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로쟈 > "저, 독서광 아닙니다, 다들 안 읽기 때문이죠."

지난주에 장정일의 신간 <장정일의 공부>(랜덤하우스, 2006)에 대한 소개 페이퍼를 올리면서 인터뷰기사 한 꼭지를 옮겨놓았었는데, 내친 김에 북데일리에 실린 인터뷰 또한 옮겨놓는다. 대충 읽어보고 말 생각이었지만 이 인터뷰 기사의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저, 독서광 아닙니다, 다들 안 읽기 때문이죠."

 

 

 

 

장정일만큼 책을 읽는 건 아니지만 나도 책에 대해 아는 체를 많이 하다보니 간혹 엄청나게 책을 많이 읽는 것으로 오해받곤 한다. 그런 기대와는 반대로 평소에 나는 책을 너무 안 읽는다고 자책하며 사는 편이다(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투정하는 게 사실은 더 많지만). 마일리지도 쌓인 김에 이번에 <장정일의 공부>와 함께 몇 권의 책을 더 주문했는데(책은 이미 학교로 배달되었지만 아직 확인해보지 못했다) 분량상 <공부>를 제외하면 내가 빨리 완독할 수 있을 책은 <언어학과 정치>(역락, 2006) 정도이겠다.

 

 

 

 

거기에 현재 읽고 있거나 대출해놓은 책들이 10여권. 강의준비나 필요 때문에 읽어야 하는 책들이 또 두서없이 그만큼이다. 지난 주말부터 가방에 들어가 있는 책은 아이리스 장의 <역사는 힘있는 자가 쓰는가>(미다스북스, 2006)와 김경주 시인의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랜덤하우스중앙, 2006)이고, 집에 와서 잠시 펼쳐본  책이 <계몽의 변증법>(문예출판사, 1995), 그리고 엊그제부터 행방을 찾고 있는 책이 비릴리오의 <정보과학의 폭탄>(울력, 2002)이다(나는 국역본과 함께 러시아어본을 갖고 있는데, 최근에 영역본도 구했다).

 

 

 

 

전업작가라면 나름대로 책읽기에 질서를 부여해서 '로쟈의 공부'라도 내놓을 준비는 돼 있지만 장정일만큼 쌓아놓은 공덕이 없기에(내가 읽은 '장정일' 가운데 베스트 네 권이다. 나는 그의 <삼국지> 등을 읽지 않았다) 그럴 경우 생계를 책임질 수 없다. 그러니 울적하다. "다 읽으면 굶기 때문이죠." 더불어 아무리 부지런히 읽는다고 해도 이젠 책들을 다 읽을 수 없다. 그러니 막막하다. "다 읽을 수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말하건대, "저, 독서광 아닙니다!"

북데일리(06. 11. 20) "저, 독서광 아닙니다, 다들 안 읽기 때문이죠"

지난 2월. 중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인 소설가 장정일(45)이 동덕여대 문예창작학과 초빙교수로 임용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학교 측은 “교육부 학력 규정상 장 씨를 전임교수로 임용할 수 없어 초빙교수로 채용했지만, 임기를 마치면 발탁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소설 <내게 거짓말을 해봐>로 음란물 비시에 휩싸여 구속되기도 했던 ‘화제의 작가’ 장정일. “나는 문학이 직업이 아니라면 구역질이 난다”라고 스물한 살 일기장에 그렇게 적었던 그는 시인도 됐고, 소설가도 됐고 교수까지 됐다. 모두 ‘책’ 덕분이다. 밤낮으로 읽은 책 이야기. 그가 쓴 6권의 <독서일기>는 독서광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전설적인’ 책이다. 책 전문 프로그램 ‘TV 책을 말하다’의 진행자로 발탁 되었을 때 그의 어눌한 말솜씨에 불만을 갖던 사람들도 “그럴 만하다”며 독서력만큼은 인정했다.

학교에 ‘덜’ 다닌 대신 ‘더 많이’ 읽은 장정일. 그가 <장정일의 공부>(이하 '공부')(랜덤하우스코리아. 2006)라는 책을 펴냈다. 이번에는 읽은 책만 기록한 것이 아니라 세상을 향한 뾰족한 일침까지 던졌다. 관심분야는 달라졌지만 여전히 책에 미쳐있는 그를 간곡한 설득 끝에 ‘어렵게’ 만났다. 정면의 시선을 던지지 못하는 그의 수줍음 사이로 마흔 다섯 해의 기나긴 책의 역사가 사라졌다 피기를 수 없이 반복했다.

- 시인, 소설가로 살다가 직장인이 되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백수로 있는 것만 못 하죠. 작가는 24시간 365일이 자유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하고, 학생들을 위해 내 삶을 쪼개야 하니까 작가가 낫지요”

- 그 좋은 자유를 포기한 것이나 나고 자란 대구를 떠나 서울 살이를 시작한 것이나 자신에게는 큰 변화일 텐데요. 대구와 서울을 비교해 보면 어떻습니까.

“서울은 재입성이에요. 90년도에 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사 왔다가 96년도에 다시 대구로 내려갔죠. 그리고 10년 만에 올라 온 거에요. 대구와 서울을 굳이 비교하자면 도시와 지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지금 사회에서는 ‘은거’ 에 비할 수 있는 지방생활이라는 게 별 의미가 없어요. 인터넷, 신문. 아무것도 없는 ‘은거’가 불가능한 시대죠. 저는 젊은 작가들을 만나면 꼭 서울살이를 해보라고 해요.

사실, 대구에 가도 서울 생활하고 비슷하거든요. 그럴 바에는 대도시에서 부대끼며 살아보는 게 경험상 낫다는 거죠. 젊은 작가라면 특히, 대도시 생활을 겪어 봐야 해요. 촌으로 가겠다는 젊은 작가들한테는 나이 50, 60되서 가도 괜찮으니까 지금은 대도시에서 생활해 보라고 말해요. 대도시 문명과 호흡하면서 글감과 문젯거리 같은 것들을 만나봐야 해요.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면 외국 생활도 좋은 경험이 될 거에요. 누구든 문명에 노출 된 생활을 하고 있는데 은거의 장점도 살리지 못할 바에야 중소도시 보다는 대도시에서 살아 보는 게 경험상 좋다는 거죠”

“지금은 민주주의 아닌, 과두제”

- <독서일기>와 <공부>의 공통점이 있다면 역시, ‘책’입니다. 책읽기라는 것은 마흔 다섯이 된 지금의 자신에게도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 같습니다.

