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바람구두 > 2006년 마무리 인사 겸 논술 도서 추천하고 갑니다.

짧으면 한두 달...다소 길어지면 내년 8월까지 잠수할 생각입니다.
어쩌면 중간에 이벤트 겸 논문 자료 수집 겸해서 컴백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특별히 잠수탈 이유가 없기 때문에(사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좀 있습니다.) 언제 변심하여 돌아오더라도 이상할 것 없는 상황입니다. 떠나기 전에 요새 아이들 책 읽기에 논술이 화두인지라 짧은 시간에 생각을 키우는데 괜찮은 책 3권만 추천하고 가려고 합니다.

엊그제 시사저널 별책부록을 보니 "유레카논술"팀의 논술 별책을 만들었더군요.(별책 치고 내용이 알차보입니다. 없어지기 전에 미리 한 권 사두세요.) 논술이란 것이 참 애매합니다. 평소에는 교과서와 참고서 이외에는 거들떠 보지도 못하게 하더니 갑자기 장자니, 니코마코스윤리학이니 하는 것들을 읽으라고 한다고 읽어질리도 없고, 읽는다고 이해가 쉬울리도 없겠죠.

한 십여년 전쯤에 사촌동생이 대학입학시험을 치르는데 논술 가르쳐 줄 사람이 없다고 해서 너 혼자는 못 가르치니까, 주변의 친구들을 데리고 오면 더부살이로 배울 기회를 주겠노라 해서 1년 정도 고등학교 3학년생 3명과 재수생 1명해서 논술을 지도해준 경험이 있습니다. (교재도 제가 직접 만들어서 가르쳤는데, 지금 읽어보니 우스워요. ^^ 제 논술과외 성적표는 일단 3명 합격에 한 명 불합격이었으니까...)

우리의 논술 시험은 외국의 논술형 시험에 비해서는 쉬운 측면과 어려운 측면 두 가지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쉬운 측면은 철학적 주제를 휙 던져놓고 그에 대해 에세이(경수필 말고)를 쓰라는 외국의 시험에 비해 해당 텍스트를 주고 그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묻는다는 점에서 쉽다는 겁니다. (완전히 맨땅에 헤딩하기는 아니니까요.)

어렵다는 건, 일단 해당 텍스트를 먼저 이해하고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해당 텍스트에 대한 다각적인 이해력이 동시에 요구되기 때문이겠죠. 전자에 비해 후자가 까다로운 점은 텍스트가 이미 주어졌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변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까다로운 것은 변별력이라는 것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거죠. 일설에는 논술교사의 첨삭지도를 받은 글들은 한눈에 보아도 알 수 있을 만큼 정형화되어있기 때문에 오히려 점수가 깍인다는 이야기도 있고, 또 일설에는 지나치게 튀는 글은 그만큼 다듬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감점 요인이 된다고도 합니다.
글이라는 것이 누가봐도 잘 썼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드물기도 하지만 그만큼 개성적으로 쓰기도 어렵습니다. 또 개성적으로 썼다고 해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는 보장도 없으므로 안전한 길을 택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쓰다보니 글이 또 길어지려는 경향이 있네요. (때로 긴 글보다 짧은 글쓰기가 더 어렵습니다.)

아이들이 누가 키워줘서 자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라는 것처럼
글쓰기에 왕도는 없습니다.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는 것 이외에는 말이죠. 그런데 많이 생각하는 것은 많이 생각할 거리를 얻기 전에는 할 수 없는 일이죠. 사는 것이 고단하고 힘들어서 생각을 많이 한다고 해도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세상의 이면을 들여다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결국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은 많이 읽는 것이겠죠. 그런데 우리나라같이 문화적 기초 인프라(특히 도서관)가 열악한 사회에서 아무나 많이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리고 시간도 없지요.

그래서 나온 것이 논술 앤솔로지나 다이제스트 출판물들이겠지요. 서울대를 비롯해 나름대로 이름있는 대학출판부들이 제각각 추천도서목록을 발표하고 이와 관련한 책을 펴내는 것도, 입시 때 원서 판매대금으로 재미가 쏠쏠한 것처럼 논술 팔아먹기 경쟁의 일환인 듯 합니다. 그런데 이런 책들은 실제로는 부피감이 너무 적습니다. 부피가 적으면 파 먹을 것도 적은 책들인 거죠.

생각을 키우기 위해선 앤솔로지나 다이제스트라도 어느 정도 부피감이 있는 책들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다음의 3권을 연이어 읽어보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일반인들의 경우에도, 특히 인문학, 사회과학 분야의 책들에 대한 길라잡이가 필요한 분들이 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한길사에서 자체적으로 기념하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펴낸
"역사와 지성", "사람과 사상 - 역사속의 인간과 지성을 탐구한다", "명저의 세계" 모두 3권이 하나의 시리즈물인 책입니다. 이중에서 1권은 현재 품절 상태로 나오는데 교보나 다른 곳(헌책방)을 뒤져보면 혹시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제목에 이미 책의 내용이 상당수 나와있지만 차례로 읽어보시고... 그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생각의 폭이 넓어질 수 있을 듯 하군요. (어쩌면 지금 당장 고3 수험생에겐 별 도움이 못 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니까 고2에서 고3 올라가는 "결이"가 읽으면 좋겠습니다. 이 3권을 읽는데만도 시간이 꽤 걸릴 테니까. 지금부터 차근차근 읽고, 모르는 말은 밑줄 긋고, 나중에 선생님께 묻고, 멋있는 말은 일기장에 옮겨적기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물론 이곳 문망에 물어봐도 좋겠지요. 10년 전 책이니까, 이 책들이 논술 시험 열기에 대비한 책, 급조된 책이란 오해도 피할 수 있겠죠?)

그럼....
나중에 컴백하게 되면 인사드리겠습니다.
한 해 마무리 잘 하시길... 안녕...

책 제목은
역사와 지성 - 김재용 외 / 한길사 / 1996년 11월
사람과 사상 - 김재용 외 / 한길사 / 1996년 11월
명저의 세계 - 김재용 외 / 한길사 / 1996년 11월

역사와 지성
김재용 외 / 한길사 / 1996년 11월

 

 

 

 

사람과 사상
김재용 외 / 한길사 / 1996년 11월


 

 

 

 

명저의 세계
김재용 외 / 한길사 / 199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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