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의 시대 - 공감 본능은 어떻게 작동하고 무엇을 위해 진화하는가
프란스 드 발 지음, 최재천.안재하 옮김 / 김영사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공감의 시대라는 제목과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은 상당히 동떨어진 것 같다. 내가 본 현실은 공감이 점점 더 결핍되어 가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끔찍한 사건 사고에 더 이상 공감하지 못한다. 타인의 고통을 개인의 몫이라고만 생각하고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도우려하지 않는다. 공감이 빛바래 가고 있는 현재에 이 책의 제목은 상당히 역설적이다.

저자 프란스 드 발은 서문에서 책 제목인공감의 시대의 의미를 두 가지로 꼽는다. “탐욕의 시대는 가고 공감의 시대가 왔다.”인간의 공감은 긴 진화적 역사가 뒷받침한다라는 의미인 것이다. 내 멋대로 해석한 바대로 다시 이야기하자면 다시 공감이 중요해지는 시대가 왔다는 것과 공감이 근대 사회의 산물이 아닌 역사가 꽤 긴 생물학적 산물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공감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보통 우리는 공감을 인간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감정적인 기제라고 보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흔히 타인의 입장에서 타인을 이해하는 이타적인 행동은 굉장히 고차원적인 정신적 산물로, 나의 욕구를 가장 우선시 하는 이기적인 행동은 우리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으로 여겨왔다. 이런 생각을 전제로 할 때 인간만큼 고등한 지능을 가지지 못한 여타 동물은 이타적인 행동의 기반이 되는 공감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다른 이가 어떻게 느끼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다른 어떤 동물보다 더 많이 파악한다. 하지만 통찰력 있게 다른 이를 돕는 동물로서 우리 인간은 첫 번째도 아니고 유일한 동물도 아니다. 행동의 측면에서 보면 타자를 구하려고 물속으로 뛰어드는 행동에서 인간과 유인원의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다. 동기의 측면에서 봐도 그 차이는 마찬가지로 그렇게 클 수가 없다.

- 공감의 시대

 

하지만 오랫동안 영장류 동물과 인간 사이의 유사점을 찾는 연구를 해온 동물행동학자이자 영장류학자인 저자 프란스 드 발의 생각은 다르다. 그가 생각하는 공감은 인간의 전유물이나 후천적으로 익힌 행동이 아니다. 프란스 드 발은 공감을 우리가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해 진화하며 얻은 선천적이고 본능적인 것으로 보았다. 무엇보다도 그는 본능적인 공감을 인간만의 것이 아닌 모든 사회적인 행동을 하는 동물들에 내재된 것으로 보았다. 그의 이런 생각은 그가 오랫동안 관찰해 온 영장류 동물뿐만 아니라 다양한 동물들의 행동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공감은 우리 진화의 일부분이며, 그것도 최근의 것이 아닌 아주 오래된 선천적인 능력이다. 인간은 얼굴, 신체, 목소리에 자동적인 반응을 하며, 이 세상에 나온 첫날부터 공감을 시작한다. 공감은 정말 그렇게 복잡한 능력이 아니다.

- 공감의 시대

 

프란스 드 발은 공감의 기제를 크게 4가지로 나누었다. 우선 그가 본 공감의 시작은 모방이었다. 타인의 동작을 자기도 모르게 따라하는 모방 현상은 타인의 관점이 되어보는 첫 걸음이다. 그 다음은 역지사지로, 타인의 입장이 되어 그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능력이었다. 그는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도움을 주는 것을 맞춤 도움이라고 칭했다. 또다른 기제로는 자기 인식이 있었다. 동물은 누군가를 반드시 공감하지 않는다. 저자는 각 개체가 자기가 누구인지 인식을 할 수 있어야 타인과의 관계를 정립하여 그에게 공감해주거나 해주지 않는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그가 본 공감의 기제 중 하나는 공정성이었다. 이 공정성이라는 기제는 공감의 목적과 집적적으로 연결되는 기제이다. 프란스 드 발이 본 공감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바로 집단의 유지였다. 인간을 포함한 대개의 동물이 진화하는 과정을 보았을 때 집단으로 행동할 때가 개인으로 행동할 때 보다 살아남을 확률이 높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각 개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기 일신의 안위가 먼저인 이기적인 본능보다는 타인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이타적인 행동의 핵심인 공감이 필요했던 것이다.

 

맥신은 거울로 와서 코를 거울 위로 휙 던지고는 거울이 설치된 벽 너머를 볼 수 있게 뒷다리로 서서 거울 위로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모두가 알듯이 코끼리는 기어오르지 않는다. 수십 년의 경력이 있는 사육사도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벽은 그 위에 2톤 무게가 기대어도 버텨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의 실험은 그때 그 자리에서 뉴욕의 교통을 뚫고 맥신을 쫓으며 끝났을 것이다!

- 공감의 시대

 

프란스 드 발은 자신의 전공분야인 동물행동학뿐만 아니라 심리학과 경제학, 동양 철학 등 다양한 학문을 넘나들며 공감의 매커니즘과 그 목적을 굉장히 논리적으로 정리했다. 특히 자칫하면 전문용어로 인해 어려울 수 있는 공감의 메커니즘을 다채로운 사례를 들어 굉장히 입체적이면서도 쉽게 전달해준다. 거기에 곁들여진 그의 재치가 넘치는 농담과 가끔씩 드러내는 솔직한 속내가 딱딱하고 복잡해 읽기 어려웠을 수도 있을 이 책을 읽기 쉽고 정말 재미있게 만들어준다. 특히 이처럼 위트 있지만 어려운 내용을 담은 글이 막힘없이 술술 읽힌다는 점은 번역자인 우리나라 최고의 동물학·생태학·생물학 권위자인 최재천 교수의 센스도 돋보였다고 생각한다.

그 어느 때보다도 자민족주의, 자문화중심주의가 강해지고 있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공감의 시대는 그 어떤 자료나 연설, 강의보다도 훨씬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생물학 책이다. 현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두에게 한번쯤은 꼭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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