<독서일기>가 ‘책 속에 길이 있다’고 이야기 했다면 <공부>는 ‘책 속에는 길이 없고, 책과 사이사이에 난 길을 내가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 한 책입니다. 사실, 책은 아무 것도 가르쳐 주지 못해요. 만약 길이 있다면 남이 만들어 놓은 길이겠죠. 길은 스스로 만드는 거에요. 텍스트를 가지고 콘텍스트 속에 스스로 길을 만드는 겁니다. <독서일기>는 책이 먼저 독후감이 뒤에 있는 책이지만 <공부>는 반대로 관심 있는 테마를 정한 후 관련된 책을 읽은 것 입니다. 책이 먼저가 아니라 뒤에 선택 된 거죠. 그게 가장 큰 차이점이에요. 책을 읽는 이유를 물으면 저는 늘 ‘좋은 시민이 되기 위해 책을 읽는다’고 말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교양이 모자란 사람이 아니라, 나쁜 시민이라는 뜻이에요. 사람들은 ‘공부’하면 지긋지긋하다고 하는데 너무 입시위주의 공부를 해서 그런 거고, 공부는 평생 함께 가야 할 좋은 친구입니다. <공부>는 나이 마흔 다섯 된 제가 공부라는 게 참 재미있다고 말하는 책이에요”

- '책 읽기를 통해 스스로 길을 만든다'는 말씀에서 ‘길’이 의미하는 것은 다른 텍스트로 옮겨 가는 길이 아니라 사회 안으로 들어가는 길 같습니다. '비행기의 1등석에 탈 수 있는 사람에게는 국경이 없지만 3등석 밖에 탈 수 없는 사람들에게 국경의 벽은 높다'며 현 사회를 ‘과두제’에 빗대는 등 사회를 향한 통렬한 비판도 쏟아 내셨는데요.

“지금은 민주주의 시대가 아닙니다. 이미, 과두제에 들어갔죠. 미국도 우리도 모두 마찬가지에요. 과두제란 특권층을 의미합니다. 그들이 모든 부와 권력을 나눠 갖는 시대죠. 프랑스 혁명 이후 세금 내는 사람들에게만 투표권이 주어졌잖아요. 지금이야 형식적으로 1인1표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돈 있는 사람이 권력을 차지하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선거비용을 많이 낸 사람이 당선확률이 높고, 돈 있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을 만들어 내고 결국 그들이 법을 만듭니다. 그러니 민주주의에 살고 있다는 생각은 큰 착각이죠. 그래서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겁니다. 책을 읽지 않으면 속게 되죠. 정치권력, 자본주의에 휘둘리기 쉬운 사람, 만만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으면 책을 읽어야 합니다. 단돈 몇 천원만 사기 당해도 속았다고 분해하면서 책을 안 읽는 다는 건 문제죠. 엠마뉘엘 토드, 촘스키 모두 ‘책 읽는 능력이 민주주의를 지킨다’는 말을 했습니다. 책읽기를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을 기르고 보다 철저히 기업과 정치를 감시해야 합니다.

“여호와의 증인, 소수종파의 문제 아니다”

- 아직도 여호와의 증인을 믿고 있는지요. 본문에 보면 '학력이 중학교 졸업밖에 되지 않는 것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당시에 치러지던 고등학교의 군사훈련(교련)을 피하고자 진학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1만 명의 신도를 감옥에 보내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해온 사람은 여호와의 증인이 유일하다'고 밝히셨습니다. 여호와의 증인이 사이비로 지탄 받아온 것. 대체복무는 여호와의 증인들에 대한 특혜시비라고 지적한 개신교에 대해서도 분노를 표하셨습니다. 이에 대한 입장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까?

“지금은 여호와의 증인이 아닙니다. 18세에 신앙을 버렸어요. 여호와의 증인 때문에 양심적 병역 문제가 중요한 게 아니고요. 어느 종교든 간에 살생, 살인에 대해 깊이 생각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겁니다. 우리나라 종교는 그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아요. 이는 한국 종교의 현 위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부분입니다. 신앙인이라면 ‘나는 양심에 의해 살인은 못하겠다’고 하고 ‘그러니까 양심적 병역대체를 하게 해다오’라는 문제의식을 갖는 게 당연 한 건데. 우리나라 종교는 그렇지가 않아요. 그래서 여호와의 증인이 소수종파의 문제인 것처럼 보인 겁니다. 또 불합리 한 건 종교 안에도 계급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군대나 살인문제에 대해 평신도가 고민을 하면 감옥에 가고 성직자는 면죄가 된다는 거에요. 성직자라면 평신도를 위해 발언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그 고민에서 벗어나 있어요. 성직자라고 면죄 되어서는 안 되죠”

- 40년간 문학을 한 편도 읽지 않았다는 일본의 저널리스트 다치바나 다카시를 향해 ‘노벨문학상까지 수상한 동문 오에겐자부로에 대한 열등감을 표출한 것은 아닌지’라는 반문을 던지셨습니다. 문학을 읽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요. 인문, 교양 분야의 책들로 포진되어 있는 <공부>를 보면 스스로도 문학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다치바나 다카시와 평론가 가라타니 고진은 최근 20년간 문학작품을 안 읽었다고 합니다. 다카시는 21세기 교양의 총체는 자연과학으로 넘어왔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가라타니 고진은 문학은 늘 사회 현실과 조우했지만 어느 날 그게 “끊어졌다”고 말합니다. 일본 문학이 언젠가부터 자아나 내면도피로 방향전환을 했다는 거죠. 그래서 문학을 안 읽는다고 해요. <문학의 종언>에서 하는 얘기가 그런 겁니다. 작가들이 점점 사회와 괴리 될 때 문학도 독자와, 사회와 끊어진다는 거죠.

