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의 단어 - 당신의 삶을 떠받치고 당신을 살아가게 하는
이기주 지음 / 말글터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보편의 단어앞에는, ‘당신의 삶을 떠받치고 당신을 살아가게 하는이라는 문장이 붙어있다. 처음에는 보편의 단어라는 제목이 이전에 읽었던 언어의 온도, 말의 품격과 비슷한 라임을 느끼게 해서 처음부터 정감이 갔다.

(17년도 여름, 언어의 온도 책에 사인을 받았던 때가 엊그제처럼 생각이 나기도 했고 ㅎㅎ)

 

새해가 되고, 팀워크와 일 때문에 굉장히 피곤하기도 했고 감기가 유행이라는 데 요리조리 잘 피해 다니다가 후두염에 걸렸다.

이틀 전부터 목 어딘가가 조금 따끔 거리 길래, , 우리 집이 좀 건조하구나 싶어서 물을 마시고 비타민을 섭취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또 물 좀 마시니 괜찮은 거 같길래 예전에 이러다가 목감기 걸렸던 거 같은데 ㅎㅎ이러고 오늘 아침부터 목이 심히 건조하더니 이건 병원가야 해라는 마음의 소리에 오전 근무 중 팀장님께 보고하고 후딱 이비인후과를 갔다. 네이버에서 대학병원 수준의 진료 및 환자 중심 처방이라길래 믿고 갔더니, 사람이 많아서 거의 30분 가까이 기다렸다. 진료 때 마지막으로 목(?) 내시경을 보는데 뭔가 음영이 짙길래 내 목젖이 어두운가?’했더니 정상인 상태의 목구멍을 보여주시면서 아주 그냥 염증이 심하다고 주사 한 방, 약 처방을 내려주셨다.

 

갑자기 이런 시시콜콜한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오늘 책에서 정말 딱 맞는 한 부분을 찾았기 때문이다.

 

p.126~p.129

(중략)누구나 휴식을 갈망한다. 하지만 막상 평소에 어떻게 쉬세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멍한 표정만 지을 뿐 곧장 대답하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중략)그렇다면 언제 어떻게 쉬는 게 좋을까? (중략)내 경우를 좀 더 이야기하자면, 갑자기 모든 걸 내려놓기보다 적당한 고요에 둘러싸인 채 좋아하는 걸 하면서 에너지를 충전하는 편이다. 차 안에서 가사 없는 음악을 듣거나 글쓰기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서점 구석에서 한가로이 책을 읽는 날도 있다.

이때 업무를 처리할 때와는 전혀 다른 자세로 음악을 듣고 책을 본다. 일할 때와 같은 동작으로 휴식을 취하면 여전히 일을 하는 것으로 우리 뇌가 착각할 수도 있다(후략)균형의 문제는 곧 삶의 문제다.

 

그간 내가 해왔던 휴식의 방향을 돌아보게 되었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겠다고 한 후로, 한 번도 글 쓰는 행위에서 완전히 분리된 삶을 살지 못했고, 그 행위에서 기쁨을 얻었던 예전과 달리 늘 약간의 스트레스와 업무적인 사고로 방법론으로만 접근하는 내 모습을 보고야 만다.

 

그리고 책을 읽는 행위조차도 부족한 문해력을 채운다거나, 공학도가 아니었으면(?) 채우고 있을법한 문학도의 배경을 인위적으로 욱여넣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솔직히 말하면, 그것에서 서서히 해방되게끔 했던 첫 챙이 언어의 온도였다. 좋은 글을 쓰고 싶은 작가가 글에 힘을 빼고 한 권의 책을 만든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통감하는 와중에 오늘의 보편의 단어가 정점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의 독서는,

나에게 휴식을 선물한 보편의 이야기를 안겨주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빛 가운데로 걸어가면 - 시각장애인 아내와 살며 시각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해 일하는 남다른 목사의 남다른 이야기 간증의 재발견 3
정민교 지음 / 세움북스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처음 펼쳤을 때, 가족사에 관한 이야기가 상세히 서술 되는 것을 보면서 ‘에세이긴 하지만 이렇게 자세하고 세세하게 독자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생활을 하면 그렇듯, 내 삶의 모든 부분을 불특정 다수에게 보이는 것을 경계할수록 손해 보는 일은 없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걱정이었다. 

