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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
나오미 울프 지음, 윤길순 옮김, 이인식 해제 / 김영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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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의 신화가 진화나 성, 성별, 미학, 신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면 대체 어디에 근거한 것일까? 그것은 친밀한 관계와 성과 삶에 관한 것이라고, 여성을 찬미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감정적 거리와 정치, , 성적 억압으로 구성되었다. 아름다움의 신화는 절대 여성에 관한 것이 아니다. 남성의 제도와 그에 따른 권력에 관한 것이다.

-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35pp. “

20세기 미국의 각종 차별과 사회적 문제를 세상에 알리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온 진보적 사회적 비평가이자 페미니스트인 나오미 울프는 아름다움이 여성들에게 강요되는 이유와 그것이 작동하는 원리가 일반적으로 우리가 아는 것과는 다르다고 본다. 1990, 저자가 스물여덟 살이던 해에 그녀는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원제: 아름다움의 신화 The Beauty Myth)를 통해 유독 여성들에게만 요구되는 아름다움이 정말 그렇게 여성들에게 중요한 미덕이고 당연히 갖추어야할 덕목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반문을 제기한다.

 

사실 사회는 여성의 외모 자체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여성이 아직도 자신이 무엇을 가질 수 있고 무엇을 가질 수 없는지를 다른 사람들이 말하도록 내버려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여성을 지켜보는 것은 좋은 여성이 되라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하려는 것이다.

-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165 pp.”

 

저자인 나오미 울프는 여성들에게 아름다움이 일종의 현대판 종교-신화와도 같다고 보았다. 그렇다면 왜 아름다움은 여성들에게 강요되는 것인가? 저자는 그것이 기득권층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고 자신의 이득을 얻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기득권층은 단순히 남성 일반이 아니다. 우리가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아름다움이 단순히 외모의 다양성을 묶어두려는 것이 아니라 여성들의 행동과 정신을 묶어두려는 것임을 파악해야한다. 저자는 아름다움의 신화가 어떻게 우리 일상에 들어와서 작용하고 있는지를 일, 문화, 종교, 섹스, 굶주림, 폭력(성형 수술)이라는 여섯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아름다움의 신화라는 그녀의 가설을 뒷받침하는 탄탄한 증거들이다. 약간은 투박하고 딱딱하게 읽힐 수 있는 문체와 우리가 마치 불고의 진리와 같다고 알고 있던 아름다움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는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나오미 울프의 책을 억지 주장이라고, 불편하다고 생각하지 않게 된다. 그것은 모두 저자가 내세운 법원의 판례, 실제 광고 카피 및 각종 통계와 인터뷰 등의 증거가 그녀의 가설을 탄탄히 뒷받침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울프는 그 증거들을 논리적이고 유기적으로 잘 연결하여 사람들에게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관점을 설득력 있게 잘 풀어서 이야기 한다.

 

저자의 가설에서 주목할 만한 점 중 하나는 바로 아름다움이 강요되는 이유를 단순히 성(sex)에서 찾지 않았다는 것이다. 흔히 여성의 섹슈얼함을 부각시키기 위해 아름다움이 강요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오미 울프는 현대의 여성에게 요구되는 아름다움에는 겉으로 보이는 섹슈얼함만이 아닌 이면의 다른 요소가 숨겨져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현대 여성에게 요구되는 아름다움이 자연 상태에서는 거의 나올 수 없는 철의 여인이라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이상향을 꿈꾸게 해서 여성의 내면의 자존감을 낮추었다고 본다. 또한 지나치게 마른 몸매는 여성들이 자신들의 불평등함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없게, 자신을 사회가 요구하는 대로 치장하는데 바빠 제대로 일에 몰두할 수 없고, 피학적인 섹스의 이미지로 섹스를 진정으로 즐길 수 없게 만들어 여성들이 자신들을 드러내고 인생을 즐길 권리를 앗아갔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이 다각적이면서도 구체적으로 아름다움이 여성에게서 앗아간 것이 무엇이고 어떻게 앗아간 것인지를 탄탄하게 그려낸 책은 많지 않다.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를 나는 페미니즘 열풍이 불고 있는 한국 사회에 꼭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 사회는 남자 대 여자의 대결 구도로 갈등하는 양상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더 심한 갈등 구조로 가는 것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페미니즘의 방향에 대해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과연 누가 여성의 인권을 앗아갔고, 누가 그로 인해 이득을 보는가? 나오미 울프의 책은 여성들을 억압하는 아름다움의 신화라는 장치가 단순히 남성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남성 중에서도 사회 권력 구조에서도 가장 위의 권력을 차지하고 시장을 움직이는 자들이야 말로 여성의 권리를 갉아먹으며 자신들의 이익을 취하는 적이라고 지적한다.

