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의 숲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0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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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오코는 갑자기 폭 빠져 돌아올 수 없는 우물을 말한다. 어느새 찾아오는 덫 같은 죽음. 숲 너머 들판 어딘가에 우물이 있다. 방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면 빠지지 않을 수 있을텐데.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 걷다가 빠져 죽는 일은 없테지만 그럴 수는 없다. 나오코는 거짓말을 했다. 죽음은 숲 너머에 있다고 말했다. 나오코가 마주한 첫 죽음은 자신의 집에, 언니의 방에 있었다. 나의 방 바로 옆 방, 언니의 방에서 언니는 목을 매달아 죽었다. 나오코에게 어두운 숲이란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다른 세계가 아니었다. 자신의 ‘기억의 숲’이었다. 기즈키가 자살했다. 나오코에게 찾아온 두 번째 죽음이다. 언니와 소꿉친구의 자살이 연이었다. 가까운 죽음은 나오코를 흔들었다. 와타나베의 회상은 나오코자 자신에게 전해준 우물 이야기로 시작한다. 나오카는 말한다: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를 우물이 있다. 언제 빠질지 모르고, 어디 있을지 모를 깊은 우물로 사라져 버릴 수 있다. 이는 나오코가 위태로운 자살 충동을 겪음을 전하는 우화이다. 언제일지 모른다는 점에서 우연하고, 왜인지 그런 우물이 있는지를 모른다는 점에서 불합리하다. 잊힌 덫에 숲을 거닐던 사슴이 죽듯. 모두에게 잊힌 우물이 있다.



나오코는 성인이 되어 우연히 와타나베를 다시 만났다. 기즈키의 죽음을 함께 겪은 친구다. 와타나베는 나오코와 섹스를 했다. 나오코는 침범하도록 뒀다. 나오코는 와타나베를 사랑한 적이 없다. 와타나베는 뒤늦게 깨닫는다: 나오코가 자신과 섹스를 했던 까닭: 사랑해서도 섹스 하고 싶어서도 아니었다는 점을. 우물의 우화는 와타나베가 그려낸 우화다. 나오코는 말없이 떠났다. 와타나베에게 나오코가 속마음을 드러낸 적도 말할 수 있었던 적도 없었다. 와타나베는 나오코와 기즈키의 상실을 공유한다고 느낀다. 우연히 다시 만난 나오코와 자신을 운명적인 인연으로 묶는다. 와타나베 있어서 나오코는 대화의 상대가 아니다. 나오코가 타자임 부인한다. 보살펴주겠다는 이유로 소유하고자 한다. 미래를 약속하고 자신은 나오코를 위해 헌신할 준비를 해간다고 믿는다. 결정적인 사건을 같이 겪었으므로 하나의 운명이 되어야 한다고 정했다. 와타나베의 이러한 욕망을 기즈키가 아닌 자신이 나오코가 처음 섹스한 남성이란 사실이 뒷받침해줬으리라.



그러나 나오코는 와타나베를 사랑한 적이 없다. 이것이 와타나베의 침범에 대한 징벌이다. 와타나베는 살아가기를 고민한다. 미도리와 사랑하고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기를 선택할 수도 있다. 단순하고 강한 이유다. 와타나베는 두 상실을 겪고 미도리를 사랑하고 행복할 수 있을 자신이 없었다. 무엇보다 왜 자신은 기즈키와 나오코처럼 자살하지 않아야 할지에 대한 자기이유가 필요했다. 이 세상에 남을 자신의 존재이유가 필요했다. 미도리가 함께 살자고 말하지만 와타나베는 미도리에게 시간을 달라고 한다. 끊없이 걷는다. 빵과 토마토, 초콜렛만 먹으며 배낭을 짊어지고 노숙하며 걷는다. 살아 남아야 할 까닭을 세상 어디에선가 우연히 찾아지길 바라며 방랑한다. 와타나바게 알아낸 것은 자신이다. 자신을 알게 된다. 자신은 거짓말쟁이란 걸. 껍질을 두르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란 것, 결코 속을 터놓고 솔직해질 수 없는 사람이란 걸. 



와타나베는 픽션을 쓰기를 선택한다. 자신이 만들어낸 상상 속에 살아가기로 한다. 더이상 자신에게 진짜 세상은 너무 과분하다고 결정 내렸다. 환상속으로 물러난다. 하나의 목적을 남기고 자신의 삶을 폐기한다. 가감없는 삶의 진실된 기억으로부터 내가 꾸며낸 ‘쓰여진 세계’의 기억으로의 전환을 만들어낸다. 이것이 와타나베 자신이 자신에게 허락하기로 결정한 자기기만의 삶의 방식이었다.



