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이야기가 된다 - 시간이 만드는 기적, 그곳의 당신이라는 이야기
강세형 지음 / 김영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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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안에는,

이야기 안에는,

온 세상이 들어있다고.

 

-시간은 이야기가 된다

 

우리는 더 이상 이야기를 보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는 더 이상 책을 잘 읽지 않는다고 한다. 과연 그게 사실일까? 수치 상으로는 분명 우리가 책을 덜 사서 읽는 것일 수 있다. 그렇지만 책을 이야기로 보면 확실히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야기는 인류가 생긴 이래로, 우리가 의사소통을 해온 이래로 늘 우리와 함께해왔다.

이야기의 시작은 분명 입말로 시작했다. 그렇다면 현재는 어떨까, 글쎄, 나는 요즘 시대에는 이야기는 단순히 듣거나 말하는 것보다 보고 보여주는 것으로 이동해왔다고 본다. 많은 사람들이 책은 아닐지언정, 영화, 드라마, 웹툰 같은 다양한 매체로 나온 이야기들을 소비하고 있다. 심지어 매일 지나치는 광고조차도 스토리텔링 기법을 활용하고 있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이야기들은 그냥 우리 곁을 스쳐지나가기만 하지 않는다. 이야기는 우리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준다.

이 책의 작가 강세형은 그 누구보다도 이야기의 힘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녀는 전직 라디오 작가였고, 현재는 사람들의 마음에 잔잔한 파동을 주는 책을 쓰는 작가이다. 나를, 의심한다, 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에 이어 이번에 나온 책인 시간은 이야기가 된다는 전작들과 약간 다른 점이 있다. 바로 그녀가 사랑한 책과 영화, 즉 이야기를 글감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나의 이 책을 보고 관심이 생겨 그 작품을 찾아봤을 때, 좀 더 쉽게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을 우선적으로 고르고 싶었다. 이야기의 즐거움에 빠져 또 보고 싶다!’ 그렇게 다음 책, 또 다음 책. 이야기와 친해질 기회, 그 시작이 되기 위해선 일단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조금 더 익숙한 언어로 쓰인 작품이 좋을 것 같단 생각에서였다.

 

-시간은 이야기가 된다

 

이야기를 소재로 쓰는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일까?’ ‘작가인 강세형은 과연 어떤 대단하고 재미있는 책과 영화를 추천해줄까?’하고 궁금하게 만드는 이 책은 생각보다 평범하고 한번쯤 들어봤을이야기를 가진 책과 영화를 추천해준다. 왜 하필이면 <인사이드 아웃>, <이웃집 토토로>, <상실의 시대>, <82년생 김지영>과 같이 우리 모두가 잘 아는 책과 영화를 고른 것일까? 그녀는 자신의 책을 읽은 사람들이 이야기의 즐거움을 느끼고, 또다른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한다고 말한다. , 이 책은 그녀가 정말 재밌게 보았던 책, 영화와 같은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영업(?!)’하여 이야기의 즐거움을 공유하고자 했다고 보면 되겠다.

 

그런 의도가 있어서일까, 이 책은 정말 페이지를 넘길 때 마다 나오는 책과 영화만이 아니라 그와 함께 이야기 한 노래, 드라마 같은 다른 매체까지모조리 찾아보고 싶어지게 된다. 아마 우리가 이렇게 소개된 작품에 치이게 된 이유는 모든 장마다 한 편의 영화를, 한 권의 책만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매체에서 다뤄진 비슷한 주제를 엮어와서 감상을 썼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작가가 한 가지 이야기를 가지고 글을 쓴다면 어쩔 수 없이 그 글은 평론에 가까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책은 정말 작가가 친구와 수다를 떨다가 이게 정말 재밌더라~’라고 추천해주는 것처럼 가볍게, 하지만 굉장히 솔깃하게 다가온다.

이처럼 한 장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 매체를 함께 얘기하면 이야기가 너무 복잡하고 지저분해 질 수도 있다. 그러나 강세형은 그 모든 이야기를 자신의 삶에서 얻은 감상과 경험을 완화제로 삼아 조화롭게, 그리고 적절하게 배치시켜 이야기 한다.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자신만의 사적인 경험을 가지고 이야기를 전개시키니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볼펜으로 줄을 치며 읽을 수 밖에 없게 한다.