 

섹스를 한낱 아름다움으로 만들어버리는 이미지, 미인을 비인간적인 것으로 만드는 이미지, 그녀를 에로틱하게 포장해 고문하는 이미지가 정치적·사회경제적으로 환영받는 것은 그것이 여성의 성적 자부심을 무너뜨리고 여성과 남성이 서로 떨어져 적대시해야 굴러가는 사회질서에 그들이 함께 손잡고 맞설 가능성을 낮추기 때문이다. ···(중략)··· 이성애는 경제에 피해를 줄 위험이 있다. 사랑하는 남녀 간의 평화와 신뢰는 세계 평화가 군산복합체에 나쁜 만큼이나 소비 경제와 권력구조에 나쁠 것이다.“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 233pp.

 

하지만 한국에서 여성 차별을 논할 때에는 종종 그것이 제도의 문제가 아닌 남자들의 문제인 것 마냥 여겨지고 있다. 울프가 말하는 아름다움의 신화로 드러난 여성 차별은 여성이 여성으로의 자신을 사랑할 수 없게 만들고 남자와 여자가 서로 연대하여 기득권층에 반발할 수 없도록 우리를 떼어놓는 것이다.

 

우리 모두 페미니즘이 여성만을 위한 운동이 아니라 남녀 모두 평등하기 위한 운동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는 여성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 우리는 누군가의 잘못이라고 할 것이 아니라 여자와 남자의 연대를 이끌어 낼 수 있게 노력해야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또한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며 사랑하고 존중하며 세상이 우리에게 제시하는 것을 다르게 볼 줄 아는 눈도 키워야한다고 말해준다.

 

흠 없는 미인에 중독된 현대인을 위한 필독서라는 말처럼, 단 한번이라도 나의 외모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있는 사람, 그 반대로 남에게 외모를 지적해본 적 있는 모든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여긴 여성의 아름다움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이해하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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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17-08-12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오미 울프의 책을 10여년 전에 읽어서...
Beauty Myth가 꽤 늦게 번역되었나봐요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 - 오은영 박사의 불안감 없는 육아 동지 솔루션
오은영 지음 / 김영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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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즈 카페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는 나는 아이들을 자주 만나고 있다. 하루에 적게는 두 명에서 많게는 사십 여 명 정도의 아이들과 함께하며 내가 느낀 것은 아이들은 어떤 엄마와 아빠의 밑에서 자라고 있는지에 따라 천차만별로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예의바르고 착해서 사랑스러운 아이와 제멋대로 굴고 심술만 부리는 아이를 함께 돌보다 보면 정말 이런 말이 절로 나온다.  

 

과연 내가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있을까?”

 

비혼주의자에 애를 낳을 생각도 없던 나조차도 내 아이도 아닌 남의 아이들을 잠깐 맡아 돌보며 이런 걱정과 고민을 하는데 하물며 부모들은 어떨까?

 

부모에게 있어 육아는 나의 인생이기도 하지만 아이라는 한 사람의 인생을 만들어나가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에 가진 책임감에 부모들이 더욱 더 불안해하고 걱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실수를 해서 이 아이가 제대로 된 사회 구성원이 될 수 없지 않을까하는 애정 어린 불안과 걱정이 있는 것이다. 이런 부모들의 걱정과 불안은 부부 간의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는 그런 불안한 엄마 아빠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왜 그런 불안이 생기는지, 그 불안의 양상이 왜 다르게 나타나는지를 분석한 것을 쉽게 설명해주며 어떻게 내 아이를 키울 것인가에 대해 구체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책이다.