문학이 살아나려면 내면에서 벗어나 사회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그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옛날 시인, 소설가들에게 사회는 “여기 앉으세요”라며 자리를 마련해 줬습니다. 그건 문학하는 사람들에게 “당신 말을 듣고 싶다”는 뜻이었지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자리를 마련해 주지 않아요. 그건 작가들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작가도 한국사회에 대해서 발언하지 않죠. 이렇게 사회에서는 멀어지고 내면 도피나 자아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니까 ‘미래파’라는 시가 나오는 겁니다. 작가들도 내면 도피에서 벗어나서 사회 안에 들어와야 합니다. 저는 종종, 작가들은 ‘야반도주’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야반도주’는 내면 도피 문학을 말합니다. 작가는 사회에 빚이 많습니다. 그러니, 빚지고 도망가서는 안 된다는 뜻이죠”

“책은 반드시 도서관에서 읽은 후 구입”

-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다는 대목을 읽었습니다. 아무리 빌려 읽는다 해도 워낙 오래 된 책탐이니 모은 분량이 엄청나겠습니다.

“도서관에서 자주 빌려 읽습니다. 책은 꼭 도서관에서 읽어보고 사요. 신간은 도서관에 늦게 도착하기 때문에 3달 정도 늦게 사게 되지만 그래도 읽어 보고 삽니다. 이런 구매법을 권해주고 싶습니다. 도서관, 출판계 모두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이니까요. 소장권수는 그렇게 많지 않아요. 5년 전에 중학교 때부터 모았던 책을 헌책방에 모두 내다 버렸거든요. ‘나는 왜 이렇게 살까’라는 자책에서 벗어나고 싶었거든요. 그건 아마 모든 수집광, 마니아들이 한번쯤 겪는 관문일 거예요. 다 내다 버리고 ‘재생의 길’을 걸어보고 싶었다는 생각을 한 거죠.

전에 집에 쌀이 떨어졌는데 한 선배가 라면 사라고 돈 3만원을 줬어요. 그런 선배를 참 좋아 하는데 “지금 무슨 글 써?”라고 묻는 선배보다 “너 요새 먹고는 사나? 돈은 있나?”라고 묻는 선배가 정말 좋은 선배에요. 글이야 다 알아서 쓰니까. 아무튼 그 선배가 준 돈 3만원으로 쌀을 안사고 교보문고 가서 책을 사버렸죠. 그러면서 자책했어요. “나 정말 왜 이러고 살까” 결혼기념일에 아내 선물 사줄 돈으로 책 사버리고. 그러면서도 멈출 수가 없는 거예요. 귀한 책도 많았고 도서관이 안 부러울 만큼 갖고 있었는데 그런 내가 싫어서 다 갖다 버렸어요. 결국 재생의 길을 걷지 못한 거죠. 지금 다시 사 모으고 있으니까“

- 아직은 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으니 저는 아직 그 수준이 되려면 먼 것 같습니다. 책 읽기 전에 손을 씻는다고 들었는데요. 다른 특별한 버릇 같은 것이 있나요. 접는다거나 줄을 친다거나 포스트잇을 붙인다거나....

“그런 시기가 마니아들에게는 꼭 한 번씩 온다니까요. 그게 언제인지는 모르지만...(웃음) 시기야 다 다르겠죠. 책은 사면 커버부터 버려요. 책 읽는데 방해가 되거든요. 책은 이방 저 방에 두고 오가며 읽어요. 한 가지 테마를 정해 놓고 10권 정도를 동시에 읽는 편입니다. 그래야 시너지가 생기거든요. 관심 있는 싶은 주제는 그렇게 접근해요. 접거나 줄치지는 않아요. 읽으면서 파악하려고 노력해야지 줄을 치거나 포스트잇을 붙이면 거기에 묶이죠. 두 번, 세 번 다시 읽더라도 그건 좋은 독서법이 아니에요”

- 독서광들이 정말 어려워하는 질문이지만, 빼놓고 싶지 않은 질문입니다. 자신에게 가장 큰 감동을 준책이 있다면.

“책 많이 읽은 사람들은 그 답을 뽑아 낼 수가 없어요. 그래도 말하라면 카프카에요. 젊은 시절 무척 좋아했죠. 최근에 읽은 책 중에는 엠마뉘엘 토드의 <제국의 몰락>을 권해주고 싶고....또....아! KBS 박성래 기자가 쓴 <레오 스트라우스>(김영사. 2005)는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에요. 제가 한겨레21에 그 책 서평을 쓰면서 “이 책을 읽거나 레오 스트라우스에 대해 아는 것은 독도를 얻는 것과 똑 같다”고 했어요. 레오 스트라우스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읽어야 합니다. 그가 쓴 <마키아벨리>(구운몽. 2006)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에요”

 

 

 

 

- 소설 집필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부>를 바탕으로 2003년 대선 이후의 한국 풍속을 다루는 이야기를 쓸 예정입니다”

- 시인으로 데뷔해 교수의 자리에 오기까지 글쟁이로, 독서광으로 20년을 보내셨습니다. 꿈을 이룬 지난 시간 동안 행복했나요.

저는 독서광이 아니에요. 사람들이 너무 안 읽으니까 그런 말을 듣는 것뿐이죠.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한 달에 10권 읽는 건 기본 아닌가요. 저는 조금 더 읽었을 뿐이에요. 모두가 그렇게 읽었다면 제가 독서광이 될 이유가 없었겠죠. 행복요? 음....행복했죠. 지금도 행복하고. 정규교육을 못 받은 것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는데 그걸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했어요. 명문대를 졸업하고 박사학위를 땄다면 세상을 뀄다는 자신감에 아마 책을 안 읽었을 거예요. 조금 배웠기에 많이 읽어야 했고, 덕분에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언제나, 행복했습니다”(김민영 기자)

06. 11. 20.

P.S. 결론은 이렇다. "기본을 갖추자!"

P.S.2. 생각이 난 김에 장정일의 시 '삼중당문고'도 다시 읽어보록 한다. '정규교육'을 못 받은 그에게 삼중당문고는 그의 '학교'였고 '교사'였으며 또한 '친구'였으리라.

