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린 데 자긴 싫고
장혜현 지음 / 자화상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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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린데 자긴 싫고라는 제목은 나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 마치 민간인 사찰이라도 당한 듯 묘한 기분으로 이 에세이를 집어 들게 되었다. 요새 종종 몸은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서 잠이 오지만 정신은 무언가 때문에 깨어 있어서 좀처럼 잠들지 못한다. 아마 내 정신이 잠들지 못하게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은 스트레스일 것이다. 나뿐만이 많은 사람들이 졸리지만 쉽사리 잠들지 못하는 이유는 대부분 스트레스 때문이 아닐까? 물론 그 스트레스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양할 것이다. 발표가 있어서, 시험이 있어서, 중요한 면접이나 미팅이 있어서, 사랑 때문에 이런 다양한 이유가 우리의 잠을 방해한다. 이 많은 이유 중에서 졸린데 자긴 싫고의 작가인 장혜현의 잠을 방해한 것은 이별이다.

 

이 에세이는 장혜현 작가가 겪었던 이별과 혼자 떠났던 여행의 감상을 모두 담고 있다. 책을 넘기다가 문득 왜 이별을 제재로 한 듯한 에세이에서 혼자 떠난 여행을 끌어와 쓴 것일까?’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책을 다 읽고나서야 깨달았다. 이별과 혼자 떠난 여행은 닮았다. 혼자 떠나는 여행과 이별의 공통점은 혼자가 된다는 것이다. 이별을 하며 익숙해진 관계에서 벗어나 혼자가 된다는 것이 주는 묘한 상실감은 아무도 자신을 모르는 곳으로 혼자 떠나는 여행에서 느끼는 감정과 유사하다. 그렇게 낯설어진 혼자라는 독립적인 모습으로 살아야 한다는 점으로 이별과 혼자 떠난 여행의 연결은 이 에세이를 특별하게 만들어주었다. 이렇게 볼 때, 이 에세이는 단순히 이별을 이야기 한 에세이라기보다는 혼자가 된다는 것을 다룬 에세이라고 생각한다.

 

또 한 번 계절이 바뀌는 날들에 이르렀어요.

 

처음이라는 듯 내릴 새하얀 눈과 다시 맞서야하는 매서운

바람이 벌써 두려워지지만 이 모든 것들을 또 한 번 이겨낸

다면, 우리는 조금 더 어른이 되어 있지 않을까요?

 

저는 지금보다 한 발짝만이라도 멈추지 않고 앞으로 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졸린데 자긴 싫고

 

장혜현 작가는 이 에세이에서 혼자가 된다는 것이 주는 상실감만이 아니라 혼자가 되며 배워나간 것들을 충실히 담아낸다. 관계 속에서 살고 있던 우리가 어느 날 갑자기 관계 밖으로 튕겨져 나간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관계에서 벗어나며 느끼게 되는 상실감과 나 혼자 세상을 살아나간다는 것이 주는 공포감 때문에 우리는 혼자가 된다는 것을 어려워한다. 그렇지만 혼자가 된다는 것은 나를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어주기도 한다. 함께 할 때에는 알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오게 된다. 내가 관계 속에서 무엇이 부족했는지, 이 관계는 무엇이 문제였는지, 나는 누구인지 이런 다양한 질문에 대답할 수 있게 된다. 또 내게 닥쳐온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며 내 스스로를 더 단단하게 다질 수도 있고, 오히려 관계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게 되기도 한다.

 

그럼 떠나볼까?’

오늘 밤은 낯선 곳으로 떠나고픈 밤이 되셨으면 좋겠어요.

 

늘 여러분의 여행을 응원합니다.

그리고 지금 혼자 타국에서 계실 모든 분의 외로움이

멋있습니다.

우리 평생 여행하며 살아요.