 

당신은 왜 그렇게 애한테 냉정해? 당신 애 아빠 맞아?”

당신은 왜 그렇게 애한테 안달복달이야?”

TV 프로그램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로 우리에게 친숙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인 오은영 박사는 아이에게 무관심한 아빠의 반응과 불안해 하는 엄마의 반응의 심리적 원인을 불안으로 꼽으며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조언을 시작한다.

 

부모라면 누구나 불안하고 두렵다.

그것은 내 안에 모성과 부성이 존재한다는 증거이다.

내 불안과 당당히 마주해야만 내 안의 모성과 부성이 

올바른 양육의 길로 나를 안내한다.”

 

-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서문 -

 

  모성과 부성 모두 불안의 증거라는 점은 사뭇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다. 모성과 부성이 있다면 우리는 저절로 아이를 잘 양육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근데 왜 우리는 모성과 부성이 내 안에 있는데 불안해 한다는 것일까?

불안은 인간이 스스로를 위험 상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본능적인 감정이다. 불안이 적당히 있어야 우리는 스스로를 위험 상황으로부터 적절히 보호할 수 있다. , 불안은 내 안의 모성과 부성이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 같은 불안, 다른 대응과 갈등

 

  그렇다면 같은 불안에서 시작된 것인데 왜 엄마와 아빠의 불안한 심리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는 것일까? 오은영 박사는 이를 생리학, 심리학, 사회학 등의 다양한 각도로 접근하여 쉽게 설명하고자 했다. 엄마의 불안은 원시 인류부터 DNA에 저장되어 내려온 보호 본능과 함께 사회·문화적으로 쌓여온 죄책감, 미안함, 욕심 그리고 엄마 스스로의 정체성의 혼란이 기저를 이루고 있다. 반면에 아빠의 불안감은 원시 인류 때의 사냥꾼의 본능과 가부장적인 사회 ·문화에서 온 고집, 회피, 불신, 경계심에 있다.

이렇듯이 불안의 기저가 다르기 때문에 엄마는 아이를 걱정하는 태도로 대하지만 아빠는 무심한 태도로 아이를 대하게 되는 것이다.

 

  엄마와 아빠 모두 아이를 사랑하고 있지만 아이와 관련된 문제를 다루는 태도가 다르기 때문에 부모는 아이를 키우며 계속 갈등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이를 자신의 상담 사례를 통해 피상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어떻게 아이에게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부부 간의 육아에 대한 의견 차이를 어떻게 좁힐지에 대한 세세한 솔루션은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어떻게 실천할지 몰랐던, 혹은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부분까지 짚어주고 있다.

 


많은 부모들은 불안하면 아이한테 화를 낸다

자신의 불안의 원인이 아이가 아님에도 부모는 내 아이에게 화를 낸다

아이에게 화를 내는 부모의 속마음은 무얼까

아마도 약한 존재라 만만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이는 내가 없으면 안 되는 존재이기 때문에 내가 화를 내도 금방 용서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일 것이다.”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 서문 中 -


 

  특히 저자는 아이들이 부모의 부속물이 아닌 온전한 하나의 인격체임을 항상 기억하며 아이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을 계속 이야기 하고 있다. 아이의 감정에 부모가 충분히 공감해주며 차분히 아이가 옳은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오은영 박사는 자칫하면 아이를 키우는데 급급해 부모가 종종 잊어버리는 육아의 본질을 세심하게 짚어준다.

 

  그녀가 이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에서 말하는 이야기의 핵심은 결국 부모가 행복해야지 아이도 행복하다는 것이다. 엄마 아빠가 스스로 불안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것을 극복하며 의연하게 아이를 돌봐야 아이도 불안해하지 않을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에서 충분히 사랑 받고 엄마 아빠를 모범 삼아 훌륭한 사회 구성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나는 아이를 낳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를 낳자마자 여자가 정말 아이에게 평생을 헌신할 정도로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모성 본능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아마 그것은 나뿐 만이 아닐 것이다. 모성 본능이라는 말을 종종 사용한 이 책을 내 또래의 젊은 여성들은 약간 불쾌해 할지도 모른다. 사회에서 모성 본능이라는 좋은 말을 내세워 여자에게 많은 희생을 요구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요즘 대두되고 있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모성 본능이라는 말은 현대 사회에서 여성에게만 육아를 독박 씌우는 개념일지도 모른다.


