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 속에 숨은 세상 이야기 아이세움 열린꿈터 2
박영란.최유성 지음, 송효정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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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이란 소재를 다룬 이 책을 보고, 도대체 색깔의 어떤 내용으로 책 한권을 다 채운 것일지 궁금했다. 그러나, 그런 생각도 잠시였을 뿐, 안의 내용을 들여다보니 색의 세계는 생각했던 것보다 실로 무궁무진했다. 흰 도화지를 채우는 것만이 색이 아니라는 걸 나는 잠시 잊어버린 모양이다. 

1. 색, 세상을 열다
음양오행의 '오행'에 해당하는 동서남북, 중앙의 방위에는 각 특성에 맞는 색깔들이 자리한다. 이른바 오방색이라고 하는 그 색들은 청사초롱이나 태극분양, 오곡밥과 신선로 등에서도 볼 수 있다.
나라마다의 문화에 따라 같은 색이 다른 의미를 가지기도 하며, 각 문명마다 중요시한 색깔도 달랐다. 황하문명에서는 누런 흙이 내는 노란색을 귀하게 여겼고, 안데스 문명지에서는 쪽이라는 풀에서 얻은 남색을 중요시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지에서는 보라조개에서 얻은 보라색을, 이집트 문명지에서는 꼭두서니라는 풀에서 얻는 빨간색을 귀히 여겼다. 4대 문명을 공부할 때에도 색깔에 대한 차이점은 들어본 적이 없어서 이런 설명이 참 흥미로웠다.
그 밖에, 빛의 굴절로 흩어지는 일곱 빛깔과 먼셀의 20색상환에 대한 설명도 있고, 노란색의 고흐, 파란색의 피카소, 초록의 샤갈 등 색으로 마음을 나타낸 화가들의 얘기도 있다.

2. 색, 사람과 함께 하다
아기가 처음 입는 흰색의 배냇저고리와 하얀 기저귀, 100일이 되면 준비하는 백설기의 의미를 알려준다. 돌 아기들이 입는 색동저고리 또한 음양오행설에 따른 오방색을 써서 나쁜 기운을 막고 복을 지켜주고자 하는 의미였으니, 사소하게 넘길 만한 생활 속의 색들이 자기마다의 의미를 담고 있음이 세상의 오묘한 이치처럼 느껴진다.
차전놀이나 줄다리기를 할 때에도 음양오행의 원리가 작용하는데, 동쪽은 파란색, 서쪽은 흰색을 의미하는 것이 청군, 백군의 유래가 되기도 하였다. 전통혼례복에 쓰이는 색깔과 서양식 하얀 웨딩드레스가 시작된 시점의 얘기도 재미있었다.

3. 색, 국가를 세우다
알록달록한 여러 나라의 국기를 보면서 왜 이 나라는 국기에 이런 색을 사용했을까 생각했던 적은 한번도 없었던 것 같다. 국기의 색깔도 엄연한 존재의 이유가 있었는 데도 말이다. 태양을 상징하는 빨강은 일본, 인도네시아의 국기에서, 애국자의 희생을 상징하는 빨강은 이라크, 칠레의 국기에서 발견할 수 있다. 또한, 황금을 상징하는 노랑은 가나, 베네수엘라 등의 국기에서, 바다를 나타내는 파랑은 뉴질랜드, 바하마의 국기에서 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아프리카 나라의 국기에는 흑인의 자부심과 역사를 상징하는 검정색이 많이 보인다.
종교와 색깔과의 관계에 대한 내용도 소개되어 있다. 예를 들면, 힌두교 신들의 얼굴이 파란색으로 그려져 있는 것은 신이 파란 하늘에서 온 존재라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서라 한다.

4. 색, 삶을 넉넉하게 하다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를 상징하는 색의 의미와 의사의 수술복이 녹색인 이유, 법관의 옷이 검은 까닭, 빨강의 크리스마스 등 알고 나면 세상의 색이 더욱 풍성하게 보여질 이야기들이 나와 있다.
음식의 다섯 가지 색깔과 성격에 따라 색깔로 방을 꾸미는 방법에 대해서도 소개된다.

색깔과 함께 펼쳐진 넓은 상식의 세계를 돌아보는 동안, 색이 역사와 종교, 과학, 우리의 일상 속에서 고유의 의미와 상징성을 가진 채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러한 색의 의미를 파악함으로써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보다 감각적으로 느껴지는 듯하다. 이 책을 읽은 어린이들이 여러 상징을 품고 있는 색의 세계에 감탄하며, 탐구심과 호기심으로 빛나는 눈을 주변으로 돌리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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