- 졸린데 자긴 싫고

 

관계 속에서 길을 잃고 도피하듯이 떠난 여행에서 그녀는 성장한다. 혼자가 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방황하는 것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는 관계에 속해 있지만 여행을 떠나면 익숙한 관계에서 벗어나며 새로운 사람들 속에 던져지게 된다. 사랑과 이별도 마찬가지이다. 사랑을 하게 되면 사랑하는 관계가 일상이 된다. 그러다가 이별을 하게 되면 익숙한 둘이라는 관계에서 벗어나 짝 없는 관계가 된다. 그 불안정한 모습에서 그녀는 벗어나 다시 일상적인 관계로 돌아가고자 발버둥 치게 된다. 그런 발버둥의 과정은 길을 잃고 방황하는 모습과 비슷하다. 방황하는 시간 속에서 그녀는 자기 자신과 그 감정을 온전히 들여다보게 된다. 그렇게 혼자가 되면서 느낀 감정들과 깨달음으로 그녀는 한층 성장하게 된다. 그렇기에 그녀는 혼자가 되어보는 것을, 여행을 응원한다고 말한다.

 

인생은 혼자보다는 둘이 나아요.

우리 모두 사랑하며 살아요.

- 졸린데 자긴 싫고

 

혼자가 되고 느낀 이야기를 담은 이 에세이에서 작가는 혼자가 인생의 지향점은 아님을 밝힌다. 혼자만 살겠다는 것이 아니라 혼자여도 괜찮은 사람이 되어 인생의 다음 페이지인 새로운 관계로 넘어갈 수 있게 준비할 수 있다. 혼자여도 세상을 살 수는 있지만 관계에서 벗어나면서 느끼는 외로움이 있으며, 관계에서만 받을 수 있는 다채로운 감정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작가는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이 멋지다고 얘기하는 한편으로는 사랑하며 살자고, 혼자보다는 둘이 낫다고 이야기 한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여행과 이별을 잘 교차해서 연결시킨다는 것도 있지만 솔직한 표현에 있다. 장혜현은 앞날개에 들어간 작가소개에서 사랑을 통해 소모한 감정을 충전하려 여행을 떠난다고 밝힌다. 감정은 소모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런 자신의 생각이 그녀의 글에서 묻어난다. 온 마음을 다 던져 사랑했던 기억과 그 이후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진솔하게 적었다. 이별 후 찾아오는 더 잘할 걸이라는 후회와 어쩔 수 없었다는 다독임, 다시 사귈 수 있지 않을까라는 미련과 같은 감정이 뒤죽박죽이 된 상태가 잘 묘사되어 고개를 끄덕이며 읽게 된다. 이 에세이 속 작가의 상태처럼 이별이라는 이유로 '졸린데 자긴 싫고' 상태가 된 나는 자연스레 감정의 흐름을 쫓아갈 수 있었다.

 

나와 장혜현 작가와 같은 이유로 '졸린데 자긴 싫고' 상태인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잠이 오지 않는 밤 혹은 새벽 이 책을 펼쳐 읽다보면 마음이 한결 차분해질 것이다. 포근한 민트색 바탕 표지에 들어간 퐁신한 베개처럼 이 에세이가 혼자가 된다는 것에 괴로운 당신을 위로해 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시간과 감정을 잘 추슬러 다음 관계로 잘 넘어갈 수 있기를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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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계절
백가희 지음, 한은서 그림 / 쿵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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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과 사랑을 하는 것은 그와 계절을 함께하는 것이다. 그 사람과 함께한 모든 순간은 차곡차곡 쌓여 계절이 되고 그 계절이 모여 사계절이 된다. 그렇게 기억된 사계절은 헤어진 후에도 찾아온다. 그러면 철마다 그 때의 기억이 떠올라 씁쓸해지고야 만다. 백가희의 에세이 너의 계절은 이별 후에 사랑했던 순간의 감정과 기억을 떠올리는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 한다.

 

꼭 사랑이 아니라도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준 사람들에게 바칩니다.

헤어진 애인, 잊지 못할 첫사랑, 절교한 친구

그들에게 보내는 헤진 반성문입니다.

나의 실수로, 당신의 실수로, 실수하지 않았더라도

서로의 곁을 떠나 각자의 삶을 찾으러 간

나의 모든 당신들에게 바칩니다.

-너의 계절, 에필로그 중

 

사랑하는 감정은 함께할 때에는 나눌 수 있는 감정이다. 그렇지만 헤어지고 난 후 찾아오는 감정은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감정이다. 이별 후에 느끼는 감정과 기억은 오롯이 나 혼자 지고 가야한다. 입으로 전해지는 말이 두려워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작가 백가희의 문장은 섬세하게 자신이 품었던 이별의 감정을 그려냈다. 작가는 자신과 헤어진수많은 사람들을 떠올리며 그들과 인연을 맺었다는 증표인 기억과 기억에서 피어나는 감정을 이 에세이에서 곱씹는다. 헤어진 사람들에게 전할 수는 없었던 이야기를 마치 반성문을 쓰듯 글로 전한다.