  2017년 개정판을 내며 오은영 박사는 위와 같은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여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엄마의 걱정과 아빠의 무관심을여자의 혹은 남자의 그것으로 

이해하기보다 부모의 것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여자와 남자라는 경계를 두고 이해하기보다

부모의 불안은 사람과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감정인 듯 모습을 바꾸어 

표출될 수 있음을 이해했으면 한다. ···(중략)··· 

우리의 양육 방향은 여자의 모성 반과 남자의 부성 반이 합쳐져

부모성(父母性)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여자의 부모성 하나와 남자의 부모성 하나가 만나 

불안에 흔들릴지언정 결코 휘둘리지 않는 

단단한 하나의 부모성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 서문 中 -



  나는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며 모성과 부성을 일종의 책임감으로 받아들이고 읽으면 좀 더 편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은영 박사가 개정판 서문에서 얘기한 것처럼 그것이 남녀의 특징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모성과 부성을 달리 설명한 것은 이제까지 저자가 상담을 하며 만난 가족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좀 더 일반론적인 설명을 하려 했던 것이지 엄마는 이렇고 아빠는 이렇다라고 딱 떨어지는 정의를 내리려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엄마, 아빠가 아닌 성인이 된 지 얼마 안 된 20대 여성인 나는 이제까지 나를 키우며 엄마 아빠가 내게 보여준 많은 모습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나의 부모님도 부모가 된 것은 처음이기에 많이 불안하고 어떻게 키우는 것이 나를 잘 키우는 방법인지 몰라서 갈등하며 나를 키워 오신 것을 부모님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보이는 엄마 아빠의 갈등 사례가 마냥 낯설지 않은 것을 보면 우리 부모님이 마냥 나를 잘 키우신 것은 아니지만 나를 잘 키우려고 늘 걱정하며 나름 노력하셨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오은영 박사의 세심한 조언은 키즈 카페에서 일하며 아이들을 돌보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되기도 했다. 유아교육을 전공하지 않은 내게 갑자기 애들과 놀아주라고 하니 나는 좀 어렵게만 느껴졌었다. 다른 유아교육을 전공한 아르바이트 선생님들을 보며 어깨너머로 배워 아이들과 놀아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좀 더 존중하고 정말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아이들이 잠깐이나마 안정적으로 놀 수 있을지 한 번 더 생각해보고 움직일 수 있었다.

 

  인생이 처음이라 부모 역할이 처음인 이 세상 모든 부모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아직 부모가 되지 않았지만 부모가 될 계획인 사람들에게도 무척이나 추천하고 싶다. 육아의 달인인 오은영 박사의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는 단순히 육아라고 해서 아이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닌 엄마 아빠 개인과 둘의 관계에까지 초점을 맞춰 가족이 모두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오은영 박사의 조언을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게끔 만든 특별부록과 자신의 불안도를 체크해 볼 수 있는 질문지, 그리고 매 장마다 핵심적으로 상황을 짚어주고 하지 말아야 할 말과 행동을 요약한 깨알같은 조언을 보는 소소한 재미도 있다.

 

  오은영 박사의 책 끝에 쓴 것처럼 이 책을 읽는다고 당신의 육아 방식이 드라마틱하게 변하지 않을 수는 있다. 하지만 당신이 정말 이 책을 재밌게 열심히 적어도 저자의 조언이 당신의 머릿 속에 남아 아주 조금씩 변화를 일으켜 모두가 행복한 육아를 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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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과 사랑의 대화
김형석 지음 / 김영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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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것이 인생이다이것이 삶인 것이다유로 있으려 하면서 무로 가는 것끝까지 스스로의 유를 보존하려 하다가 속절없이 무로 스며들고 마는 것누가 인간의 이러한 현실과 실상을 부정할 수 있으며이 엄연한 사실을 외면할 수 있겠는가?’

