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의 마지막 저녁 식사 - 살아가는 동안 놓쳐서는 안 되는 것들
루프레히트 슈미트.되르테 쉬퍼 지음, 유영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내 생의 마지막 저녁 식사라는 제목을 듣자마자 내 생의 마지막 저녁식사는 어떨까 라는 다소 장엄(?)한 생각이 들었다.
등대의 불빛이라는 뜻을 가진 '로이히트 포이어'라는 호스피스에서 환자들을 위해 정성을 다한 음식을 제공하는 요리사 루프레히트 슈미트 그리고 그가 만든 음식을 먹으며 인생의 마지막을 정리하는 환자들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이다.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충분한 실력을 발휘하던 그가 삶의 끝자락에 서있는 사람들을에게 음식을 제공하기 위한 호스피스에서의 요리사가 되어 그들의 마지막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는 것, 어떻게 보면 희망적이지 않고 절망적일 수 있는 상황이지만 항상 최선을 다하며 환자 개인개인의 추억과 입맛 건강상태에 따라서 정성을 다하는 그의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호스피스에서의 요리사라 하면 무언가 생기없이 일률적으로 환자들을 위한 유동식을 만들거나 그날 그날 식단에 의한 무미건조한 음식들을 내놓을 법한데 루프레히트 슈미트의 요리는 그러한 것과는 거리가 상당히 멀었다. 인생에 있어서 먹는 것 만큼 즐거운 것이 있을까? 음식을 만들때의 풍기는 냄새에 기대감이 샘솟고, 건강하고 평화로웠던 과거의 추억들이 떠오른다. 결국 환자들은 과거로 돌아가거나 다시 건강이 회복되어 살아서 일상을 맞이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음식을 통해서 그들은 평범한 일상의 한조각을 미각으로 맛볼 수 있다는 것.....그 자체가 그의 보람이자 그의 요리의 생명력이었던 듯하다.
 
나는 어릴적 자주 먹었던 떡볶이집의 그 맛을 잊지 못하고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생각날때마다 먼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허름한 그 떡볶이집을 찾곤한다. 가끔은 헤깔릴때가 있다. 이 떡볶이가 정말 맛이 있어서 일까 아니면 나의 추억이 담겨있기에 맛있게 느껴지는 걸까? 나의 마지막 식사는 어떤 식사가 될까? 내가 자주 먹고파지는 그 옛날의 떡볶이처럼 값비싸거나 훌륭한 식사보다는 나의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음식, 행복함을 느끼며 먹을 수 있는 소박한 음식이 될 것 같다. 떡볶이라고 해서 아무곳에서나 사서 먹는 떡볶이가 아닌 그 곳에서 파는, 꼭 그집의 그 떡볶이를 말이다. 그냥 일반 김치찌개가 아닌 엄마가 끓여주시던 약간 짭짜름하면서 돼지고기가 많이 들어있던 진한 김치찌개를 말이다.  죽음을 앞둔 로이히트 포이어의 사람들에게 미각을 통한 추억여행을 하게 하고, 그냥 바쁘게 먹는 한끼식사가 아닌 자신만을 위한 정성이 담긴 제대로된 식사를 제공한 그의 이야기들, 그리고 환자들의 마지막을 맞이하는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지나치게 슬프지 않게, 담담하게 표현된 이 책을 읽으며 삶에 대해서, 그리고 살아가면서 맞이하는 하루세번의 식탁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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