 

너의 계절은 짤막한 프롤로그로 시작해서 <1부 마음을 안아주는 일>, <2부 계절의 끝, 너의 마음을 헤아린다>, <3부 사람들은 우리를 필연이라 불렀다>와 짧은 에필로그, 그리고 소설 <네게 줄 수 있는 건 오직 사랑뿐>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헤어지고 난 후 자신의 생활과 마음을 담았다면 2부에서는 헤어진 사람을 털어내기 위해 오히려 그 사람과의 기억을 떠올린다. 그리고 3부에서는 점차 이별을 받아들이는 모습이 나타난다. 이렇듯 작가는 이별 후의 이야기를 글로 옮기며 이별 후 찾아오는 다채로운 감정을 선보인다. 이별한 후 느끼는 감정은 안타까움, 후회, 슬픔, 고통도 있지만 어느 때에는 씩씩하고 꿋꿋하기도 하며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사랑은 어떤 것도 구원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평안을 기도하며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줬을 뿐이다.

-너의 계절, <2부 계절의 끝, 너의 마음을 헤아린다>

 

흔히 사랑을 시작하며 우리는 사랑이 우리를 구원해주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작가가 몇 번의 이별을 거치며 깨달은 것은 사랑은 구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랑은 다만 사랑일 뿐이지 메시아가 아니다. 그렇지만 사랑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구원까지는 아니어도 항상 행복할 수 있기를 바라게 해주는 정도의 역할을 해준다. 우리는 사랑으로 그를 구원하지 못하지만 적어도 그 사람이 내가 있어 조금이라도 행복할 수 있게 노력한다. 그렇기에 정말 사랑했다면, 사랑이 지나간 직후에는 정말 힘들지만 어느 노래 가사인 '너도 빨리 행복하면 좋겠어'처럼 헤어진 사람의 행복을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사랑하는 방식이 워낙 반대였음에도 서로가 애써 노력했던 것들이 무력해지는 순간이다. 이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더 이상 어떤 노력도 소용없어진 거다. 두 사람의 시간이 다르다는 것은 으레 당연시되던 노력도 무가치한 소비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너의 계절, <3부 사람들은 우리를 필연이라 불렀다>

 

대부분의 경우에 이별은 사랑하는 방식이 달라서 찾아온다. 처음 사랑을 시작했을 때에는 모든게 좋아보이고 다 맞춰주고 싶어서 잘 맞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고 관성 때문에 원래 자신만이 가진 사랑의 방식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 때 우리는 흔히 '사랑이 식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변한 모습에 서로 상처입기도 하고 싸운다. 사랑은 그런 방식의 차이를 서로 인정하고 타협하는 과정이 동반된다. 그렇지만 더 이상 타협하고 싶지도 않고 타협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 이별이 찾아온다. 작가는 이 부분을 잘 지적해준다. 그런 이별 후, 우리는 '내가 잘못한 것인가' 고민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다만 한계에 부딪혔을 뿐이다.

 

이별을 이야기 하는 이 에세이의 마무리는 고양이의 시점에서 쓴 소설이다. 소설<네게 줄 수 있는 건 오직 사랑뿐>은 작가가 키우는 고양이의 시점에서 작가와 고양이의 관계를 그렸다. 작가가 키우는 고양이에 대한 애정은 1부 초반에서도 언급된다. 왜 하필 고양이 이야기가 소설의 마무리이냐면 사랑에 대한 단상을 그렸기 때문이다. 고양이도 작가 자신도 이별을 경험했다. 고양이는 가족에게 버림 받은 기억이 있다. 작가 자신도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야 했던 기억들이 있다. 고양이와 작가는 비록 말이 통하지는 않지만 서로에 대한 애정으로 각자의 외로움을 달래준다. 그리고 아픈 마음을 보듬어 준다. 또다른 애정 관계인 것이다.

