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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 - 오은영 박사의 불안감 없는 육아 동지 솔루션
오은영 지음 / 김영사 / 201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7/0803/pimg_7179261911708528.jpg)
키즈 카페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는 나는 아이들을 자주 만나고 있다. 하루에 적게는 두 명에서 많게는 사십 여 명 정도의 아이들과 함께하며 내가 느낀 것은 아이들은 어떤 엄마와 아빠의 밑에서 자라고 있는지에 따라 천차만별로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예의바르고 착해서 사랑스러운 아이와 제멋대로 굴고 심술만 부리는 아이를 함께 돌보다 보면 정말 이런 말이 절로 나온다.
“과연 내가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있을까?”
비혼주의자에 애를 낳을 생각도 없던 나조차도 내 아이도 아닌 남의 아이들을 잠깐 맡아 돌보며 이런 걱정과 고민을 하는데 하물며 부모들은 어떨까?
부모에게 있어 육아는 나의 인생이기도 하지만 ‘아이’라는 한 사람의 인생을 만들어나가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에 가진 책임감에 부모들이 더욱 더 불안해하고 걱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실수를 해서 이 아이가 제대로 된 사회 구성원이 될 수 없지 않을까하는 애정 어린 불안과 걱정이 있는 것이다. 이런 부모들의 걱정과 불안은 부부 간의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 는 그런 불안한 엄마 아빠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왜 그런 불안이 생기는지, 그 불안의 양상이 왜 다르게 나타나는지를 분석한 것을 쉽게 설명해주며 어떻게 내 아이를 키울 것인가에 대해 구체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책이다.
“당신은 왜 그렇게 애한테 냉정해? 당신 애 아빠 맞아?”
“당신은 왜 그렇게 애한테 안달복달이야?”
TV 프로그램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로 우리에게 친숙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인 오은영 박사는 아이에게 ‘무관심’한 아빠의 반응과 ‘불안’해 하는 엄마의 반응의 심리적 원인을 불안으로 꼽으며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조언을 시작한다.
“부모라면 누구나 불안하고 두렵다.
그것은 내 안에 모성과 부성이 존재한다는 증거이다.
내 불안과 당당히 마주해야만 내 안의 모성과 부성이
올바른 양육의 길로 나를 안내한다.”
-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 서문 中 -
모성과 부성 모두 불안의 증거라는 점은 사뭇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다. 모성과 부성이 있다면 우리는 저절로 아이를 잘 양육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근데 왜 우리는 모성과 부성이 내 안에 있는데 불안해 한다는 것일까?
불안은 인간이 스스로를 위험 상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본능적인 감정이다. 불안이 적당히 있어야 우리는 스스로를 위험 상황으로부터 적절히 보호할 수 있다. 즉, 불안은 내 안의 모성과 부성이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 같은 불안, 다른 대응과 갈등
그렇다면 같은 불안에서 시작된 것인데 왜 엄마와 아빠의 불안한 심리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는 것일까? 오은영 박사는 이를 생리학, 심리학, 사회학 등의 다양한 각도로 접근하여 쉽게 설명하고자 했다. 엄마의 불안은 원시 인류부터 DNA에 저장되어 내려온 보호 본능과 함께 사회·문화적으로 쌓여온 죄책감, 미안함, 욕심 그리고 엄마 스스로의 정체성의 혼란이 기저를 이루고 있다. 반면에 아빠의 불안감은 원시 인류 때의 사냥꾼의 본능과 가부장적인 사회 ·문화에서 온 고집, 회피, 불신, 경계심에 있다.
이렇듯이 불안의 기저가 다르기 때문에 엄마는 아이를 걱정하는 태도로 대하지만 아빠는 무심한 태도로 아이를 대하게 되는 것이다.
엄마와 아빠 모두 아이를 사랑하고 있지만 아이와 관련된 문제를 다루는 태도가 다르기 때문에 부모는 아이를 키우며 계속 갈등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이를 자신의 상담 사례를 통해 피상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어떻게 아이에게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부부 간의 육아에 대한 의견 차이를 어떻게 좁힐지에 대한 세세한 솔루션은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어떻게 실천할지 몰랐던, 혹은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부분까지 짚어주고 있다.
“많은 부모들은 불안하면 아이한테 화를 낸다.
자신의 불안의 원인이 ‘아이’가 아님에도 부모는 내 아이에게 화를 낸다.
아이에게 화를 내는 부모의 속마음은 무얼까?
아마도 약한 존재라 만만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이는 내가 없으면 안 되는 존재이기 때문에 내가 화를 내도 금방 용서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일 것이다.”
