바닷바람에 천막 하나 쳐놓고 정부의 세월호 인양 작업을 감시하겠다고 발벗고 나선 아빠들의 거칠어가는 얼굴이 보이지 않느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망을 모르면서 시작도 전에 체념을 배우고 있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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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
마리코 타마키 지음, 심혜경 옮김, 질리안 타마키 그림 / 이숲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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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살 무렵이었던가. 우리 동네는 간간이 밭이 있고, 흙길로 된 골목길들이 구불구불 실핏줄처럼 퍼져 있었다. 동네 아이들은 나이에 관계없이 집과 가까운 순서대로, 골목길에서 마주치는 대로 뭉쳐 놀았다. 동네 슈퍼 앞 전봇대는 말뚝박기, 술래잡이, 고무줄놀이, 구슬치기 등 노는 데 정신 팔린 아이들이 주로 모이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10분 정도만 걸어가면 민둥산이 있었는데,  어느 여름인가 아이들끼리 모여 모험을 떠난 적이 있었다. 누가 먼저 가자고 한 기억도 없는데, 동네 아이들 열대여섯 명이 모였다. 가장 나이가 많은, 열세 살 세탁소집 쌍둥이 오빠들은 "오늘 밤, 아무도 집에 들어가지 말자." 고 외쳤다. 우리는 왠지 신이 났다. 책속에서나 보던 캠프파이어를 하자고 했다. 주변으로 흩어진 우리는 마른 나뭇가지들을 모았다. 조금 있자 밤새도록 피워도 충분할 만큼 쌓였고, 쌍둥이 오빠들 중 하나가 마른 풀에 불을 붙여 나무 더미에 던져 넣었다. 조금 있자 불길이 솟았고, 우리는 빙 둘러서서 무언가 이야기를 하며 웃고 떠들었다. 그리고 곧 해가 뉘엿뉘엿 저물었고, 우리 중 누군가 말했다. "집에 가고 싶어. 배고파." 다들 같은 마음이었던 걸까. 우리는 아무도 그 아이에게 뭐라고 하지 않고 서둘러 불을 끈 뒤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불장난을 했다는 건 동네 아이들끼리의 공유된 비밀이었으나, 집에 들어서자마자 엄마는 나를 보고 혼을 냈다. 알고 보니 앞머리가 불길에 그을려 꼬불꼬불 타고 말았던 것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탄내도 솔솔 풍겼겠다, 싶지만.
일본계 아버지와 유대계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다는 마리코 타마키가 글을 쓰고, 그의 사촌 질리안 타마키가 그림을 그린 그래픽 노블 <그해 여름>을 보다 보니, 그 여름이 생각났다. 학교를 가지 않는 심심한 방학에, 동네 친구들과 민둥산을 헤매며 놀던 기억이 떠올랐다. 열다섯 살 쯤된 주인공 로즈는 여름방학 때마다 부모님과 아와고비치 오두막으로 간다. 그곳에는 매년 여름마다 만나는 친구 윈디가 있다. 두 소녀는 바다에서 수영도 하고, 숲을 헤매기도 하고, 밤마다 공포영화를 보며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로즈는 부모님 사이가 안 좋아지는 걸 눈치채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자신을 둘러싼 견고한 세계가 금이 가는 걸 목격하는 소녀의 불안정한 마음은 요동치는 파도같다. 그런 파도를 헤치고 나와 잠시 숨을 쉬게 해주는 건 이곳의 유일한 친구 윈디이다. 힙합 댄스를 배우고 있다며 로즈를 웃기고, 가슴이 충분히 크지 않을까봐 걱정하고, 낯선 어른 세계를 손 꼭 잡고 머리를 맞대고 같이 의논할 수 있는 그런 친구. 매년 같은 곳에서 나를 기다려주는 그런 친구.
열살 무렵의 그 여름에 마주한 세상은 한없이 넓었다. 시간은 그저 넘쳐 흐르는 것이어서, 친구와 가만히 누워 하늘 위 구름이 흘러가는 걸 지켜보는 게 취미였다. 가끔 마음에 드는 남자아이 이야기를 속닥속닥 나누기도 했고, 친구 집에 새로 들인 강아지 이야기도 했고, 때로는 엄마 아빠의 싸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가장 믿고 있는 부모님 사이의 갈등은 어린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문제이면서도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마음껏 웃으며 뛰어놀지 못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엄마와 아빠가 헤어지면 누구 편에 서야 할지, 그런 고민을 진지하게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비밀을 지켜주는 친구가 고마웠다. 그때보다 세 배의 시간이 흐른 지금, <그해 여름>을 읽으며, 그 친구를 떠올린다. 지금은 사라진 그 동네를, 골목길을, 아이들을 추억한다. 그립고도 아련한 시간들이 몰려왔다 새하얀 거품으로 흩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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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 그림자 - 2010년 제43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민음 경장편 4
황정은 지음 / 민음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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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이 책을 읽었고, 마지막 장을 덮자마자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런 사랑을 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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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 용접공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제프 르미어 지음, 박중서 옮김 / 미메시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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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재미있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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