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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나를 위로한다
김선희 지음 / 예담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편독이 심했던 나는 철학에 관련된 책을 읽어본적이 없다. 편독을 하고싶어서 의도적으로 한것은 아니지만 시기에 따라 그러한것같다. 결혼하기전에는 주로 금융관련책과 자기계발책을 읽었고 결혼을 하면서 임신,출산에 관련된 책에 빠져들었고 아이를 출산한후에는 자녀육아서와 영어관련된 책을 위주로 읽게되었으니 내 독서 경력에는 철학에 관련된 책이 없다. 그래서 이번 책인 '철학이 나를 위로한다'는 나에게 철학책에 대한 묘한 기대감을 주는 그런책이다. 아마도 나의 기억속에 오래남을법한 책인듯 하다. 내용도 맘에 들었거니와 책 제목이 너무 멋들어지게 느껴졌기때문이였으리라. 아마도 나 자신도 몰랐을터이지만 철학책에 대한 나의 선입견이 있었다. 철학하면 왠지모르게 고리타분하고 하품이나올것 같다. 어떻게보면 실생활에 필요치않는 철학을 순수하게 공부하고 싶은사람에게나 필요한 그런 학문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철학책이라고하면 니체나 플라톤이나 그런 사람들이 우리와는 다른 세상에서, 우리와는 다른 이상으로 살았던 사람들이 펼친 학문을 이야기하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평소에도 철학책을 가까이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철학이 나를 위로한다' 이 책을 읽으며서 그러한 생각의 틀을 과감히 버렸다. 내가 읽어오던 자기계발책과 별다를바없는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였다. 아니면 내가 분류해놓은 철학이라는 분야가 내가 추구하던 그런 분야였단말인가..단순히 내가 줄을 그어놓고 그쪽으로는 넘어가지 않으려고 애써 등을 돌린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이책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이 '나는 왜 나를 부정해야하는가'였다. 난 이물음이 참 좋다. 성형에 관련된 내용이였는데 그 성형에 관련된 문제성을 어떻게 '나는 왜 나를 부정해야하는가'라는 물음으로 대변할 생각을 했을까. 아... 이 물음이 참 좋다.
우리가 성형을 하는 이유는, 사실 내가 성형을 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뭘까. 나도 성형을 하고 싶다. 코도 높이고 싶고 눈도 더 커지고 싶다. 한마디로 좀더 예뻐지고싶다는거다. 내가 예뻐지고 싶어지는 이유가 뭘까. 우리사회에서 예쁘다는 말은 많은 수혜를 누릴수있다는 말이기도하다.
'사실 우리의 몸은 태어난 이후 그대로 굳어지는 고체가 아니라 계속해서 변화하는 유동체이고 유기체이다. 또 생활의 나쁜습관들이 몸에 응축되어 일종의 변화들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우리 신체는 늘 기능저하와 감가상각을 경험한다. 따라서 몸에 잘못 쌓인 나쁜습관들과 그로 인한 변형들을 제거하거나 극복하는 것은 건강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p.93
성형이 나쁘다고만 하는것은 아니다. 자신의 부족한부분을 채워 자신감을 찾을수있다면, 그것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플러스 작용을 할수 있다면 어쩌면 자신을 부정하는것만이 아닌 이것은 자신을 더 사랑하고 더 나은 삶을 향해 발전시키는 기술에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가는 이렇게말한다. 이런 생각은 사실 일면적이라고.. 자신을 바꾸고 가꾸려는 과정을 발전과 진보로 볼수 있다해도 '더 나은 삶'이 어떤것인지에 대한 결정하는권력이 결코 자신으로부터 나오지 않는다는것이고 다른사람들의 시선과 평가를 받기위해 스스로 감시하고 강박적으로 조절하려고하는 그모습은 지금의 내가 아닌 다른내가 되기위해서 현재의 자신을 부정하고 태어난 조건과 나만의 독특한 특징을 먼저 부정해야하며 이는 시대의 기술적진보와 미디어의 발달은 우리에게 자기부정의 기술을 가르치고 내면화하고 있다고 우리에게 일침을 가하고 있다.
우리사회의 문제로 등장한 성형에 관련된 내용뿐만 아니라 가족과 우리의 삶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담겨져있다. 철학에 관련된 책을 처음 접했지만 굉장히 만족스럽다. 오래오래 두고 봐질만한 책을 만나서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