삼중당문고

열 다섯 살,
하면 금세 떠오르는 삼중당 문고
150원 했던 삼중당 문고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두터운 교과서 사이에 끼워
읽었던 삼중당 문고
특히 수학시간마다 꺼내 읽은 아슬한 삼중당 문고
위장병에 걸려 1년간 휴학할 때 암포젤 엠을 먹으며
읽은 삼중당 문고
개미가 사과껍질에 들러붙듯 천천히 핥아먹은 삼중당문고
간행목록표에 붉은 연필로 읽은 것과 잃지 않은 것을
표시했던 삼중당 문고
경제개발 몇 개년 식으로 읽어 간 삼중당 문고
급우들이 신기해 하는 것을 으쓱거리며 읽었던 삼중당문고
표지에 현대미술 작품을 많이 사용한 삼중당 문고
깨알같이 작은 활자의 삼중당 문고
검은 중학교 교복 호주머니에 꼭 들어맞던 삼중당 문고
쉬는 시간 10분마다 속독으로 읽어내려 간 삼중당 문고
방학중에 쌓아 놓고 읽었던 삼중당 문고
일주일에 세 번 여호와의 증인 집회에 다니며 읽은 삼중당 문고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않는다고 교장실에 불리어가,
퇴학시키겠다던 엄포를 듣고 와서 펼친 삼중당 문고
교련문제로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했을 때 곁에 있던 삼중당 문고
건달이 되어 밤늦게 술에 취해 들어와 쓰다듬던 삼중당문고
용돈을 가지고 대구에 갈 때마다 무더기로 사 온 삼중당 문고
책장에 빼곡히 꽂힌 삼중당 문고
싸움질을 하고 피에 묻은 칼을 씻고 나서 뛰는 가슴으로
읽은 삼중당 문고
처음 파출소에 갔다왔을 때, 모두 불태우겠다고 어머니가
마당에 팽개친 삼중당 문고
흙 묻은 채로 등산배낭에 처넣어 친구집에 숨겨둔 삼중당 문고
소년원에 수감되어 다 읽지 못한 채 두고 온 때문에
안타까왔던 삼중당 문고
어머니께 차입해 달래서 읽은 삼중당 문고
고참들의 눈치보며 읽은 삼중당 문고
빳다맞은 엉덩이를 어루만지며 읽은 삼중당 문고
소년원 문을 나서며 옆구리에 수북이 끼고 나온 삼중당문고
머리칼이 길어질 때까지 골방에 틀어박혀 읽은 삼중당 문고
삼성전자에 일하며 읽은 삼중당 문고
문흥서림에 일하며 읽은 삼중당 문고
레코드점 차려놓고 사장이 되어 읽은 삼중당 문고
고등학교 검정고시 학원에 다니며 읽은 삼중당 문고
고시공부 때려치우고 읽은 삼중당 문고
시공부를 하면서 읽은 삼중당 문고
데뷔하고 읽은 삼중당 문고
시영물물교환센터에 일하며 읽은 삼중당 문고
박기영형과 2인 시집을 내고 읽은 삼중당 문고
계대 불문과 용숙이와 연애하며 잊지 않은 삼중당 문고
쫄랑쫄랑 그녀의 강의실로 쫓아다니며 읽은 삼중당 문고
여관 가서 읽은 삼중당 문고
아침에 여관에서 나와 짜장면집 식탁 위에 올라 앉던 삼중당 문고
앞산 공원 무궁화 휴게실에 일하며 읽은 삼중당 문고
파란만장한 삼중당 문고
너무 오래되어 곰팡내를 풍기는 삼중당 문고
어느덧 이 작은 책은 이스트를 넣은 빵같이 커다랗게 부풀어 알 수 없는
것이 되었네
집채만해진 삼중당 문고
공룡같이 기괴한 삼중당 문고
우주같이 신비로운 삼중당 문고
그러나 나 죽으면
시커먼 뱃대기 속에 든 바람 모두 빠져나가고
졸아드는 풍선같이 작아져
삼중당 문고만한 관 속에 들어가
붉은 흙 뒤집어쓰고 평안한 무덤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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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來而 > 개념어 사전: 개념 확실히 잡아줄께

잠깐독서

<개념어 사전>(들녘 펴냄)이 나왔다. 개념이란 ‘구체적인 사회적 사실에서 귀납하여 일반화한 추상적 지식’. 철학, 역사, 과학적 사실이나 현상을 설명하거나 이해하는 데 유효하고 이론을 전개하는 도구가 된다. 지은이는 인문학 분야 책을 쓰고 번역하는 일을 하는 남경태씨.

지은이는 사전적 정의보다 전반적인 이미지를 드러냄으로써 154개 항목의 개념어를 설명한다. 개념을 바탕한 이론이 무르익으며 또다른 개념을 낳으므로 개념들은 연관되고 중첩되어 단일한 의미보다 복합적인 뜻을 가지기 때문.

예컨대 ‘사관(史觀)’. “과거는 다 안다고 생각한다. 정말 그럴까?”로 운을 뗀다.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안중근을 두고 한국에서는 의사, 일본에서는 테러범으로 규정하고 있음을 들어 사관이 다르면 역사해석이 달라짐을 예거한다. 김재규의 박정희 암살을 두고 시해니, 의거니 하는 까닭도 마찬가지. 고대 이집트 파라오의 피라미드 건설, 수양제의 화북~강남 대운하 건설이 당대와 현재의 평가가 다름을 들어 시대에 따라 관점이 달라짐을 설명한다.

‘주체인 나는 대상인 강아지를 주변세계와 함께 총체적으로 인식하고 있다’식 대신 ‘나는 강아지를 보고 있다’고 깨놓고 말하는 것도 특징. ‘민족주의’ 항목. 전두환 군사독재가 지배하던 1980년대에 진보적 정치 세력의 일각에서는 우리사회가 경제·군사적으로 식민지 상태에서 완전히 해방되지 못했다는 판단에서 민족주의 노선을 택했다면서 이를 일종의 좌익 민족주의라 본다. 평왈, 길가던 개도 웃을 황당한 현상이었다.

변증법-변증법적 유물론-자본주의-사회주의-노동-착취-상품 등 고구마 캐듯 읽어 체계를 잡을 수 있다. 또는 처음부터 가나다 순으로 읽음으로써 분야를 넘나들어 지루함을 덜 수도 있다. 어렴풋하던 개념이나, 덩달아 아는 척하던 개념이 확실히 잡힌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172419.html

 

* 아래는 한국일보에 실린 기사를 옮겨논 것이다. 확인하시고 참조하시길 바란다.

