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다이어리 - 뉴욕에 관한 가장 솔직한 이야기
제환정 지음 / 시공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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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란 도시.
최상과 최하가 공존하며 화려함과 지저분함이 어깨를 나란히 할 것 같은...그러면서도 사람을 잡아 이끄는 매력이 있다. 그래서 뉴욕 관련 책이라면 또 어떤 얘기가 있을지 모르는 기대와 호기심에 슬며시 손을 뻗게 된다.

글쓴이는 무용 전공자이면서도 감칠맛 있는 문장력의 글솜씨를 갖추고 있어서인지 몇 권의 책을 더 내었었다. 이 책 역시 뉴욕의 풍경과 일상과 예술에 대해서 느낀 대로 본 대로 솔직하게 엮어져나간 이야기들이 상당히 흡입력있게 읽힌다. 책의 내용도 좋거니와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책의 편집인데, 중고등학교 공책을 형상화한 듯한 연한 줄칸과 왼쪽에 세로로 그어진 빨간 선, 흐릿하게 들어간 삽화들이 아기자기한 멋을 자랑하며, 과거에 대한 향수를 일으킨다. 중간에 책갈피처럼 들어가있는 얇고 작은 페이지는 뭔가? 용도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새로운 시도로 재미를 준다.

뉴욕의 악명높은 지하철에 대한 이야기는 이 책에도 나온다. 그러나 정작 한참동안 생각하게 만든 얘기는 뉴욕의 지하철이 더럽고 사고날 것처럼 위태롭다는 내용이 아니고, 깨끗하고 시원한 우리나라 지하철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한 내용이었다. 노골적인 시선으로 여성을 바라보는 아저씨들과 당당하게 자리 양보를 요구하는 아주머니, 발을 밟고도 사과는 커녕 화를 내는 사람 등의 일상화된 무례함을 지적했을 때, 내가 살고 있는 곳의 싫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환경이, 그 은근한 불쾌함이 뉴욕의 지하철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라는 것에 멍해지고야 말았다. 그랬었나? 어느덧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일상이지만, 낯선 시선으로 바라볼 때에는 정도를 넘어서는 심각성으로 존재할 수도 있구나. 다른 곳과의 비교는 그래서 필요한 것인가보다. 내가 살고 있는 세계의 단점과 문제점을 꼬집을 수 있으니.

책은 뉴욕의 자랑할 만한 공원과 박물관들을 알차게 소개하면서도 9.11의 상처와 흑인, 불법 이민자들의 현황을 체크하는 것 또한 잊지 않는다. 넓은 땅덩어리가 있어서인지 뉴욕이 쓰레기의 천국인 점도 부각시킨다. 이런, 분리수거와 일회용품 사용 제한에 있어서는 우리가 앞서나가고 있었다니. 미국이란 나라, 온실가스만 많이 내뿜는 것이 아니라 생각보다 쓰레기에 대한 의식수준도 낮다는 것이 의외이다. 미국의 다른 주는 어떤지 궁금해진다.

뉴욕에 대한 환상을 품고 도착한 외부인들에게 뉴욕은 친절하지 않다. 드라마에 나타나는 뉴욕의 커리어우먼처럼 사는 것은 제쳐두고라도 언어와 학력의 장벽을 뚫고 성공의 문을 들어서기란 쉽지 않다는 점을 냉철하게 짚어낸다. 꿈이 좌절로 변하지 않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곳, 그곳이 바로 뉴욕인 것 같다. 

책의 부제처럼 뉴욕에 관해 솔직하게 털어놓은 이야기들을 읽어도 상상 속의 뉴욕에 대한 매력지수가 마이너스 되지는 않는다. 되려 깨끗하고 정갈하기만 한 뉴욕이라면 생명력없는 정체된 느낌을 받을 것 같다. 뉴욕의 매력을 한 곳에서 여러 인종과 다양한 모습을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곳, 그리고 문화의 역동적인 에너지가 넘쳐나는 곳이라는 단편화된 이유로만 설명하기에는 왠지 모자란 듯하다. 어렸을 때부터 여러 매체를 통해 접하며 차곡차곡 쌓인 뉴욕이란 도시의 이미지가 이미 친근해져버린 때문일까?
어쨌든 '뉴욕 다이어리'와 함께 한 시간은 솔직담백한 내용이 겉치레없는 편안함을 주어 뉴욕의 단골 카페에라도 앉아있는 듯, 좋았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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