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은 고양이에게서 배웠다
수지 베커 지음, 박주영 옮김 / 비즈앤비즈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고양이를 키워본 적은 없다. 어렸을 때 강아지를 키웠던 적이 있고, 올 여름까지 예쁜 사랑앵무(잉꼬) 한 마리를 가족처럼 키웠었다. 책 속의 빙키라는 고양이는 여러 면에서 내가 키우던 사랑앵무새를 닮았다. 어째서 포유류와 조류의 행동양식이 비슷한지는 모르겠지만, 그 작은 뇌로 그렇게 여러 생각을 하는구나 싶을 만큼 주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존심을 잃지 않고 때로는 리드하려 애쓰는 작은 사고뭉치 귀염둥이였다.

서류를 부리로 물어뜯고(아, 고양이는 발톱으로 하겠군), 사람이 식사하는 식탁 위에 올라가 같이 먹기, 기지개 켜는 것, 털 고르기, 호기심으로 온갖 곳에 다 올라가기, 뽀뽀하자고 하면 마지못하는 듯이 한번 해주고 바로 돌아서는 고고함, 때로는 휴지통 속이나 서랍 속에 들어가 자기만의 여유를 즐기고, 여차하면 주인도 물어뜯는 배짱, 본능에 순종하며 화분의 흙을 밖으로 파내기, 외출했다 돌아올 때마다 파닥거리며 벌이는 환영 퍼포먼스(고양이는 다리 사이를 8자 형으로 돌며 비비는 방식으로), 먼저 일어나면 베개에 와 앉아 지켜보며 일어나기를 기다리던 모습... 여러 가지 그림들을 보니 우리 사랑앵무새가 더욱 생각난다. 언젠가 환생해서 내게 다시 온다면 왠지 고양이로 올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자기만의 내면세계를 간직하고 있는 고양이의 특징이 새와 비슷하다고 느껴져 저절로 그런 생각이 들었나보다.

새 얘기는 각설하고, 이 책은 애묘인이라면 책 속의 여러 그림에 빙그레 웃게 될 만큼 공감이 간다고들 한다. 그만큼 고양이의 특성과 행동양식을 잘 나타낸 책이다. 사람 밑에 존재하는 계급이 아닌, 가족으로서의 독자적 영역에서 생활하는 고양이의 넉넉한 배짱과 세상살이가 잘 나타나 있다. 보면 볼수록 그림 하나하나가 정겹다. 별다른 줄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림과 간단한 글로 이루어진 이 책이 2백만 부 이상의 판매기록을 기록했다면, 뭔가 사람들을 사로잡을 매력이 있었던 것이리라. 그 매력을 나도 느꼈고.

애묘인이 아니라면, 이런 말썽꾸러기를 왜 키우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그거야 어떤 동물을 키우든 그 해답은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렇게 손이 가고, 돈도 들고, 신경도 많이 쓰이고, 활동도 제약받게 하는 동물이지만, 인간과 동물 사이의 교감은 같은 인간끼리의 교감과는 차원이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등돌릴 줄 모르는 일관성이란 말로는 부족한데...한없는 신뢰감?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동물들의 넉넉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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