이렇게 작가 강세형은 이야기를 이야기하며사람들에게 이야기의 힘을 전파하고자 한다. 누군가는 너무 잘 알려진 작품 위주라고 아쉬워 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유명하다는 것은 그만큼 누구나에게 공감이 되고 재밌는 이야기라서가 아니겠는가? 이야기의 힘을 전파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리스트였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이야기의 재미를 깨닫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이미 재미를 아는 사람이 읽어도 좋다. 이 책의 말미에 있는 도움을 받다를 보면서 내가 이제까지 본 이야기와 이 책 속에 나오는 이야기가 얼마나 겹치는지 비교해는 것도 사소한 재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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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위로 읽는 세상
김일선 지음 / 김영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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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단위를 받아들여서 살고 있다. 기온은 몇도인지, 오늘 가는 곳은 몇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지, 지금은 몇 시 몇 분인지, 오늘 먹는 밥은 몇 칼로리일지, 내 신발의 사이즈는 몇 센티미터인지, 내 핸드폰의 남은 메모리는 몇 GB인지와 같은 질문들을 우리는 수시로 던지며 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더 단위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 '왜 우리는 기온을 섭씨로 나타내지?', '언제부터 센티미터를 썼을까?' 와 같은 질문을 간혹 떠올릴 수는 있지만 진지하게 고민해보진 않았다.

 

단위는 문명을 지탱하는 중요한 다리이면서

멋진 경치를 바라볼 수 있는 창을 만들어 준 것이 아닐까 싶다. 최고의 과학과 기술이 결합해서 아주 정교하고 세심하게 만들어져 있는, 세상을 보는 멋진 창을.

- <<단위로 읽는 세상>>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단위는 사람이 과학적으로 만들어낸 장치이기 때문에 우리들의 생각과 문화를 담고 있다. 따라서 단위에 대해 알아보면 우리의 세계관과 가치를 알 수 있다. 이 책의 저자인 김일선은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서 제어계측공학을 전공하고 IT분야의 세계적인 기업에서 개발 및 기획을 맡다가 현재는 IT 분야의 컨설팅과 전문 번역 및 저작 활동을 하고 있다. 이처럼 단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공학도로서의 삶을 살아온 그는 단위가 어떻게 우리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보여줄 수 있는지, 단위에 담긴 비하인드 스토리를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게 친절하면서도 유쾌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단위가 보여주는 세상

 

오히려 분침이 만들어짐으로써 사람들은

시간을 분 단위로 나누어서 쓰는 생활을 강요받기 시작한다.

기술이 인간의 생활을 지배하기 시작한 것은

TV나 인터넷, 스마트폰이 출현하고부터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시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 <<단위로 읽는 세상>>

 

옛날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한결같은 세상을 살아오지 않았다. 단위도 이와 마찬가지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변하는 만큼 단위도 변화해왔다. 뿐만아니라 단위는 지역별로 다르게 활용되기도 한다. 단위가 이렇게 다른 것은, 그리고 변화하는 것은 그것이 사회 구성원 간의 합의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역으로 생각해보면 단위에 우리의 가치가 담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단위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변화했는지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우리의 세상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진나라, 근대의 프랑스와 미국은 국가 건립 초기에 새로운 도량형을 도입하며 도량형의 통일을 꾀했다. 이는 이전까지의 국가와는 전혀 다른 국가라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할 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새로운 국가의 국민이라는 통일된 정체성을 부여하고자 한 노력이다.

 

 

우리 모두의 약속, 단위

 

단위는 사회적 의사소통의 중요 수단이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단위의 종류가 많아지고 체계적으로 정리되게 마련이다. 사회가 복잡해짐에 따라 다양한 물리적 개념을 표현하고 측정하는 방법이 더욱 정교하게 발전하는 것이다.

