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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경제, 빈곤의 카운트다운
김재인 지음 / 서해문집 / 2008년 9월
평점 :
작년 말경에도 이와 비슷한 분위기의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세계 버블경제의 붕괴가 시작됐다'란 책으로, 일본인 저자가 쓴 탓에 우리나라의 경제와 딱 맞아 떨어진다는 느낌은 없었으나 투자의 시대는 지났으며 공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기본 원리는 같았던 책이다. 그 때만 해도 '이럴 가능성이 높구나, 그래도 잘 풀리면...' 따위의 희망을 놓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경제는 점점 암울해져만 가니 미래를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 그나마 imf를 겪어본 탓인지 어떻게 해서든 이 시기를 잘 돌파해 나가야 한다는 의지도 꿈틀대고 있는 것이 다행이라고 할까?
이 책의 초반에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와있다. 신자유주의를 빼놓고는 오늘날의 경제난을 얘기할 수 없기에 자세한 설명은 필수적인데, 신자유주의가 무엇인지 대략 감은 잡고 있으나 명확하게 정의내릴 수 없는 분들은 이 책을 보시면 속이 시원할 정도로 명확히 이해하게 될 것이다. 또한, 심각한 자원문제에 이르면 우리가 왜 이 문제에 적극적인 대처를 안하고 있는지 이상할 뿐이다. 당장 우리 자식들과 손주들의 얘기가 될 텐데도 뚜렷한 대책없이 성장만을 얘기하고 있어, 무서울 정도로 자원 확보에 열을 올리는 중국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지금은 식량과 자원 확보의 길을 터놓아야 할 때다. 농촌 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꿔서 농가 부채 해결의 실마리를 트고, 젊은 사람들이 귀농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해줘야 미래의 살 길이 열릴 것이란 생각이다. 조만간 무기화할 식량과 자원, 생각만 해도 암울하다.
2장에서는 그간 수출이 호조를 보였을 때에도 내수는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까닭, 환율을 인위적으로 올려 대기업의 배를 불려놓아도 그들이 결코 투자하지 않는 이유, 심각한 비정규직의 문제 등 바로 우리 문제가 속시원히 까발려져 있다. 우리 사회만의 편중화된 이념도 지적한다. 건강한 사회는 소수의 극우파, 우파, 중도파, 좌파, 소수의 극좌파로 분리되지만, 우리나라는 다수의 극우파, 대다수의 우파, 소수의 중도파, 극소수의 좌파로 이루어져 있다는 얘기다. 툭하면 나오는 좌익과 빨갱이란 낱말이 적용될 사람이 대한민국엔 그리 많지 않음에도, 중도파까지 좌파로 모는 단순하고도 위험한 선긋기가 계속되고 있다.
국제사회는 냉혹하다. 강대국의 이익을 위한 식민지 만들기 게임은 현대에 들어서도 다른 형식과 방법으로 계속 행해져 왔으며, 이 세상에 강자가 약자를 내버려둔 순간이 단 한순간이라도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3장에서는 이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얘기하고 있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책에서는 자원이 많은 북한을 희망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현 시점에서는 가능성이 없기에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어봤으면 한다. 저자가 우리나라 사람이고 출판일자도 오래 되지 않아서인지 최근의 경제동향에 대한 분석이 생생하게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흡수가 잘 되었고, 미래를 내다보는 데 많은 도움이 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