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미술이야기 1 - 미술이 태어난 날
조승연.앤드스튜디오 지음 / 세미콜론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스토리텔링을 이용한 미술사책이라는 점이 특색있는 '르네상스 미술이야기'는 1402년부터 1439년의 미술사를 다룬다.
미술사 책 중에서 처음 접해보는 방식인지라, 도입부분을 읽을 때에는 가상의 스토리 속에 파묻히는 미술사가 되지 않을까 염려도 되었다. 귀족과 시민 계급의 시가전에서 카테리나의 오빠가 목숨을 읽는 숨가쁜 내용이 전개될 때에는 사건의 앞뒤 내용을 모르는 상태라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야기가 다시 과거로 돌아가서 처음부터 차분히 전개되면서부터는 그런 걱정이 기우란 것을 알았다. 여러 그림과 사진 자료, 그에 대한 친절한 설명과 함께 이야기 속에 녹아있는 미술사는 평범한 미술사 책보다 한층 격정적인 감정으로 함께 할 수 있었다. 또한, 줄거리의 일정 부분에 대한 상세설명이 다른 책처럼 각주로 번호만 표시되어 있고 뒷부분에 따로 모아져 있는 형식이 아니라, 본문 속에서 그때그때 함께 전개되는 방식이어서 낯설면서도 신선했고 내용의 이해를 돕는 수단이 되었다.

'르네상스 미술 이야기'는 총 4권이 발간될 예정이라 한다. 1권에서는 단순작업을 하는 노동자로 여겨지던 미술가가 레온 알베르티에 의해 예술가의 지위로 승격되기 시작하며 서서히 태동하는 르네상스의 기운이 감지된다. 내용 면에서는 서민의 편에서 자신의 입지를 굳히던 메디치가와 타 귀족집안들의 다툼과 갈등, 그리고 그 속에서 집과 가족을 잃고 하락된 신분의 삶을 살아가는 카테리나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국가관이 확실하게 정립되어 있지 않던 시대였던지라 귀족들간의 암투는 종종 무질서한 충돌을 빚었고, 음모와 뒷거래가 난무하며 사람들의 목숨을 위협했었다.

당시의 화가들은 그림을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는 원근법을 중시해서 수학 이론을 미술에 도입하여 연구했다. 그런 경향이 너무 심한 나머지 파울로 우첼로의 그림 '산 로마노 전투'는 수학적 법칙에 따라 배열되어 있는 묘사방법이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주어 역효과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그림을 배우려고 로마에 유학을 다녀오고, 비싼 재료를 써서 직접 물감을 만들어가며 연구하던 당시 화가들의 열정이 충분히 느껴졌다. 또한, 아름다운 건축물인 피렌체 대성당의 돔이 여러 책임자의 손을 거치다가 결국 부르넬스키의 이름 아래 어렵게 완공되었던 점도 인상깊었다. 책에서 전개되는 이야기 중 돔의 건축방식을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생소하던 건축방식과 어려움을 짐작해볼 수 있었다.
자본주의가 태동하기 한참 전이지만 루카 델라 롭비아와 같은 미술가는 성모상을 대량 생산하는 공장을 지어 막대한 부를 쌓는다. 교회에 가지 않고 자기 집에서 조각상을 모시고 기도하고 싶어하던 당시 사람들의 심리와 딱 맞아떨어진 발상을 생산으로 연결했다는 점에서 시대를 읽은 상인의 면모가 보여진다.

그동안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에 대한 정보는 많이 접할 수 있었지만, 기독교를 소재로 한 정교하고 아름다운 그림들에 대한 정보는 거의 얻지 못했었다. 그래서 간혹 이런 종교적 그림을 그린 화가는 누구인지 궁금했던 적이 있다. 비로소 이 책을 통해 마사초, 부르넬스키, 도나텔로, 프라 안젤리코 등의 걸출한 화가를 만나고, 중세의 그림에 대한 이해와 감상하는 방법에 눈을 뜬 느낌이다.
성공적인 시도로, 잘 알지 못하던 시대의 미술사를 눈에 보이듯 펼쳐준 이 책의 다음 권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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