- <<단위로 읽는 세상>>

 

우리는 단위 없이 소통할 수 있을까? 아마 단위가 없다면 우리는 소통하기 어려울 것이다. 단위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 어떤 양이나 정도를 객관적으로 표시할 수 있게 만들어준 약속이다. 단위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좀 더 정확하게 정보를 전달하기 어려워진다. 예를 들어 오늘 날이 얼마나 춥냐고 물었을 때, 누군가는 오늘은 얼어죽을 것 같은 날씨라고 표현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오늘 날이 선선하다고 말할 수 도 있다. , 자신의 감각을 바탕으로 날씨를 표현하기 때문에 질문을 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아리송해질 수 있다. 하지만 오늘의 기온을 섭씨 혹은 화씨를 활용해서 표현한다면 객관적으로 어느 정도 날씨인지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표현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단위는 점점 더 늘어날 뿐만 아니라 정교하게 만들어진다.

 

단위를 적지 않아 중간고사에서 0점을 맞았었다는 서문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어떤 독자가 와도 재밌게 읽을 수 있을만 하다. 과학, 특히 수학에서 기초한 많은 과학 지식과 거리가 먼 나조차도 단위에 숨겨진 역사를 비롯한 다채로운 이야기에 흥미진진하게 읽어내려갔다. 요새 말하는 과학과 인문학의 융합이라는 것은 이렇게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정말 아쉽게도 단위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모두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가 됨으로 여기에 다 풀어놓을 수는 없다. 우리가 일상에서 활용하는 센티미터나 칼로리에서부터 인체에 흡수된 방사선 양을 재는 시버트까지, 다양한 단위에 대한 이모저모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특히 책의 부록으로 들어있는 7인치/18센티미터 자가 책갈피로 아주 유용하다. 게다가 국제단위계의 7가지 기본 단위까지 담겨 있어 상식도 쌓이니 금상첨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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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언달러 힙합의 탄생 - 대한민국 최고의 힙합 아티스트 12인이 말하는 내 힙합의 모든 것
김봉현 지음 / 김영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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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고의 힙합 아티스트 12인이 말하는 내 힙합의 모든 것'이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밀리언달러 힙합의 탄생>>은 힙알못인 내게 너무나 멀고도 먼 이야기 같았다. 아마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흔쾌히 이 책을 집어들었을 수도 있겠으나 나 같은 중증 힙알못에게는 집어들기조차도 난감한 책이었다. '나는 힙합을 좋아하지도 않는데 왜 이 책을 읽어야하지?' 마음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어쩌면 거짓말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이 책은 나 같은 힙알못에게도 생각보다 굉장히 흥미롭게 읽히는 책이었다.

우선, 간단하게 이 책을 소개하자면, 이 책은 도끼부터 빈지노, 산이, 팔로알토, 스윙스, 타이거 JK와 같은 나같은 힙알못에게도 친밀한, 혹은 좀 들어봤다하는 아티스트 12명과의 인터뷰를 담고 있다. 인터뷰어 즉, 지은이는 '힙합 저널리스트'인 김봉현이다. 역시 낯설지 않은 이름이라고 생각했더니 한국 대중음악상 선정위원, 네이버 '오늘의 뮤직' 선정위원 등을 맡았고 카카오 뮤직, <씨네21>, <에스콰이어>, <레진코믹스> 등 여러 곳에서 힙합에 관한 콘텐츠를 연재했던, 힙알못도 이름 한번쯤은 들어봤을 유명한 평론가였다. 저자인 김봉현은 오랫동안 힙합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벗겨내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한다. 힙합의 팬들을 겨냥하고 나왔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과 다르게 이 책은 나 같은 힙알못들을 정조준 하고 나온 책이었다.

이 책이 가진 특징은 책의 전문이 소개글과 서문을 제하면 모두 인터뷰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힙합을 하는 사람들에게 힙합은 어떤 것인가, 무엇이 당신을 힙합의 길로 이끌었는지, 아티스트 자신의 힙합 세계에 대해 대한민국의 최고의 아티스트라고 생각하는 아티스트 12명에게 묻는 방식으로 책을 엮었다. 인터뷰라는 방식을 차용했기 때문에 가독성 면에서 떨어질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힙합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줄글로 줄줄이 힙합의 역사와 한국 힙합의 역사, 그리고 힙합의 기술과 미학을 읊어내려가는 책보다 훨씬 친숙하게 다가왔다. 또 누구라도 한번쯤은 이름을 들어보았을 힙합 아티스트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친숙하기도 했다.