 

<영원과 사랑의 대화>야 말로 이 책을 가장 잘 나타내는 제목이 아닐 수 없다.

 

영원은 인간의 유한성이 주는 무한함에 대한 그리움을 말한다.

언젠가는 소멸하고야 만다는 그 유한성이 우리에게 영원에 대한 갈망을 심어준다.

하지만 그 영원이라는 이상과 언젠가 죽는다는 현실의 사이는 좁힐 수 없다.

그런 간극이 사람들에게 유한한 삶에 대한 고민을 가져온다.

 

어떻게 하면 끝이 있는 내 인생을 잘 살 수 있을 것인가?’

 

이 고민에 대한 답을 저자 김형석은 유의미한 삶으로 꼽는다.

 

그가 본 가치 있는 삶은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이 책을 앞을 주로 읽는다는 것을 아셨는지 감사하게도 그 요약을 이 책의 시작인 생활의 좌표에 넣어주셨다한 문장으로 더 짧게 요약해보자면 스스로의 문제의식과 신념을 가지고 이웃()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삶이다.

 

그렇다면 사랑은 무엇인가?

 

내가 이 에세이에서 본 사랑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에로스만이 아닌 가족 간의 사랑이웃과 감사한 이들의 사랑살았던 곳에 대한 애정 그리고 더 나아가 신이 내게 주는 사랑까지도 지칭하는 것이었다.

 

유한한 인생에서 우리는 혼자 살아가지 않음을 김형석은 지속적으로 얘기하고 있다모든 파트에서 그는 그의 주변 사람들과 신의 사랑을 강조한다.

 

왜 그는 사랑을 강조한 것인가?

 

인생은 혼자 살다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은 태어나서 죽는 날까지 관계를 맺으며 사는 사회적인 동물이다.

우리는 그 관계 속에서 서로 조금씩 결이 다른 사랑을 주고받아 연대하며 살아나가고 있다.

달리 말하자면 나의 인생을 의미 있게 사는 것을 논할 때 사랑을 빼 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는 신이라는 논란이 많은 존재의 사랑을 얘기하는가?

그는 단순히 그의 신앙을 전도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는 철학자이자 신앙인으로 신을 얘기한다.

 

그러나 유한한 인간이 무한과 영원에 대하는 고독은 누구도 해결 지어줄 수 없는 고독이다죽음을 앞에 대하는 것보다도 정신적으로는 더 뼈저린 고독이다무한이라는 무궁히 긴 시간을 혼자 영원히 걸어가야 하는 인간의 고독이다.’

···(중략)···

인생의 강가에 서서이제는 넘어야 할 허무의 흐름만이 있는 석양의 피안 저쪽에서 찾아주는 영원한 음성의 주인공이 사랑이다우리는 그를 신이라 부르기 때문에 영원에의 그리움과 갈망에서 오는 고독은 영원만이 해결지어 주는 것이다.’

 

인류학에서는 종교가 죽음에서 시작되었다고 본다.

죽음을 목격한 인류는 자신들이 무한한 존재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우리 모두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이 주는 허무감과 공포를 달래기 위해 인간은 자신들과 달리 영원을 살 수 있는 신과 내세에 대해 상상하는 것이다.

그 상상을 구체화하고 현실화하며 그에 따라 가치 있는 삶을 나름대로 정리한 것이 정교화 되면서 종교가 된 것이다.

 

신은 단순히 죽음 이후의 세계를 관장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죽음의 반대편에 있는 탄생을 관장하기도 했다.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세계를 창조하고 우리 인간의 존재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종교에는 반드시 포함된다.

그는 자신이 만들어 낸 것들을 사람이 자식을 아끼고 사랑하듯 내리 사랑을 보여준다.