-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 서문 中 -
특히 저자는 아이들이 부모의 부속물이 아닌 온전한 하나의 인격체임을 항상 기억하며 아이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을 계속 이야기 하고 있다. 아이의 감정에 부모가 충분히 공감해주며 차분히 아이가 옳은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오은영 박사는 자칫하면 아이를 키우는데 급급해 부모가 종종 잊어버리는 육아의 본질을 세심하게 짚어준다.
그녀가 이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에서 말하는 이야기의 핵심은 결국 부모가 행복해야지 아이도 행복하다는 것이다. 엄마 아빠가 스스로 불안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것을 극복하며 의연하게 아이를 돌봐야 아이도 불안해하지 않을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에서 충분히 사랑 받고 엄마 아빠를 모범 삼아 훌륭한 사회 구성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나는 아이를 낳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를 낳자마자 여자가 정말 아이에게 평생을 헌신할 정도로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모성 본능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아마 그것은 나뿐 만이 아닐 것이다. 모성 본능이라는 말을 종종 사용한 이 책을 내 또래의 젊은 여성들은 약간 불쾌해 할지도 모른다. 사회에서 ‘모성 본능’이라는 좋은 말을 내세워 여자에게 많은 희생을 요구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요즘 대두되고 있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모성 본능’이라는 말은 현대 사회에서 여성에게만 육아를 독박 씌우는 개념일지도 모른다.
2017년 개정판을 내며 오은영 박사는 위와 같은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여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엄마의 걱정과 아빠의 무관심을, 여자의 혹은 남자의 그것으로
이해하기보다 부모의 것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여자와 남자라는 경계를 두고 이해하기보다,
부모의 불안은 사람과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감정인 듯 모습을 바꾸어
표출될 수 있음을 이해했으면 한다. ···(중략)···
우리의 양육 방향은 여자의 ‘모성 반’과 남자의 ‘부성 반’이 합쳐져 ‘
부모성(父母性)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여자의 ‘부모성 하나’와 남자의 ‘부모성 하나’가 만나
불안에 흔들릴지언정 결코 휘둘리지 않는
단단한 ‘하나의 부모성’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 서문 中 -
나는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며 모성과 부성을 일종의 책임감으로 받아들이고 읽으면 좀 더 편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은영 박사가 개정판 서문에서 얘기한 것처럼 그것이 남녀의 특징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모성과 부성을 달리 설명한 것은 이제까지 저자가 상담을 하며 만난 가족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좀 더 일반론적인 설명을 하려 했던 것이지 ‘엄마는 이렇고 아빠는 이렇다’라고 딱 떨어지는 정의를 내리려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엄마, 아빠가 아닌 성인이 된 지 얼마 안 된 20대 여성인 나는 이제까지 나를 키우며 엄마 아빠가 내게 보여준 많은 모습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나의 부모님도 부모가 된 것은 처음이기에 많이 불안하고 어떻게 키우는 것이 나를 잘 키우는 방법인지 몰라서 갈등하며 나를 키워 오신 것을 부모님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보이는 엄마 아빠의 갈등 사례가 마냥 낯설지 않은 것을 보면 우리 부모님이 마냥 나를 잘 키우신 것은 아니지만 나를 잘 키우려고 늘 걱정하며 나름 노력하셨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오은영 박사의 세심한 조언은 키즈 카페에서 일하며 아이들을 돌보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되기도 했다. 유아교육을 전공하지 않은 내게 갑자기 애들과 놀아주라고 하니 나는 좀 어렵게만 느껴졌었다. 다른 유아교육을 전공한 아르바이트 선생님들을 보며 어깨너머로 배워 아이들과 놀아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좀 더 존중하고 정말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아이들이 잠깐이나마 안정적으로 놀 수 있을지 한 번 더 생각해보고 움직일 수 있었다.
인생이 처음이라 부모 역할이 처음인 이 세상 모든 부모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아직 부모가 되지 않았지만 부모가 될 계획인 사람들에게도 무척이나 추천하고 싶다. 육아의 달인인 오은영 박사의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는 단순히 육아라고 해서 아이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닌 엄마 아빠 개인과 둘의 관계에까지 초점을 맞춰 가족이 모두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오은영 박사의 조언을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게끔 만든 특별부록과 자신의 불안도를 체크해 볼 수 있는 질문지, 그리고 매 장마다 핵심적으로 상황을 짚어주고 하지 말아야 할 말과 행동을 요약한 깨알같은 조언을 보는 소소한 재미도 있다.
오은영 박사의 책 끝에 쓴 것처럼 이 책을 읽는다고 당신의 육아 방식이 드라마틱하게 변하지 않을 수는 있다. 하지만 당신이 정말 이 책을 재밌게 열심히 적어도 저자의 조언이 당신의 머릿 속에 남아 아주 조금씩 변화를 일으켜 모두가 행복한 육아를 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