 

"인문학 개념, 사전부터 찾지 말고 그림을 그려보세요"
'개념어 사전' 펴낸 남경태씨

우리가 많이 보는 대형 국어사전은 인터넷을 ‘전 세계의 컴퓨터가 서로 연결되어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하나의 거대한 컴퓨터 통신망’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개념어 사전>(들녘 발행ㆍ452쪽ㆍ1만3,000원)은 프랑스의 현대 철학자 들뢰즈와 가타리의 시선을 빌어 인터넷을 설명한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자본주의는 노동자가 토지에서 해방돼 법적, 정치적 자유를 얻는 동시에 새로이 자본에 경제적으로 예속된다는 점에서 이중적이고 분열적이다. 인터넷은 그 같은 이중적, 분열적인 속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인터넷은 본질적으로 자체의 내용을 가지지 않은 매체-비유하자면 인터넷은 자동차가 아니라 자동차를 달리게 하는 도로일 뿐이다-이지만, 광범위한 정보를 매개하고 전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므로 들뢰즈와 가타리가 보는 분열증, 이중성과 닮은 꼴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처럼 <개념어 사전>은 각 개념에 대한 설명을, 그 개념의 탄생 배경 및 역사적 사회적 맥락 등과 연결해 파악한다.

저자인 남경태(45)씨는 <문학과 예술의 문화사> <세상을 바꾼 문자, 알파벳> 등 70여권을 번역한 1급 번역자이자 <종횡무진 한국사> <한눈에 읽는 현대철학> 등 대여섯 권의 저자이기도 하다.

“자연과학과 달리 인문학의 개념은 단일한 의미보다 복합적인 뜻을 지니고, 하나의 개념도 인접 개념과 연관되고 중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개념을 이해할 때는 사전적 정의보다 그 개념에 관한 전반적인 이미지를 얻는 것이 올바른 이해의 방법입니다.”

그가 말하는 ‘개념에 대한 이미지’는 하나의 개념을 전체 맥락 속에서 이해하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너, 잘났다’라고 말하는데 이를 문자 그대로만 받아들이면 ‘잘 났다’라는 뜻이지만, 앞 뒤 흐름을 헤아린다면 ‘너, 잘난 척 하지 마라’라는, 정반대의 뜻이 됩니다. 인문학에서 말하는 각종 개념은 이렇게 해야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책은 권력에 대한 설명에서도, 지식이 곧 권력이라는 철학자 미셸 푸코의 주장을 차용한다. 이성이 지배하던 시대에 인간을 몽매한 상태에서 해방시킨 지식이 이제는 권력과 하나가 돼 도리어 억압과 질곡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같은 사례를 말해주는 퀴즈를 덧붙인다. 의사가 라틴어로 처방전을 쓰고 약사가 약을 잘게 갈아주는 이유는? 답은 환자가 자신의 증상이 가벼운 감기라는 것을 알지 못하게 하고, 환자가 받은 약이 실은 아스피린이라는 것을 모르게 하기 위해서란다.

책에는 가상현실, 담론, 디아스포라, 마녀사냥, 모더니즘, 신자유주의, 엄숙주의, 유물론, 자본주의, 제3의 물결, 창조론, 카오스, 파시즘, 패러디, 하이브리드 등 150여 개의 개념에 대한 설명이 들어있다. 대부분 우리가 오래 전부터 사용했거나 익숙한 것들로 저자가 책을 쓰면서 메모해놓은 철학 역사 심리학 예술 등 인문학 전반의 개념들이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용어 사전이 아니라 인문학의 지적 탐색이다. 각 개념 하나하나에 대한 설명이 그 자체로 책 한 권씩을 압축한 것 같아 인문학적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은근한 재미를 준다.

그렇다면 저자의 말처럼, 인문학의 개념들은 어떻게 파악해야 할까. 그는 무엇보다 책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더 나아가 눈으로만 읽지 말고 그 의미를 되씹어 보자고 한다. “책에서 뭔가를 뽑아내려고만 하지 말고, 책을 나의 사고 작용을 촉발하는 수단으로 대해야 합니다. 그럴 때, 한 가지 개념의 사전적 정의에 매몰되지 않고 그것이 말하는, 혹은 그것이 형성된 역사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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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來而 > * 조르지오 아감벤의 {로마인에게 보내는 편지}

* 조르지오 아감벤은 이제 지젝의 시대를 넘어서 새로운 코드로 자리를 잡을 것 같다. 아직 그의 주저인 {호모 사케르}, {예외상태} 같은 저서들이 번역되지는 않았지만 내 주위에 공부를 한다고 하는 사람들은 모두 아감벤의 논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실정아닌 실정인 것 같다. 그가 지금의 현실에서 어떠한 의미를 지닐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그의 저서 두 권을 빨리 읽는 것이 중요할 듯 싶다. 서점에  {호모 사케르}, {예외상태} 의 영역본을 이미 주문해 둔 상태이다.

선악의 이분법 뛰어넘은 '사도 바울로'

기사입력 : 2005.12.05

기독교 성인 사도 바울로(서기 10~67년)는 다마스쿠스로 여행하다가 예수의 출현을 보고 사흘간 실명 상태를 겪은 끝에 소명을 받고 제자가 됐다.

기독교 역사상 최고의 전도자이자 신학자였던 바울로는 기독교인들에게 편지로 자신의 종교적 사상을 전해 그 가운데 14통이 신약성서에 포함돼 있다.

이중 바울로가 '로마인들에게 보낸 편지'는 그리스도를 박해했던 이방인이 그리스도와 만남을 통해 이방인의 사도로 떠오른 바울로 사상의 진수를 가장 분명하고도 명쾌하게 담고 있다. '신앙과 의화(義化)'와의 관계를 소개하는 이 편지는 '성경 속의 다이아몬드'라고 불리듯 다른 편지에서는 볼 수 없는 그리스도교 구원론의 진수가 들어 있다.

이탈리아의 철학자-미학자 이자 베네치아건축대학 교수인 조르지오 아감벤(63. Giorgio Agamben)은 바울로의 '로마인에게 보낸 편지' 앞부분에 나오는 10개 단어를 텍스트로 하여 매우 획기적인 시각으로 서양사상의 사유적 이분법을 철저히 분석해 냈다.

그의 저서 <남은 시간 : 로마인에게 보낸 편지>(스탠포드대출판부. 2005)는 그 결실이다. 영어 원제는 Time That Remains: A Commentary on the Letter to the Romans.