하지만 지독하고도 긴 어둠을 –누구나 같은 강도로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걷고 있는 사람들에게 굉장히 큰 위로와 치유를 경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빛 가운데로 걸어가면』 제목은 그 모든 것을 담아낸 제목이다.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상황과 현실에 매몰되어, 스스로 나아갈 수 없는 때가 되면 물리적인 시선은 어둠에서 벗어날 수가 없게 된다. 
그리고 그 어둠 끝에는, 감사하게도, 빛이 있다. 

p.249 신자는 죽을 때까지 자신과의 싸움을 합니다.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냐? 아니면 하나님이 내 인생의 주인인가?’ 평생 이 싸움을 하다가 예수님이 부르시면 가야합니다.

p.250 “저에게 어떠한 일을 펼쳐 보이지 않으셔도! 제 기도에 응답하지 않으셔도! 저를 지옥 보내신다 하여도! 하나님은 하나님이십니다!”
이 고백이 제 입술에서 나오기까지 정말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수많은 번뇌와 연단과 고통 속에서도 …(중략)… 신앙은 버티는 것이고, 믿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환경과 자신에게 주어진 일들을 하나님의 눈으로 해석하는 것입니다. 신자이기에 해야 하고, 신자이기에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기독교는 그 안에 생명과 구원의 역사가 있습니다.  

-

p.249~p.250은 (이 책의 스포일러이자) 왜 첫 장부터 천천히 읽어야 하는지 알 수 있는 고백이다. 
책을 읽으며, 감히 저자의 삶을 내가 이해할 수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중간 중간에 읽다가 놓고 읽다가 놓고, (가독성 때문이 아니라, 내 삶이 떠올라 멈출 수밖에 없었다.) 오랜만에 질릴 만큼 쥐고 있었던 책이다. 

저자의 삶을 보며, 솔직히, ‘21세기에도 이렇게 어려운 삶이 있을까?’ 싶을 만큼 공허와 상처로 가득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그 어둠을 실제로 시각장애인들의 사역적 도구로서 누구보다도 실질적인 삶과 사역으로 이끄셨다. 

부산 시민으로서 흰여울교회를 기도로 응원하며 ‘시각장애인 복음화’에 관한 사역에 관심을 두고 싶은 마음이 있다. Al MINISTY 사역과 AL-소리도서관과 AL-소리도서관에 올라와 있는 데이지파일로 컴퓨터, 스마트폰, 점자단말기 등에 다양하게 활용하여 책을 들을 수 있다. 서평을 쓰며, 이렇게 세밀하고 전문적인 사역을 응원할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은 설명서도 읽지 않고 인생을 살고 있다 - 자본주의 게임의 법칙
commonD(꼬몽디) 지음 / 페이지2(page2)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의 패러다임을 삶의 경험을 토대로 논리정연하게 서술하는 힘.

 

이 책을 펴자마자 받았던 첫인상이다.

 

너의 상식과 가치관이 너를 잘못된 길로 이끌었으므로 먼저 할 일은 너의 상식과 가치관을 부수는 거야

띠지에 실린 이 문장의 의미에 이마를 딱 쳤다. 보통 한 문제를 놓고 가능한 선에서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성공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보고 있는 답안지 자체를 새로 리뉴얼 할 필요가 있다. 패러다임의 전환.

문제를 놓고 논쟁했을 때 특히, 상대의 논리 안에서만 근거를 제시하려고 하면 자꾸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경험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때는, 상대의 논리에 있는 오류를 찾아내어 새로운 논리를 제시하는 것이 해법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 책은 그런 관점을 제안한다는 점에서 가장 큰 매력을 지녔다.

 

p.52 우리는 자본주의, 자유주의 세상에 살고 있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의 본질적인 모습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사는 사람은 안 줌도 되지 않아. 그러니 세상이 마치 미로처럼 보이고,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으니 천금 같은 기회가 와도 알아보지 못하고 흘려보내게 되는 거야.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세상을 이루는 자본주의의 구조를 파악하는 일이 될 거야.

 

p.53-p.54 우리가 욕망에 대해 오해하는 부분은 단순히 돈과 명예만을 추구하는 걸 욕망이라고 생각한다는 거야.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마음 깊은 곳에 깔려 있는 욕망은 사실 돈과 명예가 아니라, 남에게 사랑받고 싶은 욕망이거든. 그리고 그런 인간의 욕망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바로 자본주의 경제, 돈을 공부하다 보면 인간에 대해 누구보다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될 거야.