그러나 마흔이 되어갈 때쯤, 와타나베는 깨닫는다. 루프트 한자 비행기에서 흘러나온 Norwegian Wood를 듣고 기억의 홍수를 겪는다. 공황 발작에 빠진다. 레이코는 나오코의 장례식을 위해 쉰 곡을 연주했다. Dear Hearts를 시작으로 Norwegian Wood를 두 번째로 연주하고, 같은 곡을 다시 마지막 곡에 연주했다. 노래가 불러일으킨 기억은 공황을 일으켰다. 나오코는 자신을 결코 사랑한 적이 없으며, 자신에게 기억하라고 말한 적도 없으며, 자신이 청춘에 완성한 원고는 모두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서 쓰여진 글일 뿐, 누군가를 사랑하고 돌봐주기 위해온 사람의 노력한 결과물이 아니란 걸 깨닫았다. 이 이야기는 작가 와타나베가 남긴 반성문이다. 지극히 수치스러운 나의 이야기다. 당신에게 건냅니다.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 나에 대해 당신이 읽어내고 싶은대로 읽으십시오. 



하루키의 문학은 남성이 여성에 대해 품는 에로스의 욕망을 무척이나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러나 남성독자들에게는 의외로  시큰둥한 인기를 끌곤 한다. 그 까닭엔 하루키가 다루는 에로티시즘은 겉보기에는 항상 남성을 위하여 정렬된 것처럼 보이지만, 남성의 발기에 대한 배반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발기하는 남자들에게 말한다. 지어내지 말고 기억하라. '수치심'은 갖으라. 서브플롯으로 다뤄지는 나가사와와 하쓰미의 에피소드에선 직접적으로 언급한다. 나가사와의 목소리로 말한다. "이런 나마저도 하쓰미의 죽음엔 견디기 어렵다, 부끄럽다"고.



와타나베-레이코 관계를 소설의 말미에 넣어둔 까닭도 여기 있다. 이 관계는 죽음 앞의 인간의 성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장면이다. 자신들이 사정하는 까닭이 상대방을 깊이 사랑해서가 아닌 죽음에 쫓겨서인 점을 알라고, 받아들이라고. 생의 유한함을 알기에 더 깊이 사랑할 수 있다고 거짓말 하거나, 근사한 거짓말을 만들어내 봤자, 자신을 위한 것일 뿐이란 걸 알 것을 요구한다. 생의 유한함을 알기에 더 마음껏 사정할 뿐이다. 와타나베-레이코의 장례식은 제의祭儀로서 기능하며, 도취적인 합일을 이루도록 한다. 생의 보호막을 한 겹 더 잃어버린 순간 타인의 몸과 만나다. 자신에게 잔존하는 생명의 힘을 과시하며 주이상스를 향유한다.



와타나베는 나오코의 죽음, 레이코와의 제의를 마친 다음 미도리에게 전화를 걸어 말한다: “너와 꼭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할 이야기가 너무 많아. 꼭 해야 할 말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 이 세상에서 너 말고 내가 바라는 건 아무 것도 없어. 너를 만나 이야기하고 싶어. 모든 것을 너와 둘이서 처음부터 시작하고 싶어.”

미도리는 말한다. “너, 지금 어디야?”

와타나베는 미도리에게 대답하지 못하고, 자신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지?’

미도리-와타나베는 섹스가 없다. 미도리-와타나베 관계는 나오코-와타나베와 다를까, 둘은 사랑할까? 이야기는 열린 결말로 끝맺는다. 열린 결말은 청춘의 와타나베에 이입하는 독자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내 대답은 와타나베와의 관계에서 미도리는 자신의 경계를 잃은 적이 없었다는 사실과 중년의 와타나베는 공황발작을 겪는다는 사실, 이 두 지점을 지적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미도리-와나타베의 관계는 다음 글에서 다뤄보겠다. 미도리의 말이 지닌 힘에 대해서 그 중에서도 우소うそ가 가진 힘에 대해서.




추기. 하루키는 피츠제럴드를 본받고자 했습니다. 개츠비의 초록빛을 미도리에게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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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 뷰 - 제14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우신영 지음 / 다산책방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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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선학, 남동공단, 소래포구, 덕적도 등 장소들이 다뤄집니다. 인천의 장소들이 다뤄진 소설인 점에서 몹시 반가웠습니다. 특히 석진이 연안부두에서 떠나는 배를 타고 덕적도에서 전개되는 장이 좋았습니다. 작가 님이 연안부두와 동인천의 사연들을 더 말해주길 바란다고 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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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 뷰 - 제14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우신영 지음 / 다산책방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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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신영 작가는 말합니다: "거침없이 투명한 시티 뷰를 위해 유리를 닦는 사람과 스릴을 안전하게 감각하기 위해 가짜 암벽을 타는 사람. 한쪽은 지상으로 하강하고 있었고 한쪽은 정상으로 상승하고 있었는데 평행의 정의에 의거하여 그들은 절대 스칠 일이 없어 보였다. 줄에 의지해 오르내린다는 행위의 닮은꼴과 달리 그들 사이에는 무참하리만큼 아찔한 심연이 놓여 있었으니까. 그 사실을 도저히 삼킬 수가 없었다. 헛구역질이 났다. 그게 이 소설의 시작이었다." 