 

이별을 한 직후에 읽게 된 책이라 읽으면서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 한 장 한 장 넘기는데 힘들었다. 그래서 막 이별한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지 않다. 어느 볕 좋은 봄날 사람이 많이 오가는 길에 놓인 벤치에 앉아서 읽다가 눈물이 차올랐던 경험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 이별하고 찾아오는 감정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그렸기 때문에 오히려 이별이 어느 정도 지나간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자신이 겪은 한바탕의 이별을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사랑하는 연인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너네도 몽땅 다 헤어져라'하는 못된 심보는 아니고, 이별하더라도 후회하지 않게 예쁜 사랑하시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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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챕터
위니 리 지음, 송섬별 옮김 / 한길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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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를 뒤흔드는 해쉬태그인 #Metoo.

자신이 당한 성폭력을 고발하는 운동인 미투 캠페인으로 일어난 파문이 심상치 않다. 우리는 미투 캠페인에 대한 다양한 반응을 보게 되었다. 그들에게 응원과 격려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들을 의심하고 왜곡하며 그들을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도 당했다.'라고 사회에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리는 행동인 미투 캠페인을 둘러싼 논란이 많지만 그 불길은 사그러들지 않고 전역으로 번져나간다. 왜 그렇게 미투 캠페인이 멈추지 않는지, 왜 필요한지를 우리는 위니 리의 자전적 소설 다크 챕터를 통해 알 수 있다.

 

혼자 여행 다니는 것을 즐기는 비비안 탠은 출장으로 아일랜드 벨파스트에 방문하는 김에 혼자 하이킹을 즐기러 갔다가 동네 유랑민 소년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작가는 비비안 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고 재판 결과가 어땠는지만 알려주지 않는다. 위니 리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시점을 번갈아가면서 활용해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두 사람의 생애를 묘사하면서 사건 이후 각자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되는지를 그렸다. 이는 우리에게 시사점을 던져준다.

 

우리는 성폭력 사건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성폭행 사건은 관계자가 아닌 대중에게는 일시적인 사건 - 가쉽에 불과하다. 그러나 성폭행 피해자나 가해자에게는 그것이 인생의 흔들어 놓을 만한 사건이다. 단순히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재판 결과과 어떻게 나왔는지(유죄 혹은 무죄?)처럼 자극적이며 단순한 부분에만 치중하는 것이 미투 캠페인을 비롯해 여타 성폭력 사건 고발을 보는 우리 사회이다. 이렇게 자극적인 부분에만 집중되는 관심으로 대중은 피해자에 피상적인 공감만 하게 되거나 아예 피해자에 대한 몰이해를 바탕으로 가해자에 공감하기도 한다. 위니 리는 자신의 피해 사실은 자신의 인생에 걸친 문제라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피해자와 가해자의 시선을 모두 보여주는 진행방식은 무죄추정 원칙에 의거하여 피해자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라는 탈을 쓰고 자행되는 은근한 비난이 얼마나 비인간적인지를 보여준다. 가해자인 스위니가 가진 비정상적인 성과 젠더에 관한 인식과 비뚤어진 피해의식이 혼합된 자기합리화와 자기 방어기제에는 흔히 합리적 의심이라고 하는 것들이 드러난다. 또한 비비안 탠은 비록 주변 사람들에 그런 무례를 당하지는 않지만 그녀가 법정에서 가해자인 스위니의 변호사에게 듣는 질문을 그런 합당한 의심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렇듯이 일부에서 주장하는 합리적인 의심은 사실 가해자에 이입하여 상황을 보는 것으로, 피해자에 또 다른 가해를 가하는 행위라는 점을 보여준다.

 