 

여기서부터 시작된 접근은 왜 사람들이 저자 commonD(꼬몽디)의 글을 기다리는지 절로 느끼게 한다. 우리는 세상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그리고 그 세상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이 사람에게 사랑을 얻기 위해 즉, 욕망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 바로 자본이며 그 자본으로 인한 자유를 들여다보고 부자유할 수밖에 없는 인플레이션에서 시작되는 경제 이야기는 쉽고 빠르고 간결하게 진행된다.

 

-

 

밀도가 높지 않은 문장으로 이루어져 속도감 있게 챕터가 넘어가는 구조로 가독성이 높다. 작가의 어조는 꼭 따뜻하지만 사실을 전달하는 T의 조곤조곤한 어조를 떠올리게 한다. 똑똑하지만 따뜻한 친구가 설명하는 자본주의 게임의 법칙을 읽어보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른이 되었어도 외로움에 익숙해지진 않아 - 휘둘리지도 상처받지도 않으며 깊고 단단한 관계를 만드는 법
마리사 프랑코 지음, 이종민 옮김 / 21세기북스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평] <어른이 되었어도 외로움이 익숙해지진 않아>

 

유튜브로 서치를 하다 한 쇼츠가 눈에 들어왔다. 김창옥 강연에서 결혼상대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친구와 결혼을 하면 오래 간다는 이야기였다.

 

친구와 결혼을 하라고?

짧은 쇼츠에 강연의 모든 메시지가 담기지는 않지만, 그에 관한 이야기를 오늘 책, 어른이 되었어도 외로움에 익숙해지진 않아를 통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정의 중요성

p.31 과학자들은 우울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106가지나 되며, 누군가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것이 가장 강력한 우울증 예방책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외로움이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은 하루에 담배 열다섯 개비를 피우는 것에 버금간다. (후략)

 

인용한 본문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한 사람이 살아가는데 관계는 삶의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아마 1인 가구의 사망 중 고독사라는 명칭이 있는 이유도 인간의 삶에 관계가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는 의미를 내재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왜 우정일까.

 

p.32 가족이나 배우자 같은 다른 친밀한 관계를 통해서도 이런 효과를 상당 부분 경험할 수 있지만 우정만의 독보적인 장점이 있다. 친구는 부모와 달리 우리가 자신들의 희망과 바람대로 살아주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배우자와 달리 친구와 함께라면 누군가의 전부가 돼 그를 완전하게 만드는 퍼즐 조각이 돼야 한다는 결코 채울 수 없는 기대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자녀와 달리 우리는 친구의 생존을 혼자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 우리 조상들은 부족 생활을 하는 동안 서로에 대한 책임이 여러 사람에게 분산돼 있었다. 따라서 우정은 우리가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진리, 즉 우리가 온전하다고 느끼기 위해서는 공동체 전체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재발견하는 것이다.

 

서로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더라도 여러 공동체의 형태를 만들 수 있는 관계가 친구인 것이다. 심지어 마음만 먹으면 좋은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선택의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이제 좀 이해가 간다. 사랑하는 사람과 친구와 같은 관계가 된다는 것은 사실 서로에게 엄청난 축복이다.

 

p.34 “에로스(로맨틱한 열정)는 벌거벗은 몸이 만나지만, 우정은 벌거벗은 이격이 만난다.”_C. S. 루이스

 

그런 우정의 관계를 단단하게 만드는 6가지 공식을 이 책에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다.

만약,

지금 우정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삼손 X-파일 - 혼돈의 시대, 정체성 전쟁에서 승리하는 법
이홍길 지음 / 세움북스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수많은 추천 글로 시작한 삼손 X-파일.

책 제목부터 ‘삼손 X-파일’이라니. 사실 나도 제목에 반쯤은 혹했다. 드러나지 않은 이면의 이야기를 전면으로 끌어낼 때 종종 사용하는 x-파일은, 강하고 특별한 능력을 지닌 삼손에 대한 ‘연약함에도 은혜로 살았던 삼손’을 이야기한다. 


p.42

우리가 하나님을 경외할 때 뚜렷하게 나타나는 현상은 다른 그 어떤 것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는 사실이다. 만일 당신이 하나님을 경외하지 않으면, 당신은 다른 모든 것들을 두려워하게 된다. _오스왈드 챔버스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 땅에 들어갈 때, 가장 시급한 것은 먹고사는 문제였다. 그 문제는 광야에서 정착하지 않고 살아가는 유목민에게 ‘농사’를 짓고 살아가야 하는 방법이자 현실적인 문제였다. 