작가 개인이 밝힌 작품의 창작동기는 해룡의 죽음입니다. "더 이상 가난하지도, 부끄럽지도 않은 스스로가 견디기 어려워진 것은 마흔이 넘어서였다."고 밝힙니다. 우신영은 교수직을 그만두고 전업작가가 되었습니다. 문학을 읽는 것은 간혹 "스릴을 안전하게 감각하기 위해 가짜" 경험을 갖는 것이 아닐까 묻곤 하게 됩니다. 여러 문학이 있지만 소위 순수문학으로 불리우는 평단이 골라 둔 작품들은 제게 이런 감각을 크게 불러일으키곤 합니다. '타인의 고통'을 소비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질문입니다. 홀로 자신의 시간을 들여 원하는 책을 읽는 것이 재미로만 그친다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조금만 이 틀이 확장되어도 그저 재밌어서 한다고 말하긴 어려워집니다. "현대소설교육론 강의를 10년 가까이" 해온 우신영은 "남의 불향을 가르치며 행복하다는 것에, 안락의 옷을 입고 시계를 차고 가방을 멘 채 결피블 논한다는 것에, 이따끔 헛기침이 나왔다."고 말합니다. 

작가의 말에는 자신의 그린 인물들의 모습들이 자신의 감각으로부터 비롯됐다는 걸 밝히고 있습니다. 헛기침, 삼킬 수 없는 헛구역질, 나를 바라보는 학생들의 눈동자에 취하는 나. 유화와 해룡, 그리고 주니와 보육원 출신 채원, 가정부 옥란으로 갈수록 자신과 멀어집니다. 이는 우신영 뿐만 아니라 교양 있는 독자층, 흔히 중산층일 것으로 간주되는 독자층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작가는 분명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난쏘공'을 가르쳤다고요. 저의 부모는 모두 노동자였으나, 가족은 계층 상승을 이뤘습니다. 둘은 같은 공장에서 만나서 결혼을 했습니다. "담배를 사셔필 돈도 없어 꽁초를 주워피곤 했다면서, 엄마는 아빠랑 왜 결혼했던 거야?" 아버지는 제가 태어난 때부턴 공장을 그만두고 건설현장 막노동꾼 설비쟁이가 됐습니다. 2010년도 수능 2주 전쯤이었습니다. 아버지가 우마(이동식 천정작업 비계)에서 떨어져서 왼쪽 팔꿈치 아래 뼈가 박살이 났습니다. 생명에 지장은 없었으나 고통스러운 수술을 했고, 퇴원을 하기 전 철심을 박은채로 병원을 빠져나가 현장 작업장으로 돌아갔다오곤 했습니다. 제겐 건설 노동자이던 아버지가 언제 떨어져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가 있었습니다. 막연한 어린 시절 산업재해를 다루는 뉴스나 다큐멘터리를 보며, 저 아저씨처럼 우리 아버지가 떨어져 죽지 않을까 공포에 질렸던 것이 기억납니다. 더 크고난 청소년기엔 높은 곳에 서면 훨훨 날 수 있다고 생각이 들어 뛰어내려 볼까 싶다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 이 공포를 다시 느꼈던 기억도 있습니다.

타인의 고통을 다루는 문제, 특히나 나보다 계급이 낮은 사람들의 삶을 다루는 문제는 어렵고, 가끔은 건들기 곤란한 문제일 것입니다. 작가가 이 문제를 다루는 방식은 몹시 진지하고 과감합니다. 시티-뷰위 모든 이야기는 결국 석진의 어머니의 이야기가 밝혀지기 전과 다음에 다르개 읽어집니다. 어머니에 대한 혐오와 한스러움을 느껴왔던 자신을 직면하며 극이 끝납니다.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가는 것이 삶이고, 산 사람은 살아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해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꼭 돌아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내가 이쯤되니 정말로 결핍이 없는 인간이라고 느껴질 때가 온다면 어떨까요?

우연하게도 저의 아버지의 이름은 상룡입니다. 저의 이모의 이름은 옥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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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 뷰 - 제14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우신영 지음 / 다산책방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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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을 짓던 시절은 지나고, 지어진 건물의 창-유리를 닦기 위한 노동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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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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