피해자에 대한 편견

위니 리는 1978년 뉴저지에서 태어난 타이완계 미국인이다. 그녀는 하버드 대학에서 민속학과 신화학을 전공하고 런던골드스미스 대학에서 문예 창작학을 공부했으며 현재는 런던정치경제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미디어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작가이자 영화 제작자로 활동하는 한편 성폭력 피해자들을 대변하는 단체의 공동설립자이기도 하다. 이런 작가의 배경과 정체성이 그대로 반영된 주인공인 비비안 탠은 중국계 미국인으로 역시 하버드를 나와 장학금을 받으며 영국에서 공부하고 영화계에서 일하는 사람이다. 동양계 미국인 여성이라는 정체성과 고학력자에 중상류층이라는 그녀들 정체성은 이 소설에서 주목할 만한 특징이다. 그리고 그런 정체성을 바탕으로 쌓아올린 능동적인 여성상은 이 소설의 이야기 전개에 핵심적인 측면이기도 한다. 왜냐하면 이 특징들은 위니 리와 비비안 탠을 일반적으로 대중이 성폭력 피해자에 기대하는 피해자상과는 전혀 다르게 행동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소설 속 비비안 탠은 성폭력이 일어날 때에도 죽지 않기 위해 최대한 사건에 협력하고 가해자에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비밀로 해주겠다고 한다. 성폭행이 끝나고 가해자가 사라지고 나서 친구를 통해 신고를 한 그녀는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며 사건 다음날 예정된 시사회를 참석한다. 자신의 피해 사실을 주변(보수적인 부모님을 제외)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능동적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모든 도움을 받는다. 재판 과정에서도 그녀는 도망치지 않고 사람들 앞에 서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피해 사실을 이야기 하고 자신을 '공격'하는 변호사에도 맞서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

이런 모습은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성폭력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트라우마가 너무 커서 삶의 의욕을 잃고 자신의 삶을 모조리 잃어버려 공포에 질린 피해자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이런 비비안 탠의 모습은 피해자가 성폭력을 당했을 때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녀는 더 나아가 많은 피해자들이 자신과 같이 용기와 희망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성폭력 사건을 대처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응원한다.

 

'다크 챕터'를 어떻게 지나갈 것인가

비비안 탠은 자신에게 닥쳐온 '암울한 시기'를 주변인들의 애정어린 관심과 심리적인 연대를 통해 적극적으로 헤쳐나간다. 비비안 탠의 주변 사람들은 그녀의 피해 사실을 듣고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자기검열 없이 강간당했다는 사실을 그대로 이야기하는 그녀의 모습에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불편해하기도 하지만 그녀에게 그녀의 주변 사람들은 힘이 되어준다. 그녀가 그녀의 암울한 시기를 무사히 지나갈 수 있었던 것은 이 같은 주변 사람들의 지지 덕분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그녀에 지지를 보낸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그녀의 부모님에게는 피해 사실을 숨긴다. 그녀의 피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의 다른 가족인 언니는 그녀의 피해 사실을 전해 듣고 비비안에 힘이 되어준다. 다크 챕터에서 나타난 것처럼 피해자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고 그녀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줄 수 있게 응원하고 애정어린 지지를 보여준다는 것이 피해자에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한편, 피해를 당한 뒤 비비안이 피해사실을 알리자 그녀의 회사가 취해준 조치(휴직과 수당 등)에도 부러움을 느끼게 된다. 과연 우리나라에서는 성폭력 피해를 입은 뒤 회사에 알리면 비비안 탠이 받은 조치를 받을 수 있을까? 이런 부분은 사실 사회적인 안전망인 제도로 보장되어야 할 부분이다. 우리 사회의 성폭력 사건에 대한 의식이 정립되기 위해 반드시 정착시켜야할 제도라고 생각한다.

 

예기치 못하게 다른 이야기들이 그녀를 찾아온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예전만큼 예기치 못한 일은 아니게 된다. 이런 일이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 사람의 인생이 얼마나 자주 성폭행으로 망가지는지. 이런 사실을 그녀는 처음으로 알게 된다.

친구의 친구.

이모.

언니.

학교 친구.

 

- 다크 챕터

 

비비안 탠은 자신들의 친구들의 지지를 받으며 숨어있는 피해자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친구 혹은 이모 등 주변 사람들 사이에는 자신의 피해사실 조차 알리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다. 비비안 탠은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같이 고통을 공유하며 심리적인 연대를 하게 된다. 그런 경험은 그녀가 다시 한 번 용기를 낼 수 있게, 또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도와준다. 그리고 더 나아가 성범죄 예방을 위해서라도 자신이 당한 피해 사실을 신고해야한다는 생각에 까지 미친다.