아감벤은 그동안 죽은 자와 산 자, 동물과 인간, 육체와 정신, 자연과 문화 등 서구 사상의 근간을 이루는 이원적 대립의 사유구조 속에서 중간지대를 설정, 그 '무언가'의 상태가 현대사회를 지배한다는 점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그 '무언가'와의 관계 속에서 아감벤은 '경계'와 '나머지'라는 말을 적시하는 조건은 이원적 대립 관계에 수용되지 않고 계속 '남는 것'이라는 데 주목한다. 그 전형이 로마시대 '성스러운 인간'이란 이름 아래 '인간 외 인간'으로 차별화된 '호모 사켈'이며 혹은 아우슈비츠에서 '회교도'로 불리며 유대인을 돌보고 그들의 최후를 목격한 사람, 죄수도 간수도 아닌 '나머지의 사람'이다.

책은 이런 발상의 사유를 하게 된 저자 특유의 메시아에 대한 이해를 바울로의 편지 속에서 그 흔적을 찾아낸다. '메시아'란 히브리어로 세계 종말에 영원한 평화를 가져다주는 구세주를 나타내며 그리스어 역시 예수 그리스도는 '구세주 예수'를 의미한다.

하지만 유태교에서는 아직도 도래하지 않는 메시아를 '지금' 항상 기다리는 반면 기독교에서는 '이미' 도래한 메시아(예수)의 재림을 기다린다는 차이가 있다.

아감벤은 '지금'과 '이미'의 중간에 놓인 시간에 초점을 맞춘다. 과거 사건이 결코 '지금' 완료된 것이 아니라 본래 부정적일 미래를 구속하는 응축된 형태로서 점차 다가오는 특이한 '지금의 때'를 밝혀낸다. 이것이 '나머지 시간'이다.

그때 구원에 대한 갈구를 통해 '자유인' 바울로가 기독교의 사도가 된 시점이 바로 '나머지 시간'이다. 이런 사상적 관념은 기독교인 바울로에게 인종, 종교, 성별이라는 차이는 의미가 없고 현대인에게 '약함' 관심을 둘 때야 비로소 힘을 발휘하는 존재로서 '바울로'를 나타내게 된 것이다.

[북데일리 노수진 기자]

http://www.bookdaily.co.kr/site/data/html_dir/2005/12/05/200512050027.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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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바람구두 > 2006년 마무리 인사 겸 논술 도서 추천하고 갑니다.

짧으면 한두 달...다소 길어지면 내년 8월까지 잠수할 생각입니다.
어쩌면 중간에 이벤트 겸 논문 자료 수집 겸해서 컴백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특별히 잠수탈 이유가 없기 때문에(사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좀 있습니다.) 언제 변심하여 돌아오더라도 이상할 것 없는 상황입니다. 떠나기 전에 요새 아이들 책 읽기에 논술이 화두인지라 짧은 시간에 생각을 키우는데 괜찮은 책 3권만 추천하고 가려고 합니다.

엊그제 시사저널 별책부록을 보니 "유레카논술"팀의 논술 별책을 만들었더군요.(별책 치고 내용이 알차보입니다. 없어지기 전에 미리 한 권 사두세요.) 논술이란 것이 참 애매합니다. 평소에는 교과서와 참고서 이외에는 거들떠 보지도 못하게 하더니 갑자기 장자니, 니코마코스윤리학이니 하는 것들을 읽으라고 한다고 읽어질리도 없고, 읽는다고 이해가 쉬울리도 없겠죠.

한 십여년 전쯤에 사촌동생이 대학입학시험을 치르는데 논술 가르쳐 줄 사람이 없다고 해서 너 혼자는 못 가르치니까, 주변의 친구들을 데리고 오면 더부살이로 배울 기회를 주겠노라 해서 1년 정도 고등학교 3학년생 3명과 재수생 1명해서 논술을 지도해준 경험이 있습니다. (교재도 제가 직접 만들어서 가르쳤는데, 지금 읽어보니 우스워요. ^^ 제 논술과외 성적표는 일단 3명 합격에 한 명 불합격이었으니까...)

우리의 논술 시험은 외국의 논술형 시험에 비해서는 쉬운 측면과 어려운 측면 두 가지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쉬운 측면은 철학적 주제를 휙 던져놓고 그에 대해 에세이(경수필 말고)를 쓰라는 외국의 시험에 비해 해당 텍스트를 주고 그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묻는다는 점에서 쉽다는 겁니다. (완전히 맨땅에 헤딩하기는 아니니까요.)

어렵다는 건, 일단 해당 텍스트를 먼저 이해하고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해당 텍스트에 대한 다각적인 이해력이 동시에 요구되기 때문이겠죠. 전자에 비해 후자가 까다로운 점은 텍스트가 이미 주어졌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변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까다로운 것은 변별력이라는 것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거죠. 일설에는 논술교사의 첨삭지도를 받은 글들은 한눈에 보아도 알 수 있을 만큼 정형화되어있기 때문에 오히려 점수가 깍인다는 이야기도 있고, 또 일설에는 지나치게 튀는 글은 그만큼 다듬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감점 요인이 된다고도 합니다.
글이라는 것이 누가봐도 잘 썼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드물기도 하지만 그만큼 개성적으로 쓰기도 어렵습니다. 또 개성적으로 썼다고 해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는 보장도 없으므로 안전한 길을 택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쓰다보니 글이 또 길어지려는 경향이 있네요. (때로 긴 글보다 짧은 글쓰기가 더 어렵습니다.)

아이들이 누가 키워줘서 자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라는 것처럼
글쓰기에 왕도는 없습니다.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는 것 이외에는 말이죠. 그런데 많이 생각하는 것은 많이 생각할 거리를 얻기 전에는 할 수 없는 일이죠. 사는 것이 고단하고 힘들어서 생각을 많이 한다고 해도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세상의 이면을 들여다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결국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은 많이 읽는 것이겠죠. 그런데 우리나라같이 문화적 기초 인프라(특히 도서관)가 열악한 사회에서 아무나 많이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리고 시간도 없지요.

그래서 나온 것이 논술 앤솔로지나 다이제스트 출판물들이겠지요. 서울대를 비롯해 나름대로 이름있는 대학출판부들이 제각각 추천도서목록을 발표하고 이와 관련한 책을 펴내는 것도, 입시 때 원서 판매대금으로 재미가 쏠쏠한 것처럼 논술 팔아먹기 경쟁의 일환인 듯 합니다. 그런데 이런 책들은 실제로는 부피감이 너무 적습니다. 부피가 적으면 파 먹을 것도 적은 책들인 거죠.