 

우리는 신을 영원과 사랑 그 자체라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독실한 기독교인이기도 하지만 영원을 그리워하는’ 철학자로서 저자는 신에 대한 얘기를 빼놓을 수 없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죽음을 통해 인생을 보고 있지만 이 책은 사실 전혀 어렵지도 무겁지도 않았다. 1920년에 태어나 현재는 연세대학교 명예 교수를 하고 있는 저자의 삶의 이야기가 정말 진솔하게 펼쳐져 있다그가 살아오며 체득한 그의 수많은 정체성들이 녹아 내려 있는 그의 이야기들은 마치 시골집에 내려가 할아버지가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요새 말하듯 꼰대처럼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며 노오력을 하라고 잔소리 하는 책이 아니다.

첫 챕터를 읽고 그런 오해를 할 수도 있겠지만 끝까지 그의 책을 읽다보면 우리는 저자가 젊은이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차분히 그의 인생 이야기를 바탕으로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게 설득하는 에세이임을 알 수 있다.


어느 늦은 저녁 거실 소파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나를 본 아버지께서 무슨 책을 읽고 있었느냐 물어보셨다. 1세대 철학자인 김형석 씨의 에세이를 읽는다하자 아버지께서는 사뭇 놀라며 젊을 적 그 분의 글을 좋아하셔서 김형석 씨의 책은 다 읽어 보셨다며 반가워하셨다.


56년 전 세상에 나온 책을 왜 지금 다시 낸 것일까?


그것은 아버지가 읽었던 책을 딸이 읽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세련되지만 진솔하게 인생의 정수를 담은 에세이집이라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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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소설
엠마뉘엘 카레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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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드는 새벽, 스멀스멀 찾아드는 우울감과 이상한 생각들을 한번쯤은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이 모양인가 와 같은 고통스러운 고민들은 결국 더 나은 내가 되고 싶다고 가 아닌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만들게 한다.

 

하지만 그런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은 종종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나름대로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내어 실현해 보려하지만 마음먹은 것처럼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꿈이 내 발목을 잡으며 더 우울함에 빠져들게 된다.

 

이 책은 엠마뉘엘 카레르가 겪는 우울한 감정이 만들어낸 상황에 대한 르포르타주이다. 문학비평용어사전에 따르면 르포르타주는 사회현상이나 사건을 충실히 기록하거나 서술하는 보고기사 또는 기록문학이다. , 사실에 기반하여 쓰는 글이라는 것이다.

이를 알고나자 정말 엠마뉘엘 카레르의 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그러자 엠마뉘엘 카레르라는 타인의 일기장에 오롯이 담긴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훔쳐 읽는다는 오묘한 기분이 묘한 중독감을 일으킨다.

 

그의 스스로에 대한 자기 성찰은 그의 모든 방면에서 일어난다. 그의 타고난우울함과 광기, 애인인 소피와의 관계에서 오는 불안함, 불우하다면 불우하다고 할 수 있는 가족사 등이 얽히고 설켜 만들어낸 그의 불안하고 우울한 내면을 그가 나름대로 해석하고 풀어내려한 노력의 증거가 이 책이다.

 

왜 제목이 <러시아 소설>인가.

헝가리인을 취재하러 갔던 러시아의 코텔니치에서 그는 자신의 러시아어에 집착하기 시작한다. 러시아어에 대한 집착은 곧 러시아 말을 할 수 있었던 조지아 사람인 자신의 외조부에 대한 생각와 연결된다. 똑똑하지만 암울한 인생을 살다가 실종된 자신의 외조부. 그의 흔적은 자신의 어머니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에 퍼져있다고 여기는 그는 그의 행방을 찾으면 자신의 내면의 불안함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 믿는다. 자신의 외조부처럼 실종되었었던 헝가리인이 있던 코텔니치에 그는 흥미를 가지고 그곳에서 르포르타주 영상을 찍으려 한다. 그의 외조부의 흔적인 러시아 어를 숙달하려 한다.

 

그가 그렇게 그의 내면의 불안을 러시아-‘코텔니치프로젝트로 해소하려하자 자연스럽게 그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한 요소였던 소피와의 관계도 점점 더 위태로워진다. 그는 내면의 고통을 치유하고 있다고 믿으며 불완전하게 소피에 대한 사랑을 키웠지만 그 사랑은 기형적으로 완성되었다. 그의 소피의 대한 기형적이지만 열정적인 사랑은 가장 관능적인 3부에서 정점을 찍고 점점 비틀려간다. 3부의 내용으로 인해, 그의 외조부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그의 가족- 그의 어머니와의 관계도 일그러진다.

