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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슈미트의 이상한 대중문화 읽기 - 당신을 속여왔던 대중문화 속 주인공들의 엉큼한 비밀, 개정판
마크 슈미트 지음, 김지양 옮김 / 인간희극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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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에게 스머프 마을은 만화 주인공이 모여 사는 마을일 뿐이지만, 마크 슈미트가 본 스머프 마을은 공산주의 사회의 특성을 지닌 축소판이었다. 유감스럽게도 난 그 만화를 본 적이 없어서 판단을 내릴 수가 없으나, 글을 읽다 보니 어떤 얘기인지 대충 감이 온다. 자급자족하며 토지를 공동 소유하고, 누가 우수하거나 열등하지 않은 스머프들의 특성에서 공산주의를 읽었나보다. 사고의 전개 과정이 신선하고 재미있다.

마크 슈미트는 비범한 통찰력을 지닌 사람 같다. 스머프에 관한 글뿐만 아니라 해리 포터나 섹스앤더시티에 대한 내용 전개를 봐도 사물을 폭넓게 보고 분석하는 시각이 눈에 띈다. 덕분에 이런 저런 대중문화에 대해 생각이 깊어지는 경험을 했다. 해리포터가 혼혈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순수혈통을 지니려는 생각에 히틀러와 같이 유아독존적인 사고방식으로 혼혈 마법사들을 적대시한 마법사들끼리의 계급투쟁으로 그 세계를 이해한 적이 없었다. 참 수긍이 가는 얘기인데도 말이다. 학창시절에 세밀하게 공부를 하다 보면 빠지는 오류, 즉, 작은 것들을 이해하고 암기하다가 큰 틀에서 보는 것을 깜빡 하게 되는 것처럼, 지엽적인 에피소드를 따라가다 보니 큰 그림을 보고 분석할 줄을 몰랐던 것 같다. 어쩌면 주입식 교육과 토론식 교육의 차이일지도.

한국에서 원어민 교사로 일했던 경력 덕분에 외국인이지만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한국의 분단 상황과 남북관계에 대해 꽤 수준 높은 조예를 갖추고 있고, 우리 영화를 읽는 눈도 뛰어나다. 특히, 영화 '친구'를 남북관계에 비유하여 해석해놓은 것을 읽어보니, 그저 조폭영화로 생각하고 대충대충 봤던 과거의 경험이 무색해질 지경이었다.

한편으로 과거의 오랜 경험을 통해 일본에 대한 악감정이 남아 있는 한국인들의 정서가 나치즘과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는 마크 슈미트의 글을 읽으면서 타문화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바라보는 반일감정의 모습이란 게 이런 것이었는지 새삼 철렁해진다. 그렇다고 반일을 그만두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으나, 문화적 차이와 사고의 다양성이란 부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유 있는 미움이고 기피이건만, 이방인의 시각에선 저토록 생경할 수도 있구나 싶다.

슈퍼맨의 변명 편에서는 영웅의 가면을 쓴 모순적인 정당함에 대해 다루면서 마땅한 명분도 없이 이라크를 침공했던 부시 행정부를 비판한다. 그러고 보니 마크 슈미트의 국적이 호주라는 나라다. 만약, 미국인으로서 이런 글을 썼다면 더 큰 박수를 보냈을 텐데. 어쨌든 슈퍼맨에 대한 환상은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는 위험한 군중주의의 단면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는 깨달음을 준다. 선과 악은 존재하나, 선이 그 자신을 절대시하며 지나친 권력을 휘두른다면 그 또한 문제인 거다. 주변을 둘러보자. 최근에도 그런 일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 편이 이기고 승리하면 그것으로 만사 오케이인 것인지, 가끔은 섬뜩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대중문화에 대한 참신한 시각을 읽을 수 있어 흥미로웠다. 다만, 그가 그린 몇 컷의 만화 중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있었다. 마크 슈미트가 반일감정을 이해 못하듯이 나 또한 아리송했던 몇 편의 만화들을 보며 생각했다. 이걸 보고 웃으라고? 또는 뭘 말하고 싶은 거야? 이런 따위의 감정들 말이다. 외국인의 압축된 정서를 읽기에는 문화적 내공이 부족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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