그들이 40년간 경험한 하나님은 전쟁에서 승리케 하신 분이시고, 가나안 땅의 이방 민족들이 두려워하는 하나님이었으나, 막상 이방 땅에서는 농사법을 더 잘 아는 신이 눈에 들어왔다. 

바알과 아세라가 이후 이스라엘 민족에 강한 문화이자 농업(=생계)에 절대적인 신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이때부터였다. 열왕기상에 유명한 엘리야와 바알 선지자 450명, 아세라 선지자 400명 도합 850명의 대결은 가나안 땅의 우상이 얼마나 강력한지 알 수 있다.


삼손이 태어나기까지 이야기는 이렇다.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 중 단. 단은 야곱의 다섯 번째 아들이었다. 그의 후손인 단 지파는 모세에서 여호수아로 이어져 약속의 땅인 가나안 땅으로 들어와서 지파별로 하나님께서 기업으로 주신 땅을 정복하지 않고 자신들이 보기에 좋은 땅에 정착하고 말았다. 그때 소수의 단의 후손들이 그 땅에 정착해 살아갔는데, 그들 중에 한 사람이 삼손의 아버지 마노아였다. 마노아 부부는 불임이었으나, 하나님께서는 그들에게 자녀를 주겠다고 하셨고 그는 나실인으로, 사사로 살아갈 것이라 하셨다. 


성경에서 ‘태’는 하나님의 선하신 일 하심에 쓰임 받는 가장 강력한 생명의 통로였다. 그렇기에 사람 마음대로가 아니라, 하나님의 일하심으로 생명이 태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삼손도 그러했다. 하지만 삼손의 일대기는 사람이 생각하는 사사의 역할이나 나실인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자기 눈에 보기 좋은 이방 여인을 사랑했고, 쾌락에 이끌렸고, 나실인으로서 부정한 것(시체 등)을 만지지 말아야 했으나 개의치 않았고, 포도주를 멀리해야 한다는 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하나님은 언제나 삼손과 함께하셔서, 그가 블레셋을 1대 몇천 명과 싸울 때도 승리하게 하셨다. 


pp. 180-181

[사람은] 자신이 완전히 파산했다는 사실을 발견하기 전까지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를 시작할 수 없습니다. _C.S.루이스

인간은 누구나 ‘자기 의’가 강하기 때문에, 쉽게 자신의 죄를 인정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죄를 인정하지 않으면 당연히 하나님을 찾을 이유가 없습니다. …인간의 모든 도덕적인 노력은 실패하게 됩니다. 그 실패의 자리에서 자신의 무능함을 철저하게 깨닫고 인정하면 하나님을 찾는 자리로 나올 수 있습니다. 하나님 없이는 소망이 없음을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작년 한 때, 갑자기 혼자 동떨어진 시공간을 지낸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그 순간 (참 다행스럽게도) 나는 예배 가운데 있었고, 찬양하며 서 있었다. 기도했다. 

‘만약 나를 여기서 버리신다면, 나는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하나님이 나를 버리시면 제가 살아온 전 생애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시간이 됩니다. 혼자 두지 마세요. 저를 버리지 마세요.’

왜 그런 마음이 들었으며, 왜 그런 걱정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리더를 내려놓겠다는 마음을 결단하고, 내려놓을 준비를 하며 준비하는 와중에 들었던 어떤 공허한 마음일 수도 있고, 아니면 이런 마음이 ‘인간적인’ 마음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어쨌든 그 순간 기도의 응답으로, 강하게 내 손을 잡아주시는 힘을 느꼈고, 나를 절대 버리지 않으신다는 마음을 주셨다. 내려놓는 것 또한, 설사 내 인간적인 마음이 있을지라도, 지금이 ‘그때’가 맞다, 응원해 주셨다. 


삼손을 읽으며 그때가 생각났다. 삼손은 들릴라에게 자신의 힘의 비밀이라며 ‘머리카락을 자르면 힘이 사라진다.’고 했고, 블레셋에 붙잡혀 눈이 뽑히고 거대한 맷돌을 돌리며 그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하나님이 떠나신 그 자리를, 삼손은 이 세상의 그 무엇보다 격한 공허함과 두려움으로 채워지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하나님께 다시 한번 힘을 달라고, 힘의 원천이 머리카락이 아닌 하나님인 것을 고백했다. 그리고 그는 신전을 무너뜨리고 생전보다 많은 블레셋 사람을 죽이고 함께 죽었다. 


삼손 X-파일을 읽으며, 

우리와 함께하시는 성령님, 삼손이 그와 함께한 하나님의 영을 다시 만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