생각을 키우기 위해선 앤솔로지나 다이제스트라도 어느 정도 부피감이 있는 책들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다음의 3권을 연이어 읽어보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일반인들의 경우에도, 특히 인문학, 사회과학 분야의 책들에 대한 길라잡이가 필요한 분들이 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한길사에서 자체적으로 기념하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펴낸
"역사와 지성", "사람과 사상 - 역사속의 인간과 지성을 탐구한다", "명저의 세계" 모두 3권이 하나의 시리즈물인 책입니다. 이중에서 1권은 현재 품절 상태로 나오는데 교보나 다른 곳(헌책방)을 뒤져보면 혹시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제목에 이미 책의 내용이 상당수 나와있지만 차례로 읽어보시고... 그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생각의 폭이 넓어질 수 있을 듯 하군요. (어쩌면 지금 당장 고3 수험생에겐 별 도움이 못 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니까 고2에서 고3 올라가는 "결이"가 읽으면 좋겠습니다. 이 3권을 읽는데만도 시간이 꽤 걸릴 테니까. 지금부터 차근차근 읽고, 모르는 말은 밑줄 긋고, 나중에 선생님께 묻고, 멋있는 말은 일기장에 옮겨적기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물론 이곳 문망에 물어봐도 좋겠지요. 10년 전 책이니까, 이 책들이 논술 시험 열기에 대비한 책, 급조된 책이란 오해도 피할 수 있겠죠?)

그럼....
나중에 컴백하게 되면 인사드리겠습니다.
한 해 마무리 잘 하시길... 안녕...

책 제목은
역사와 지성 - 김재용 외 / 한길사 / 1996년 11월
사람과 사상 - 김재용 외 / 한길사 / 1996년 11월
명저의 세계 - 김재용 외 / 한길사 / 1996년 11월

역사와 지성
김재용 외 / 한길사 / 1996년 11월

 

 

 

 

사람과 사상
김재용 외 / 한길사 / 1996년 11월


 

 

 

 

명저의 세계
김재용 외 / 한길사 / 199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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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이매지 > Grammar in Use 시리즈

2002년도 쯤에 학원 홈페이지에 올렸던 칼럼 글입니다. 요즘 제가 네이버 지식인 놀이(?)에 열중인데, 문법 공부로 질문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Grammar in Use 책 이야기도 종종 등장하구요. 그래서, 예전 글이지만 여러모로 참고될 것 같아 다시 옮겨 놓습니다. 좀 더 궁금하신 분들은 꼬리글을 달아주시거나, Q&A 게시판에 질문해 주세요. 제 학생분들은 수업중에 궁금하신 점을 올려주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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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법, 바로 이 책, "Grammar in Use" Series

 

 Grammar in Use 는 Cambridge의 유명한 영문법 교재입니다. 그냥 유명한 것이 아니라 그 유명세에 걸맞는 알차고 훌륭한 내용을 가진 책이라 저도 첼시에서 강의 교재로 사용하고 있지요.

  지금 시중에 볼 수 있는 Grammar in Use가 아마 다섯종일 겁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분들이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 헷갈려 하시는 것 같아서 다섯가지의 구분을 중심으로 이 책을 소개할까 합니다.

  그동안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아마 남색 표지에 'English Grammar in Use'라고 타이틀이 적힌 것일 겁니다.


 
 

   그리고, 이 책과 비슷한 디자인인데 색깔만 빨간색으로 'Essential Grammar in Use'라고 된 것도 함께 잘 알려져 있지요.

 

 

   이 두 권이 바로 Grammar in Use 시리즈를 대표하는 소위 original이지요.

  보통 파란색은 intermediate(중급학습자)용, 빨간색은 Elementary(초급학습자)용으로 구분되는데, 단지 level의 구분을 떠나서 각각의 유용함과 특징이 있는 좋은 교재입니다.

  그러면 나머지 세가지 Grammar in Use는 무엇일까요?

  전에는 자주빛 커버였다가 이번 2002년 판으로 CD가 딸린 은보라빛 Grammar in Use가 있죠? 이 책은 앞서 말한
파란색 Grammar in Use의 미국영어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Cambridge가 영국계 출판사지요? 영문법이나 영작 쪽으로는 전통적으로 영국쪽이 강세지요. 원래의 Grammar in Use 시리즈는 영국 철자와 영국식 표현이 사용된 영국 영어판입니다. 예문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이름도 잘 살펴보면 영국 version은 영국적인 내음이 물씬 나는 이름들이, 미국 version은 보다 미국적인 이름들이 사용되었습니다. 2002년 은보라색 미국판은 약간의 편집 순서와 구성도 조금 더 바뀌었습니다.

  영국판이 몇년간 별 변화가 없는 반면, 미국판을 이번에 새로이 CD까지 포함하여 발간한 것을 보면 앞으로는 이 책을 주력적으로 마케팅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 들더군요. 적어도 한국에서는요. 인터넷 서점들을 봐도 일찌감치 미국판 구판은 깨끗이 사라지고 없더라구요. 저도 그래서 지금 중급 Grammar in Use 수업 시간 중의 교재로 이 2002년 은보라색 미국판을 사용하는데, 예전에 쓰던 파란색 영국판에 익숙해서인지 조금 낯설고 헷갈립니다. 하지만 미국식 철자나 표현에 보다 익숙한 한국 학생들에게는 아마 미국판 쪽이 좀 더 편안할지도 모르겠군요. 영국판의 경우 종종 책 속의 낯선 스펠링이나 표현 때문에 학생들이 질문을 하던 기억이 나거든요.

  영국판 빨간색 Essential Grammar in Use는 미국판에서 은색커버의 Basic Grammar in Use로 나왔습니다. 제가 Basic Grammar in Use 시간에 교재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가 영국판의 Advanced Grammar in Use 입니다. 저자도 Edmond Murphy가 아닌 Hewings로 바뀌었고, 보다 깊이 있고 확장된 문법을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주 고급 학습자나 문법을 심도있게 연구하려는 학생이 아니라면 파란색 혹은 은보라색 Grammar in Use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이 책은 그리 널리 쓰이지는 않지요. 그래서, 보통 Grammar in Use 시리즈라고 하면 전자의 두권(영국판/미국판 모두)을 의미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도 대개 그렇게 얘기하구요. 어쨋거나 이 책은 약간 탁한 자주빛 커버로 되어 있습니다. 미국판은 본 적이 없구요.