 

#Withyou

비비안 탠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 위니 리는 성폭력 피해자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어떻게 성폭력 사건을 보고 다루어야 할 지를 이야기 한다. 그리고 성폭력 피해 사실을 밝힐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주장한다. 위니 리와 비비안 탠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암울했던 시기인 다크 챕터를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지지로 비교적 '무사히' 통과했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에 있는 수많은 위니 리와 비비안 탠은 어떨까? #Metoo 를 통해 자신의 피해 사실을 드러낸 피해자들 역시 자신의 다크 챕터를 잘 마무리하고 인생의 새로운 챕터를 맞이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아직도 #Metoo를 이해하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합리적인 의심'을 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다. 성폭력 사건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각을 점검해 볼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성폭력으로 인해 고통 받아온 수많은 여성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성폭력 사건은 절대 당신의 잘못으로 일어나지 않았으며, 당신의 삶이 거기에서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눈앞에 보이지 않지만 멀리서 당신을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늘 기억하고 자신을 사랑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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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오른손 - 성립의 드로잉 에세이
성립 지음 / 쿵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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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저마다 꿈을 하나씩 안고 산다. 내가 말하는 꿈은 직업을 뜻하는 장래희망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내게 꿈은 크고 작은 소망을 뜻한다. 낮잠이나 늘어지게 자고 싶다든가 정열적인 사랑을 한다든가 취업, 대학 합격 같은 소망도 일종의 꿈이다. 우리는 꿈을 이룰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자주 던진다. 아마 소박한 꿈이라며 쉽게 이룰 수 있겠지만 좀 더 창대한 꿈이라면 이루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꿈을 향해 우리는 어떻게 나아가야할까?

 

생각하는 오른손은 성립의 꿈을 이루어가며 그린 그림과 그가 했던 생각을 담은 글로 이루어졌다. 중학교 3학년 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예술가를 꿈꾼 성립은 2016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학과를 졸업하고 2017년부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대학원 조형예술학과에 재학하며 꿈을 향해 다가가는 중이다. 한편으로 그는 2016년 졸업을 하며 그는 비전문가와 초보자를 대상으로 8주간의 드로잉 클래스를 열었다. 그렇게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의 길을 걸어오며 했던 생각들이 그의 그림과 함께 생각하는 오른손에 담겼다.

 

생각하는 오른손의 표지는 단순한 구성이지만 눈길을 끈다. 성립이 그린 단순해 보이는 선을 활용해 완성한 그의 작품에 눈이 가는 것이다. 마치 한붓그리기처럼 거침없이 움직인 선이 돋보인다. 그의 선은 분명 거침없지만 그가 걸어온 길은 그가 쓰는 선과 달랐다. 그는 예술을 꿈꾸는 것 치고는 다소 늦은 중학교 3학년 때에야 그림을 시작하여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남들이 앞으로 치고나갈 때 걸음마를 배우던 그 열등감과 불안감, 자신의 스타일을,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는 지난한 과정을 그는 담백하게 담아냈다.

 

감정의 환절기를 겪어내며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우리는 여름이 온 줄 착각하기도 하고,

일교차에 하루에도 겨울인지 봄인지 헷갈려하며, 그렇게 늘 순간의 감정들이 진심인줄 착각하기도 한다.

봄은 지나고 여름은 온다. 착각과는 별개로, 순간들처럼.

우리는 오롯이 지금을 살면 된다. 미래에 살필요도 걱정할 필요도 없다.

이 사람 저 사람에 묻혀서 그냥 지금을 살면 된다.

 

예술을 하고 싶은 성립이 보기에 현실은 차가웠다. 흔히들 말하는 대로 좋아하는 일이 생업이 되면 괴로울 수도 있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내가 잘하는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재능이 중요한 예술가의 길은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어렵다. 성립은 어떻게 해야 예술가가 될 수 있을지 묻고는 했다. 그는 예술가의 길을 걸으며 자신이 느낀 불안함을 솔직하게 그렸다. 그런 불안함 속에서 그는 스스로 해답을 찾아냈다. 예술가가 될 수 있을지 미래를 걱정하며 불안에 떨기 보다는 최선을 다해 현실을 사는 것이 그가 찾은 답이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했던 그는 드로잉 클래스를 열었다. 그림을 배우고 싶다는 꿈과 다양한 이유로 수업을 들으러 온 사람들과 소통하게 된다. 수강생들이 자기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표현할 수 있게 도와주며 성립은 그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기도 하고 새로운 사실을 깨닫기도 한다. 그 중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이야기는 <연체된 실패>였다.

