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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나도 철학이 알고 싶었어 - 누구나 궁금한 일상 속 의문을 철학으로 풀다
이언 올라소프 지음, 이애리 옮김 / 애플북스 / 202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저자 이언 올라소프의 문체는 전형적인 문돌이(ㅋㅎㅋㅎㅋ), 우리가 ‘철학교수’하면 생각나는 딱 그런 이미지 느낌인 듯 하다. 그런데 이 책이 지루하다고 느껴지기보다는 내 머릿속을 어지럽히면서도 정리를 시킨다는 기분이 드는 이유는 그가 동료 철학교수들과 함께 ‘철학자에게 물어보세요’라고 현수막을 걸고 뉴욕 시내에서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받았던 질문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한번쯤은 해봤던 질문들, 그것이 철학의 문턱에 있는 줄 몰랐던 그런 사고들을 늘어놓고 있으니까.
일단 첫번째 질문은 단연 ‘철학이란 무엇일까?’ 였다. 이 책을 읽으며 머리를 부여잡고 있으니 가족들이 ‘철학은 답이 없어’ ‘철학자들은 답을 내주지 않아’ 라는 말들을 한다. 그럼 이언 올라소프가 대략 270쪽 짜리 책에서 내내 하고 있는 얘기들은 답이 아니고 무엇일까. 푸념? 그냥 줄줄이 늘어놓는 그의 수많은 마인드맵...? 글쎄다. 이것 역시도 답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나는 이 책을 시작했다. 철학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답’은 무엇일까. 옳고 그름? 아니면 맞다 틀리다? (같은 말이기도 한듯 하네..?) 개인적으로는 철학에서 답을 찾는 건, ‘철학적 질문’이 ‘질문’이 아니기 때문에 힘든 게 아닐까..? 말장난 같을 수 있지만 이런 생각과 말들이 사람을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건 또 아닌가? 이런 답없는 토론들이 또 철학에서 과학의 영역으로 가는 건 얼마나 많이 보았는가. 근데 과학은 ‘답’이 있는 학문이 아닌가? 이렇게 철학에 대해서 내 생각을 늘어놓다보니 수많은 꼬리의 꼬리를 무는 질문들, 물음표들이 생긴다. 이게 바로 이언 올라소프가 말하고자 했던 철학의 의미가 아닐까 싶다. 그는 이 책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철학은 이렇게 이해하면 쉽다. 어떤 문제를 연구할 때 사용해야 할 연구 방법과 증거 자료가 합의되지 않았으면, 이는 철학적 문제다. 이 책에서 언급되는 모든 철학 질문도 여기에 해당한다. 철학 문제를 이렇게 정의하면, 왜 사람들이 철학 문제에 정답이 없다고 생각하는지, 왜 질문은 시간이 흐르면서 철학이 되는지, 왜 온갖 문제를 사유하는 철학 질문이 존재하는지, 마지막으로 왜 철학에서 열린 마음이 그토록 중요한 덕목인지에 관한 문제도 해결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돌아가서 이부분을 다시 읽어보니 처음에 이해했던 것보다 더 마음에 와닿는 기분이다.
내가 흥미를 가졌던 질문 몇개만 얘기해보자면,
1) 지구 온난화가 심각해지는데 아이를 낳아도 괜찮은가?