 

힙합의 팬들이 화성에서 왔다면, 다른 사람들은 금성에서 왔다. 화성에서 온 사람들에게 힙합이란 가장 혁신적인 음악이자 새로운 삶의 방식이다. 또 삶을 구원한 존재이자 존중받아 마땅한 고도의 예술이다.

 

- <Introduction> -

 

힙합과 'KEEP IT REAL'

'힙합은 그냥 음악 아니야?' 이렇게 생각하는 나 같은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다. 하지만 힙합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팬들에게 힙합은 삶 그 자체이다. 힙합의 주요 정신 중 하나인 'KEEP IT REAL' 이라는 말은 힙합이 삶의 방식이라는 점을 어떤 표현보다도 잘 드러낸다. 예를 들어 힙알못이 질색하는 돈 자랑도 그들의 관점에서는 그들의 삶을 자연스레 드러낸 것에 불과하다. 실제로 그들은 돈을 잘 벌기 때문에, 자신들의 현재 일상은 롤렉스 손목 시계를 차고 새로 뽑은 마세라티를 타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가사를 쓸 수밖에 없다. 반대로 사회에 대해 비판적인 랩을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살고 있는 이 사회의 현실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사회를 비판하는 가사를 쓰게 된다. 자신의 삶, 자신의 생각이 아닌 다른 것을 쓰는 것은 거짓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말하면, 그리고 그게 주류의 생각과 다르면, 틀리다는 소리를 듣고 자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스스로의 가치관을 솔직하게 가사에 담아낸다는 점은 큰 매력일 수 있겠다.

 

힙합이 삶의 방식이요 삶의 방식이 힙합이라는 점 덕분에 힙합이 다채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보며 느꼈다. 힙알못들이 흔히 떠올리는 도끼, 더 콰이엇이나 스윙스와 같은 색의 느낌의 힙합 음악이 있는가 하면, 사회에 대한 관심을 담은 힙합 음악,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는 관점에서 만들어진 힙합 음악, '발라드 랩'이라고 불리는 힙합 음악 등 힙합 음악이라고 불리는 음악 안에서도 아티스트에 따라 힙합을 랩으로 구현하는 방법이 굉장히 다양했다.

이 점을 알고 나서야 나는 깨달았다. 나는 힙합을 즐겨듣지 않는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에픽하이의 'Love Love Love'를 노래방에서 열창하고 버벌진트의 '좋아 보여'를 재생목록에 추가했으며 팔로알토가 피쳐링한 프라이머리의 '마일리지'를 알림으로 지정한, 나름 힙합을 즐기는 사람이었다. 물론 이 문장을 보고 진성 힙합 팬들은 비웃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나같은 힙알못이 정말 힙합을 안듣거나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힙합은 이제 우리 대중 문화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배어들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힙합은 우리 속에 들어와 있다. 이 것을 이 책을 읽고서야 깨달았다.

내가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갑자기 힙합이란 장르가 내 취향의 정가운데 꽂히는 음악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몇몇 나의 삶의 대한 생각과 부합하는 힙합 아티스트들과 그들의 음악을 알게 되고 듣게 되는, 그리고 힙합을 좀 더 열린 생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 책이 읽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힙합을 잘 모르고 힙합은 낯설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한 번쯤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아마 이 책을 읽고 나면 힙합의 전부는 알지못하더라도 더이상 힙합이 낯설고 어렵게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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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 - 우리가 바라는 세상을 현실에서 만드는 법
뤼트허르 브레흐만 지음, 안기순 옮김 / 김영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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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유토피아는 현실적으로는 아무데도 존재하지 않는 이상의 나라, 또는 이상향(理想鄕)을 가리키는 말이다. 우리는 모두 유토피아를 꿈꾼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현실은 디스토피아다. 우리는 과연 어떻게 유토피아를 향해 다가갈 수 있을까? 유럽의 젊은 사상가로 새롭게 떠오른 네덜란드의 저널리스트인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유토피아로 가는 어찌 보면 굉장히 급진적인 방법을 우리에게 제안한다. 그는 기본 소득의 무조건적인 보장과 주당 15시간 근무, 국민총생산량이 아닌 삶의 질을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수치의 지정, 과세(노동의 가치의 이동)와 로봇 재분배를 주장한다.