 

글쎄, 어쩌면 누구나 겪어야 할 실패의 양이 정해져 있는지도 모르겠다.

중략

어차피 우리는 각오하고 재능이 이끌고 있는 암흑 속으로 들어왔고 그 어두컴컴한 곳에서

빛을 찾는 중일 거다.

 

'연체된 실패'는 한 수강생이 취업을 준비하며 이제까지 연체되었던 실패가 한번에 몰려왔다고 말한 것에서 나온 제목이다. 표현이 재밌기도 하지만 성립의 생각이 닿은 지점이 흥미롭다. 그는 실패를 예상하고 우리의 꿈을 찾아 암흑 속으로 들어왔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암흑 속에서 빛을 찾고 있다고 말이다. 우리는 꿈을 향해 가면서 종종 실패하고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꿈을 향한 길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고 들어왔으니 굳은 마음으로 꿈을 이룰 실마리를 찾아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고 이야기 해주는 것 같았다.

 

근래 들어 나름 오랫동안 생각해온 꿈에 대한 확신이 흔들렸다. 사람들은 내 꿈이 실현되기는 어려운 현실이라며 다른 꿈을 찾아보라고 조언하기도 했고 그 꿈이 네가 가야할 길이 맞냐고 묻기도 했다. 그런 이야기에 부정하면서도 마음 속으로는 많이 흔들렸다. 과연 내가 이 일이 내 적성에 맞는지, 내가 즐길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면서 꿈을 위해 하는 것들이 버거워지기도 했다. 더 이상 즐길 수 없어진 내 꿈이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생각하는 오른손을 읽으며 내 꿈을 이렇게 포기하지 말자고 마음을 먹었다. 어렵더라도 이 꿈을 정말 해내고 싶어서 당장 하는 일들을 즐기며 최선을 다 해서 나를 갈고 닦자고 생각했다. 마치 이 드로잉 에세이의 작가가 열심히 현재를 살듯이 말이다.

 

그림에 관심이 있다면, 또 예술이 아니라도 어렵다고 여겨지는 길을 가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꿈과 그림에 대한 생각이 담긴 생각하는 오른손은 좋은 문장도 많지만 '드로잉 에세이'고 드로잉 클래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다보니 중간 중간 그의 그림 그리는 과정과 꿀팁이 담겨 있다. 그림이라기 보다는 낙서에 취미가 있는 나에게는 꽤 좋게 여겨진 부분이었다. 작가의 드로잉 클래스를 맛본 느낌이다. 게다가 내용뿐만 아니라 디자인도 좋다. '드로잉' 에세이답게 책의 레이아웃도 감각적이고 다채로운 색 사용이 눈에 띈다. 꿈을 향해 가고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해주기도 딱 좋다

감정의 환절기를 겪어내며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우리는 여름이 온 줄 착각하기도 하고,

일교차에 하루에도 겨울인지 봄인지 헷갈려하며, 그렇게 늘 순간의 감정들이 진심인줄 착각하기도 한다.

봄은 지나고 여름은 온다. 착각과는 별개로, 순간들처럼.

우리는 오롯이 지금을 살면 된다. 미래에 살필요도 걱정할 필요도 없다.

이 사람 저 사람에 묻혀서 그냥 지금을 살면 된다.

글쎄, 어쩌면 누구나 겪어야 할 실패의 양이 정해져 있는지도 모르겠다.

…중략…

어차피 우리는 각오하고 재능이 이끌고 있는 암흑 속으로 들어왔고 그 어두컴컴한 곳에서

빛을 찾는 중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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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책 (오리지널) 해결책
제임스 블런트 지음 / 쿵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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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일이 명쾌하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제 아무리 노력해도 답이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 머릿속이 생각으로 꽉 차서 나 스스로도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을 때도 있다. 그렇게 답답할 때 누군가가 나서서 '이렇게 하세요!'라고 딱 정해주면 얼마나 속이 시원할까. 마치 사주나 타로처럼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딱 알려주면 좋으련만.

