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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에스메이 라지 코델 지음, 박기영 옮김, 드라젠 코잔 그림 / 세용출판 / 2005년 7월
평점 :
에스메이 라지 코델의 책은 톡톡 튀는 느낌이 강하다. 이 작가를 직접 만난다면 아마도 톡톡 튀는 재미있는 성격이 아닐까 싶다. 자유로운 상상력도 그렇거니와 사건 전개나 대사 하나하나도 발랄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분위기다. 우연찮게 이 작가의 책을 최근에 세 권 읽게 되었는데, 모든 책에서 그녀만의 개성이 느껴진다. 우리 아이는 팬이 되어버렸고.
영화 '슈렉'이 그랬던 것처럼, 이 책도 여러 동화의 이야기들을 조금씩 패러디한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나 '신데렐라', '헨젤과 그레텔', '빨간 모자'의 주인공들이 등장하는데 조금씩 귀엽게 비틀려 있어서 웃음을 자아낸다. 빨간 망토보다는 청자켓을 입고 다니고 싶다며, 청자켓을 달라는 소원을 비는 빨간 모자의 모습이란...
학교에서 1등을 도맡아 하며 가장 악독한 마녀가 될 기대주로 관심을 모으던 헝키 도리는 자꾸만 갈등에 빠지게 된다. 착한 일을 하고 나면, 마녀의 신분에 걸맞지 않게 몸을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만족감에 젖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자기의 정체성에 대해 혼돈감에 빠지던 헝키는 엄마의 기대를 무너뜨리고 요정 대모의 길을 선택한다. 화난 엄마는 헝키를 쫓아냈지만, 사과하고 들어가면 그만이엇을 상황에서되 헝키는 그것을 거부하고 집을 나선다. 우물 근처에 집을 짓고 새 삶을 시작한 헝키는 소원을 들어주는 우물 사업으로 돈을 벌고, 후에는 빵집의 사장 겸 공식 자격증을 가진 요정대모가 된다. 스스로 성공의 길을 개척한 것이다.
헝키가 다른 마녀들과는 달리 마녀와 요정의 사이에서 괴로워하던 것의 이유는 헝키가 아기였을 때, 헝키의 이모 맬리스가 '갈등'을 선물했기 때문이다. 갈등이야말로 개성을 창조하는 훌륭한 매개물이라는 이모에게, 헝키는 화를 내며 왜 개성을 바로 선물하지 않았느냐고 되묻는다. 그러나, 이모의 대답은 간결하다.
"난 마녀니까."
'마법학교'란 책 안에서 마녀들은 장난으로 일컬어지는 나쁜 일들을 벌인다. 사람들에게 좋은 선물을 주는 요정들과는 반대되는 개념이다. 그렇지만, 여기서의 악은, 마왕에 대한 시각에서 알 수 있듯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마왕의 절반은 사람들이 참을성이 없어서 스스로에게 행하는 온갖 나쁜 행동에 대해 그 사람들을 대신해서 비난받고 벌을 받는 희생양이라고 본다. 어쩌면, 그런 것도 같다. 나쁜 일을 하고도 악마의 꼬임에 빠졌다는 식으로 표현하곤 하지만, 그건 그사람의 잘못일 뿐이니.
<헝키가 필요할 때마다 틈틈이 보면 공부하는 책 '마녀가 되는 법'에 나오는 격언 몇 가지>
개성은 직업보다 더 중요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는 그냥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어라.
비가 내리기 전에는 우산을 펴지 마라.
놀라운 일을 이룩하는 첫 단계는 비현실적인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여기에 헝키의 체험에서 나온 한 가지 지혜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 엉뚱한 길을 계속 가는 것보다 낫다'이다.
1등의 자리에 있던 마녀의 길을 벗어나 요정대모의 길을 선택한 헝키의 인생을 들여다보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아픔의 무게란 나이를 먹을수록 배가될 수 있기 때문에 절대적 진리는 아닌것 같다. 헝키도 인생을 더 오래 살다보면 생각이 바뀔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