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서양철학사 - 한 권으로 끝내는 서양철학 이야기
강성률 지음, 반석 그림 / 평단(평단문화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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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삶을 사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청소년기만큼은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함께 했으면 좋겠다. 때때로 끔찍한 일을 아무렇지 않게 벌이거나 약한 것을 괴롭히는 행동을 하는 청소년들을 볼 때, 자신의 행동에 대한 진지한 사유가 있었어도 저런 행동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말초적인 영상이나 기계적 행동을 반복하는 게임에 노출된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나타나는 부작용으로 보여 심히 우려스럽다. 청소년기는 자신만의 생각이 자리를 잡아 굳어지는 시기이므로, 이 시기에 철학과의 만남을 갖는 것은 남은 인생을 탄탄하게 받쳐주는 사고력의 기둥을 세우는 것과 같을 것이다.

고등학교 윤리 시험을 앞두고 고대 철학자들의 이름과 그들의 주장을 요약한 것을 연결지어 외우느라 이해도 안되는 것을 무조건 외우던 때가 있었다. 각 철학자의 주장이 이해라도 되면 암기가 훨씬 쉬웠겠지만, 의미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로 사상의 핵심낱말들을 외우며 윤리란 참 재미없는 과목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철학이 우리 생활에 유용한 학문이란 걸 안 것은 대학에 진학한 이후였는데, 고등학교 시절에 미리 철학의 묘미를 알았더라면 전공 선택이라든지 여러 면에서 도움이 되었을 것 같아 미리 알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되었다. 그래서 아이에겐 청소년 시절에 꼭 철학을 가까이 하도록 권유할 생각이나, 아직 중학교 1학년이어서인지 이런 류의 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은 고대, 중세, 근세, 현대 철학의 계보를 훑으며 철학자들의 사상을 소개하는 점은 예전 교과서와 같지만, 훨씬 자세하고 재미있고 정성을 들이며 서술하고 있어 찬찬히 정독하면 철학사상을 보는 눈이 트이는 효과를 준다. 본문에 나오는 어려운 낱말이나 철학자들의 간략한 삶에 대해서는 지면 양쪽에 보충설명을 싣는 공간을 잘 활용하고 있고, 그림과 사진도 풍부한 편이다. 저자가 한국인인 까닭에 문장이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는 것도 장점이다. 소설처럼 술술 읽는 책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말로 사고한 결과를 우리글로 나타내었다는, 즉 번역문이 아니라는 점은 독자들이 이해하는 데 있어 플러스로 작용한다. 

철학사를 훑는 동안 역사 공부를 하는 느낌도 들었는데, 특히 중세 철학의 장에서 성경 이야기를 심도있게 설명한 부분은 성경 이해에 도움을 많이 주었다. 또한, 철학자들의 사상을 설명할 때에는 알기 쉬운 예시를 든다던가 하는 방법으로 서술해 놓아, 청소년은 물론이고 어른들의 철학 입문서로도 좋다. 가끔씩은 철학자 개인의 삶을 조명해놓은 부분도 있는데, '에밀'을 쓴 루소가 자신의 아이들 다섯 명을 고아원에 보냈다는 것엔 적지 않게 놀랐고 철학자들의 못다 이룬 사랑에 대한 얘기도 흥미로웠다.
저자의 내공을 짐작할 수 있는 방대한 영역의 설명과 함께 생소한 현대철학까지 정리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잘 두었다가 아이가 고등학생이 될 무렵엔 꼭 권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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