내 마음속 질문의 정확한 답을 줄 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명쾌한 답변을 주는 책은 있다. 바로, 제임스 블런트의 해결책이다. 처음 책을 집으면 약간 의아해진다. 책의 앞표지와 뒷표지가 똑같이 생겼기 때문이다! 책등을 보아도 앞, 뒤를 구분할 수 있는 글자나 표시가 없고 고풍스러운 열쇠문양이 트럼프 카드의 숫자처럼 찍혀있다. 이 책의 앞, 뒤라고 구분해주는 장치는 '해결책'의 사용법이 적힌 띠지 뿐이다! 책을 읽는데 사용법이 필요하다니! 책의 첫인상부터 흥미로웠다.

1. 책을 앞에 두고 내 마음에 귀를 기울인다.

2. 느껴지는 감정을 하나의 질문으로 정리하고

책의 아무 페이지나 펼친다.

3. 책을 소리 내어 읽고감각적으로 전해지는 느낌을

가슴에 전달한다.

아마 눈치챘겠지만 이 책은 우리가 아는 책과는 다르다. 읽는 책이라기 보다는 보는 책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마치 타로카드로 점을 칠 때 마음이 닿는 카드를 선택하듯이 마음이 닿는 장을 펼쳐서 해결책을 찾아본다. 정말 별 거 아닐 수 있는 질문을 던질 수도, 엄청난 존재감을 자랑하는 질문을 던질 수도 있다. 해결책은 그것이 어떤 질문이든 한 문장만으로 대답해준다. 해결책에 담긴 글귀들은 위로와 공감을 주기도 하고, 부드러운 어조이지만 따끔한 조언을 주기도 한다.

 

내가 찾은 해결책

해결책이 내게 전해주는 말들은 내가 던진 질문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다. 내가 던진 질문과 해결책이 내게 준 해결책을 조합해보면서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이 해결책을 저자가 의도한 바와는 전혀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해결책이 제시하는 사용법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간단한 글을 써보기를 추천한다. 나는 어떤 질문을 던졌고, 해결책은 어떤 대답을 내놓았는지. 이 대답이 내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왔고 어떻게 해석했는지를 간단하게라도 적어보면 내게 무엇이 문제인지, 혹은 나는 이 문제에 대한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고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인지 명확해진다. 크게 대단한 분석이나 해석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내가 던진 질문에 알맞게 이 해결책을 소화하는 과정을 일기나 낙서를 하듯이 간소하게 적어보는 것이다.

A. 타인의 견해는 가벼운 조언으로 여기세요.

- - -

요새는 나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무엇이 나다운, 나를 위한 삶일까?

보통 나의 삶을 살기 위해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라고들 조언해주고는 한다. 그렇지만 남의 시선 즉, 남이 보는 나도 어느 정도 신경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항상 나를 나의 입장에서 보기 때문에 나의 모든 면모를 완벽하게 깨닫기 어렵다. 남의 시선 혹은 남의 조언이 간혹 나도 몰랐던 (그것이 단점이든 장점이든) 나를 일깨워준다. 그렇다고 해서 남의 시선을 너무 신경써도 안된다. 그런 점에서 '타인의 견해를 가벼운 조언' 정도로 받아들이라는 이 해결책이 사뭇 와닿는다.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지 않고 적당히 걸러가며 받아들여야 한다. 남들이 '보기에'만 훌륭하고 실질적인 알맹이는 없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나는 이런 식으로 내 생각을 정리해서 인스타그램에 그 날의 해결책 사진과 함께 올려보았다. 5분도 걸리지 않는 이 정리 덕분에 나를 되돌아보았다. 그리고 내 마음을 복잡하게 하는 문제에서 벗어나는데 이런 정리가 꽤 큰 도움이 되었다. 이렇게 차곡차곡 모아보면 해결책을 바탕으로 한 내 마음, 내 생각 사전이 될 수 있다. 평소 일기에 무엇을 써야할 지 몰라 곧잘 포기했던 사람이라면 아마 해결책을 활용해 본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책을 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나는 해결책이 당신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하더라도 당장 복잡한 당신의 마음을 읽는 나침반이 되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해결책속 한 문장이 당신에게 하나의 느낌과 울림이 되어 당신의 문제를 풀어주는 열쇠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말이다.

이 책을 봄을 맞아 새로운 시작을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새로운 시작으로 조우한 새로운 일들을 해나가며 헷갈리고 복잡스러울 때, 이 책으로 자기 스스로를 알아가며 어느 정도 균형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타인의 견해는 가벼운 조언으로 여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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