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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세계의 신화 ㅣ 아비투어 교양 시리즈 2
크리스타 푀펠만 지음, 권소영 옮김 / 비씨스쿨 / 2008년 5월
평점 :
아비투어 교양시리즈 중 두 번째로 출판된 책이다. 첫 번째로 나온 '청소년을 위한 철학교실'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프랑스의 바칼로레아에 버금가는 독일의 논술고사인 아비투어란 이름을 내세워 출판된다는 점에서 관심이 많이 갔던 시리즈이다. 요즘은 논술이 한풀 죽고 영어가 뜬다지만, 아이들이 많이 생각하고 느끼는 과정을 통해 정신적으로 부쩍부쩍 자라 자신의 논리를 펼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기에, 이런 시리즈에 대한 선호도는 변하지 않고 있다.
신화라고 하면 우리의 단군신화 빼놓고 가장 익숙한 것이 그리스 로마신화이다. 서양의 신화로는 가장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실 유럽의 신화에서도 일부분에 속하는 것이고 그 외에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지역을 포함하여 신화의 세계는 방대하다. 힌두 신화, 중남미 신화, 북유럽 신화 등 새로운 내용을 알게 되리란 기대에 가득 차서 책을 손에 들면서 잊고 있었던 게 하나 있었다. 세계의 신화를 다루려면 책 한두 권으로 끝날 얘기가 아니다. 전집으로 출판되어야 풍족한 마음이 들까? 그렇게도 할 얘기가 많을 신화의 세계를 한 권에 다루려면 당연히 축약 과정을 거쳐야 한다.
때문에 신화를 알아가는 재미, 낯선 신화의 내용에 빠지는 즐거움을 기대하고 읽는다면 좀 무리가 있다. 신화의 세계를 훑은 경험이 있어 기본지식이 풍부하다면 이 책으로 요점을 정리하는 효과가 있겠지만, 그리스 로마신화 외에 켈트신화의 앵거스 정도만 아는 나로서는 요약된 내용의 회오리에 정신이 산란해지고 말았다. 워낙 요약본을 싫어하고 같은 책이면 완역본을 찾아 읽는 선호도 때문인지, 소제목들이 수시로 바뀌면서 자꾸 다른 내용이 펼쳐지는 것은 내겐 일종의 고문과도 같았다.
책에서는 창조신화, 근원신화, 신들의 이야기, 신화의 영웅들 이야기의 네 단원으로 나누어 신화들을 설명하고 있는데, 이런 나눔보다는 지역별로 접근했다면 머리 속에 정리하기가 좀더 수월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tip에 해당되는 부분을 네모박스에 담아 알려주는 '아는 척하기' 코너는 의도는 좋으나 제목에 약간의 거부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요약본을 읽는 것도 미안한 마당에, 아는 척까지? ;;;
이제 이 책의 본래 목적대로 청소년인 딸아이에게 넘기려고 하나, 역시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아이라 어떨지 모르겠다. 좀더 이런 방면으로 지식을 쌓은 후 재도전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읽고 싶어도 시간이 없어서 못읽는 상황이 오기 전에 부지런히 책을 읽어 풍부해진 지식으로 훗날 이 한권으로도 신화의 총정리가 되는 순간이 올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