 

앞서 이 장의 제목이 가리키듯 누구나 수혜를 받아야 한다. 일종의 호의가 아니라 권리여야 한다. 따라서 무상 현금지원을 공산주의에 이르는 자본주의적 길이라고 부르자. 이것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도 생활할 수 있을 정도의 수당을 매달 지급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엄밀하게 말해 유일한 조건이라면 맥박이 뛰는 것이다.

-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

 

그의 유토피아 플랜의 첫 번째는 바로 무조건적인 기본소득 보장이다. 아무런 조건 없이 모든 사람에게 기본 소득을 현금으로 주어야 한다는 주장은 굉장히 파격적이다. 아무 대가 없이 돈을 준다면 사람들이 나태해지고 돈을 마구잡이로 쓸 것이라고 믿는 우리에게는 헛소리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뤼트허르 브레흐만의 조사에 따르면 기본소득에 대해 각지에서 이루어진 여러 연구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고 한다. 기본 소득이 주어진 사람들이 우리의 생각과 다르게 자신이 필요한 곳에 돈을 쓰며 여유를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가 말하는 기본소득의 무조건적인 보장은 모든 사람이 정말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정말 기본적인 조건은 갖출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조건이 없어야 하는가? 저자는 빈곤이 사람의 결정을 방해한다고 보았다. 빈곤과 그것이 초래한 환경 때문에 빈곤한 사람은 사회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맞추기는커녕 애초에 지원책을 찾아볼 여유조차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의 입장에서 정말 가난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지 못하는 사회 복지 정책으로 그들을 물가로 끌고 갈 것이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 물가로 갈 수 있게 돈을 주면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기본 소득의 무조건적인 보장은 그의 다음 주장과 연결된다.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가족, 공동체 생활, 레크리에이션처럼 자신에게 역시 중요한 다른 활동을 할 여유가 생긴다. 주당 근로시간이 짧은 국가에 자원봉사자와 사회 자본이 많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

 

두 번째 주장은 바로 주당 근무시간을 줄이자는 것이다.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주당 근무시간을 15시간으로 해야 한다고까지 말한다. 근로 시간과 생산성이 반비례한다는 점은 많은 사람들이 주지하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근무시간이 긴 것이 사회적으로 이득일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20세기 초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자동차 회사 포드의 초대 회장이 포드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근무 시간을 줄였더니 생산성도 좋아졌을 뿐만 아니라 포드의 매출도 좋아졌다고 한다. 이처럼 근무시간을 줄이게 되면 우리는 최대의 생산성으로 일할 수 있으며 일을 하지 않는 시간의 나를 개발할 시간을 가지게 된다. 나를 개발하는 시간은 정말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고 주변의 사람들과 어울리거나 사회에 봉사하는 일을 포함한다.

 

이것은 기본소득과 연결되는 주장이다. 개인의 근무시간을 줄이면 기업에서는 기존의 인원보다 많은 인원을 고용해야 하므로 국가에서 개인의 근무 시간을 줄일 수 있게 기업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근무시간이 줄 경우 기존에 비해 돈을 덜 벌게 됨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우리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본 소득이 제공되기 때문에 우리가 굳이 무리해가며 오랜 시간 근무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을 수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기업의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렇게 나쁘지 않다.

 

사실 기본소득을 조건 없이 제공하고 주당 근무 시간을 줄이는 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로 세상을 보아야한다는 그의 제안은 그가 어느 정도는 인지하고 있는 바와 같이 완전히 타당한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고, 너무 극단적이라 일반적으로는 받아들여지기 어려워 보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의 제목인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이 전혀 틀린 제목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이 책을 그렇게 받아들였다면 이 책을, 적어도 이 책의 10장을 다시 읽어보기를 권한다.

 

한 사람의 반대 목소리가 상황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집단에 속한 단 한 사람이 진실을 고수하면서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 다른 실험 대상자들은 그 주장을 믿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것은 광야에서 혼자 외치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용기를 북돋워주는 발견이다. 구러니 쉬지말고 하늘에 궁전을 짓자. 때가 올 것이다.