 

   여하튼 이 Grammar in Use 시리즈의 특징이라면, 반드시 level에 의한 구분 뿐 아니라, 어떤 의미에서의 문법이 필요한가에 따라서도 각각의 의미와 효과를 지닐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난이도면에서 차이는 분명히 있습니다만, 단지 난이도만으로 책을 선택하는 것보다는 현재 영어 공부에 있어서의 문법 필요성의 의미를 알고 선택할 경우 효과를 배가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Essential 혹은 Basic Grammar in Use는 특히 말하기에 있어 기본적인 문법 실수가 잦은 학생들에게 좋습니다. 기본적인 문법 이해가 적은 학생이라면 상황과 해당되는 문법 사항을 좀 꼼꼼히 다져가면서 공부를 하는 것이 좋고, 문법에 대한 이해는 있는데, 말하기에 있어서 좀처럼 적용이 잘 안되거나 생각이 나지 않는 학생이라면 연습문제를 일일이 푸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보자마자 바로 바로 입으로 답을 말하는 연습을 함으로써 정확성을 기르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2002년판에 포함된 CD는 예문들을 모두 녹음한 것인데, 이렇게 일정 패턴으로 계속 해당 문법이 사용된 예문들을 자꾸 듣고 따라하는 것도 입에 영어 문장의 구조를 배이게 하는 훈련이 됩니다.

  
파란색 혹은 은보라색 Grammar in Use는 이제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되지만, 내가 정말 말하고자 하는 의도나 뉘앙스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를 고민하는 분들이나, 무턱대고 그런 줄 알거나 외우기만 하던 문법에 한계를 느끼신 분들에게 영어라는 언어의 감각과 구조를 이해하는 길잡이가 되어주는 좋은 책입니다. 제 경우에 한국말이 가지는 이러이러한 느낌과 뉘앙스가 영어 문법적으로는 이렇게 표현된다라던지, 영어에서 이렇게 표현되는 것들이 한국말의 이러이러한 것과 어느정도 일맥상통한다던지, 영어에는 이러한 것이 분화되어 있지만 한국말은 그렇지 않다거나 그 반대의 경우등등을 다양하게 전달하는 것을 이 교재를 사용하는 문법 강의의 주된 줄기로 삼고 있지요.

  
이 Grammar in Use의 가장 큰 특징은 말로써의 그 느낌과 의도를 충실히 표현하기 위한 문법책이라는 것입니다. 아무런 말로서의 느낌이나 감정없이 시험을 위해서만 외워야하는 사항이나 감흥없는 단편적인 지식으로서의 문법이 아닌, 피부로 느끼고 공감하는 문법이 담겨 있다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이 책들은 그냥 문법서가 아닌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 등 모든 영역에 있어서의 영어로 다가가는 가장 탄탄한 받침대가 될 수 있는 다양하고도 효과있는 종합 학습서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 책의 풍부한 예문들은 실제 생활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공감가는 상황을 기초로 하였기 때문에, 그것만을 추려도 좋은 회화 구문 모음이 되고, 어휘 또한 가장 우선적이고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것들로 사용되어 그것만으로도 별다른 단어장등을 갖출 필요가 없습니다.

  Essential 혹은 Basic Grammar in Use의 경우에는 정확도를 연습하는 학생이라면 독학도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소극적인 학습자나 제어가 잘 안되는 초급 학생이라면 좀 더 스피디하게 말하기를 훈련시키는 가이드가 있는 편이 더 낫습니다. 친구와 둘이 서로 교대로 빠르게 문제를 입으로 풀어간다던가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죠.

  Grammar in Use의 경우에, 저는 강사가 가르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무조건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책에 나온 문법 사항들을 보다 학생에게 공감되게 전달할 수 있고, 어떻게 그것들을 활용할 수 있는지를 예시할 수 있으며, 책에 연관된 여러가지 배경이나 지식등을 함께 전달 할 수 있는 경우에 그렇습니다. 가능한 모국어에 가까운 공감대를 외국어에게서 끌어내어 학생의 입 언저리나 머리 가장자리에서 맴돌고 마는 영어가 아닌, 가슴과 머리에서 정말로 표현되어 나오는 언어로서의 영어가 될 수 있게 하는 가이드가 있을 때, 이 교재는 몇배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 서적은 또한 한국어와 영어라는 두개 언어 자체에 대한 이해가 고루게 갖춰진 강사가 강의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또한, 더 효과를 배가하자면, 그렇게 학습한 뒤 반드시 실습을 하여 체화시키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외국인을 통해 실제 상황에서의 회화를 통한 적용을 시도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스스로 영작을 하는 것도 좋습니다. 스스로 이해된 것을 바탕으로 생산해 내는 연습을 하지 않는다면 아홉걸음을 걷고 마지막 한걸음을 디디지 않아 목표한 곳에 다다르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Essential 혹은 Basic Grammar in Use로 집에서 혹은 스터디 그룹등을 통해 지속적인 훈련을 하면서, 학원이나 학교에서의 Grammar in Use 를 통해 보다 깊은 이해를 다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또한, 대개의 학습자들이 실제 말하기에 있어 문법이 많이 불안하기 때문에 (고급학습자도 알면서 끊임없이 틀리는 문제들을 보면 그렇죠) 쉬워보여도 우선 한단계 쉬운 Grammar in Use를 통해 그런 불안 요소부터 제거하는 것도 권하고 싶습니다.
  그런 뒤에 다음 단계의 Grammar in Use를 공부하는 것이, 그렇지 않고 하는 것보다 더 체화되고 공감될 수 있다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 기본기는 튼튼하게 다지면 다질 수록 나중에 금이 가거나 무너지지 않는다는 공식은 여기서도 예외가 없지요.

  어떤 단계의 어떤 책을 선택하시더라도 중요한 것은, 머리속에만 넣고 마는 지식이 아니라, 내가 말로 글로 표현하고 써 먹을 수 있는 도구를 습득하는 것이라는 사실임을 잊지 않으셔야 합니다.

  이미 퀴즈대회용의 vocabulary나 시험용의 문법등은 지겨울대로 접하신 여러분이 아니신가요? 이제는 말하고 쓸 차례입니다.

 

 

  - 첼시앤서울 영어학원 Julien -


출처 : http://cafe.naver.com/BoardRead.do?cluburl=satcafe&clubid=10672964&menuid=15&listtype=M&boardtype=&page=&articleid=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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