; 현재 27주차 임산부로서 아주 확 와닿는 질문이라 흥미를 가질 수밖에 없었는데, 남편이 자주 하던 말이 있다. 출산율도 낮아지고 있고 세금도 높아지고 있으면 우리 애는 나중에 힘들어서 어떻게 사냐, 우리가 낳는 게 미안해야하는 것 아니냐 등등 아이를 갖기 전에 수도 없이 했던 그런 고민들과 이 질문이 너무 비슷해서 남편에게 한번 읽어 주고 싶은 파트였다.(실제로 읽어주었지만 컴퓨터과를 나온 우리 공돌이 남편은 아니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라며 또 ‘답’만을 요구하고, 이 책의 모든 논의에 대해서 하나씩 반기(?)를 들고자 해서 사실 도움을 준 거 같진 않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참 많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데 여기서 해준 이야기는 아주 담백하게, 현재 불행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되는 경우의 수와 미래의 불행할지 모르는 그 상황의 경우의 수를 비교해보면 굳이 지구 온난화가 아이를 못 낳게 할 이유가 되는 건 아니다 라는 결론과, 그냥 그럼 이미 세상에 태어난 아이를 입양하는 건 어떠냐는 결론이었다. 참 재미있는 대답이다. 살짝 우문현답 같기도 하고...ㅋㅎㅋㅎ
2) 왜 그런걸까?
; 사실 이 파트는 내가 이해를 한 건 아닌 거 같은데, 얼마전에 본 유튜브가 생각나게 되는 파트였다. 천재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이 어떤 질문에 대해서 답하는 영상이었는데 이 책에서 서술하듯이 그가 답하고 있었던 거 같다. 과학과 철학은 한끗차이 인것이 사실인가봐.. 모든 ‘왜’라는 질문을 흥미롭게 생각하면서 계속해서 더욱 새로운 ‘왜’를 질문하는 파인만의 인터뷰를 보니 왜 그런걸까? 라는 질문 자체는 그 질문 안에서도 수만가지 질문이 나오는 철학의 시작인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3) 사랑은 무엇일까?
; “사랑은 특정 상황에서 한 사람에게 특정한 감정을 느끼는 성질이다.” ->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합리적인가?” 인류가 이 주제에 대해서 하루에도 수만번씩 질문하겠지만 그냥 계속 질문을 하는 걸 보면 내 생각엔 사랑은 그냥 물리현상처럼 있는 그대로 존재할뿐 설명해내야하는 게 아니라 창발적으로 존재하는 그런 성질 같다.
4) 꼭 현재를 살아야 할까?
; 나는 이건 각 개인의 선택의 문제, 자율이라고 생각한다. 마시멜로우를 오늘 1개 먹든, 미래에 수만개 먹든 그것은 그 사람의 가치관인 거 아닐까? 후회를 하게 된대도 그거 역시 그사람의 몫, 그사람의 운명 아닐까 싶다. 결국 우린 다 가질 순 없다는 걸 그냥 인정하는 게 나은거 아닌가 싶다. 더 나은 선택을 하고자 하는 질문인지, 다 갖고 싶어서 하는 질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5) 아기 히틀러를 만난다면 죽여야 할까?
; 일단 꼭 죽일 수 있다면 애초에 태어나지 않게 할 방법이나 그가 계속해서 미술을 하게 설득했을 방법과 같은 다소 더욱 인간적이고 현실적인(?) 해결책에 대해서도 얘기해 볼 수 있겠지만, 나는 이런 생각이 든다. 히틀러가 없었다고 해서 그런 일이 정말 없었을까. 히틀러가 아닌 또 다른 제3자도 같은 역사를, 혹은 더욱 끔찍한 역사를 만들었을 가능성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그럼 이런 고민을 하는 거 자체가 건방진 거 아닌가. 나비효과도 있을 수 있으니까.
6) 젤리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느끼는 맛은 같을까?
; 내가 그 사람이 되어보지 않고서는 상대가 느끼는 맛을 비교할 순 없지 않을까 싶은데, 이 질문이 나는 재미난 게 우리는 항상 다른 사람의 생각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고 그들이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궁금해 한다는 것이다. 근데 이런 질문에서 보다시피 아주 간단한 ‘미각’의 문제에서도 같은 맛을 느끼는지 알 수조차 없어서 이것이 과학의 질문이 아닌 철학의 질문이 된다는 게 참 재밌다. 왜냐하면 좋아하고 싫어하는 주관적 감정은 이미 다르다고 서술했는데도 객관적 감각이 똑같았는지 알아야할 이유는 뭐냔 말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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