-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

 

패러다임의 변화에는 항상 (다수의) 반대 세력이 있다. 왜냐하면 기존에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가치관을 뒤집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게 너무 익숙한 세계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새로운 것으로 나아가는 일은 항상 만만하지 않다. 특히 우리에게 팽배한 경제학적 사고를 방식으로 하는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는 가장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학문인 것처럼 포장되어 있기 때문에 더욱 더 반박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저자가 10장에서 설명한 것처럼 자본주의나 신자유주의 역시 소수의 목소리로 세상을 뒤집는 세계관이었다. 소수이더라도 옳다고 생각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이 세상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아이러니하게도 현대에 마치 만고불변한 진리처럼 여겨지는 패러다임인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가 알려준다.

 

뤼트허르 브레흐만 역시 자신의 주장이 상당히 급진적이며 세상에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그가 자신의 책을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라고 내세운 것은 그만큼 자신이 연구한 유토피아에 대한 자신이 있어서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여러 장에 걸쳐 그는 그의 생각을 입증할 수 있는 많은 연구 사례들을 분석하였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실제로 그 사례들을 살펴보았을 때, 우리는 그가 말하는 유토피아 플랜에 희망을 품게 된다.

 

또한 그가 무엇보다도 자신을 가지고 세상에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대중의 유토피아를 믿기 때문이라고 본다.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산다는 것은 보통의 도덕관을 가진 사람이라면 공유하고 있는 유토피아의 기본 설정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똑같은 수준으로 잘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누구도 배를 곪지 않고 누구나 자신의 삶을 누릴 수 있는 삶을 꿈꾼다. 이런 생각을 우리가 어느 정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은 국제구호단체 활동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행하는 봉사활동, 기부 활동 등이 뒷받침해준다. 우리는 모두 같이 인간다운 삶을 살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에, 인간다운 삶을 살자는 저자의 기본 발상과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을 제시한 이 책이 틀렸다고 말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 책은 앞으로 유토피아의 모습은 이럴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가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실천해야할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신문 기자라는 출신답게 그는 정확하고 논리적이지만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그가 하고 싶은 말을 이 책에 잘 담아냈다. 아마 이런 특징 때문에 책의 제안에 동의할 수 없는 우파나 온건한 좌파이더라도 한번쯤 진지하게 끝까지 읽어볼 가치가 있다고는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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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의 시대 - 공감 본능은 어떻게 작동하고 무엇을 위해 진화하는가
프란스 드 발 지음, 최재천.안재하 옮김 / 김영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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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공감의 시대라는 제목과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은 상당히 동떨어진 것 같다. 내가 본 현실은 공감이 점점 더 결핍되어 가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끔찍한 사건 사고에 더 이상 공감하지 못한다. 타인의 고통을 개인의 몫이라고만 생각하고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도우려하지 않는다. 공감이 빛바래 가고 있는 현재에 이 책의 제목은 상당히 역설적이다.

저자 프란스 드 발은 서문에서 책 제목인공감의 시대의 의미를 두 가지로 꼽는다. “탐욕의 시대는 가고 공감의 시대가 왔다.”인간의 공감은 긴 진화적 역사가 뒷받침한다라는 의미인 것이다. 내 멋대로 해석한 바대로 다시 이야기하자면 다시 공감이 중요해지는 시대가 왔다는 것과 공감이 근대 사회의 산물이 아닌 역사가 꽤 긴 생물학적 산물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공감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보통 우리는 공감을 인간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감정적인 기제라고 보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흔히 타인의 입장에서 타인을 이해하는 이타적인 행동은 굉장히 고차원적인 정신적 산물로, 나의 욕구를 가장 우선시 하는 이기적인 행동은 우리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으로 여겨왔다. 이런 생각을 전제로 할 때 인간만큼 고등한 지능을 가지지 못한 여타 동물은 이타적인 행동의 기반이 되는 공감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다른 이가 어떻게 느끼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다른 어떤 동물보다 더 많이 파악한다. 하지만 통찰력 있게 다른 이를 돕는 동물로서 우리 인간은 첫 번째도 아니고 유일한 동물도 아니다. 행동의 측면에서 보면 타자를 구하려고 물속으로 뛰어드는 행동에서 인간과 유인원의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다. 동기의 측면에서 봐도 그 차이는 마찬가지로 그렇게 클 수가 없다.