 

결국 파국이다.

 

그의 일상은 계속 달려나가지만 그의 우울함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정말 우울한 이야기임이 틀림없지만 우리는 <러시아 소설>을 계속 읽을 수밖에 없다. 내면의 어둠에 대해 알아보다가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 것은 누구나 해보는 일이기 때문에, 남은 그것을 어떻게 다루는지 궁금해서 참을 수 없기 때문이다.

 

중간에 너무 우울하다고, 나는 행복한 책을 읽고 싶다고 돌아서지 않기를 권한다. 다 읽고 나면 느낄 수 있는 그 후련함이 정말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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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는 애매한 시기다. 청소년기에서 어른으로 넘어가는 20대.  
청소년일 때에는 수능만 잘 보면 된다고, 다른 거 신경 쓰지 말고 너는 공부만 하라고 해서 내내 공부만 했다. 그런데 스무살이 된 내게 갑자기 낯선 투표권이 생겼다. 개념은 알고 있지만 무엇이 옳고 그른지, 내 정치에 관한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생긴 투표권은 부담스러운 권리였다. 애써 정치를 쫓아가보려 하지만 정치는 어떤 진리가 아닌 생각이기 때문에 책을 보아도, 인터넷을 보아도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도대체 뭐가 뭔지 알기 어려웠다. 너무 어려웠기 때문에 다가가기도 겁났고 알아보려하면 할수록 정치는 더러운 것으로만 보였다.
그러나 지난 촛불집회와 19대 대선을 통해 정치에는 내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여전히 어떻게 그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하는지가 어려웠다. 가뭄의 단비와 같게도 ‘정치의 시대’ 중 ‘만국의 알바여, 정치하라‘ 소책자를 만나게 되었다.



필리버스터로 유명해진 은수미 전 의원님의 강연 내용을 담은 ‘만국의 알바여, 정치하라’는 옆에서 알기 쉽게 정치를 조곤조곤 설명해주는 것만 같았다. 민주주의 사회의 헌법은 국민에게 주권이 있다고 말한다. 이 말은 방법은 다 다를지라도 모든 정치 행위가 결국 국민을 위한 행동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크게 볼 때 자유를 가진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 받는 사회를 만들고 유지하기 위한 것이 정치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제도권에서만 정치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일상 속에서도 정치가 다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는 일상에서 정치를 만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제도 정치는 늘 우리와 동떨어져 있는 것이었다. 특히나 ‘호모 인턴
스’, ‘호모 알바스’라고 불리는 비정규직 사회에서 우리는 정치에 다가가기 힘들다. 은수미 전 의원은 이런 상황을 노동 문제 전문가의 시각에서 해석하여 우리에게 우리만의 잘못이 아니라고 이야기 해준다. 제도권에서 모두가 정치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사회, ‘국민 기본선’이 보장된 사회를 만들려고 노력
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이 역시도 제도 정치뿐만 아니라 우리들이 촛불 집회와 같이 계속 관심을 가지고 그 관심을 표출해서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일상 정치도 활발히 일어날 수 있어야한다고 주장한다.

여전히 정치는 아직 어려운 문제이지만 정치의 베이스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존중 받을 자격이 있는 ‘우리’ 국민이 살만한 사회를 만들도록 하려는 노력이 바로 정치라고 나는 이 책을 읽고 다시금 깨달았다. 대학교에 오기까지 사회 교과서로만 너무 간단하게 배웠다, 주권은 국민에게만 있다는 그 말을 쉽고 가장 마음에 잘 와닿게 풀어준 책이었다.


나와 같이 정치를 어렵다고만 생각하고 멀리하려는 사람, 지난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정치가 무엇인지 궁금해진 20대에게
 정말 강력하게 추천해주고 싶다. 우리 모두 함께 좀 더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더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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