- 공감의 시대

 

하지만 오랫동안 영장류 동물과 인간 사이의 유사점을 찾는 연구를 해온 동물행동학자이자 영장류학자인 저자 프란스 드 발의 생각은 다르다. 그가 생각하는 공감은 인간의 전유물이나 후천적으로 익힌 행동이 아니다. 프란스 드 발은 공감을 우리가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해 진화하며 얻은 선천적이고 본능적인 것으로 보았다. 무엇보다도 그는 본능적인 공감을 인간만의 것이 아닌 모든 사회적인 행동을 하는 동물들에 내재된 것으로 보았다. 그의 이런 생각은 그가 오랫동안 관찰해 온 영장류 동물뿐만 아니라 다양한 동물들의 행동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공감은 우리 진화의 일부분이며, 그것도 최근의 것이 아닌 아주 오래된 선천적인 능력이다. 인간은 얼굴, 신체, 목소리에 자동적인 반응을 하며, 이 세상에 나온 첫날부터 공감을 시작한다. 공감은 정말 그렇게 복잡한 능력이 아니다.

- 공감의 시대

 

프란스 드 발은 공감의 기제를 크게 4가지로 나누었다. 우선 그가 본 공감의 시작은 모방이었다. 타인의 동작을 자기도 모르게 따라하는 모방 현상은 타인의 관점이 되어보는 첫 걸음이다. 그 다음은 역지사지로, 타인의 입장이 되어 그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능력이었다. 그는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도움을 주는 것을 맞춤 도움이라고 칭했다. 또다른 기제로는 자기 인식이 있었다. 동물은 누군가를 반드시 공감하지 않는다. 저자는 각 개체가 자기가 누구인지 인식을 할 수 있어야 타인과의 관계를 정립하여 그에게 공감해주거나 해주지 않는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그가 본 공감의 기제 중 하나는 공정성이었다. 이 공정성이라는 기제는 공감의 목적과 집적적으로 연결되는 기제이다. 프란스 드 발이 본 공감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바로 집단의 유지였다. 인간을 포함한 대개의 동물이 진화하는 과정을 보았을 때 집단으로 행동할 때가 개인으로 행동할 때 보다 살아남을 확률이 높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각 개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기 일신의 안위가 먼저인 이기적인 본능보다는 타인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이타적인 행동의 핵심인 공감이 필요했던 것이다.

 

맥신은 거울로 와서 코를 거울 위로 휙 던지고는 거울이 설치된 벽 너머를 볼 수 있게 뒷다리로 서서 거울 위로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모두가 알듯이 코끼리는 기어오르지 않는다. 수십 년의 경력이 있는 사육사도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벽은 그 위에 2톤 무게가 기대어도 버텨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의 실험은 그때 그 자리에서 뉴욕의 교통을 뚫고 맥신을 쫓으며 끝났을 것이다!

- 공감의 시대

 

프란스 드 발은 자신의 전공분야인 동물행동학뿐만 아니라 심리학과 경제학, 동양 철학 등 다양한 학문을 넘나들며 공감의 매커니즘과 그 목적을 굉장히 논리적으로 정리했다. 특히 자칫하면 전문용어로 인해 어려울 수 있는 공감의 메커니즘을 다채로운 사례를 들어 굉장히 입체적이면서도 쉽게 전달해준다. 거기에 곁들여진 그의 재치가 넘치는 농담과 가끔씩 드러내는 솔직한 속내가 딱딱하고 복잡해 읽기 어려웠을 수도 있을 이 책을 읽기 쉽고 정말 재미있게 만들어준다. 특히 이처럼 위트 있지만 어려운 내용을 담은 글이 막힘없이 술술 읽힌다는 점은 번역자인 우리나라 최고의 동물학·생태학·생물학 권위자인 최재천 교수의 센스도 돋보였다고 생각한다.

그 어느 때보다도 자민족주의, 자문화중심주의가 강해지고 있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공감의 시대는 그 어떤 자료나 연설, 강의보다도 훨씬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생물학 책이다. 현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두에게 한번쯤은 꼭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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