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산책 - 세상을 움직인 경제학 천재들과의 만남
르네 뤼힝거 지음, 박규호 옮김 / 비즈니스맵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어려운 경제학 이론을 독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배려한 책으로 보인다. 일단 경제학자들의 모습을 재미있게 풍자한 캐리커처가 딱딱함을 없애주고, 책의 내용 또한 경제학에만 국한시키지 않았으며 학자들의 사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포함하여 풀어가기 때문에 부드럽게 읽히는 편이다.

12명의 경제학자 중에는 다소 생소한 학자도 포함되어 있어 시각을 늘려 여러 관점을 한꺼번에 비교해보기 좋다. 한 학자의 이론을 깊이 알기에는 책의 분량상 무리가 있지만, 거시적 틀에서 학자들마다의 차이점을 비교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의미있다고 생각된다. 한 학자의 경제이론만 읽으면 비판없이 그 이론에 빠지기 쉬우나, 여러 다른 시각에서 그 이론이 출발했던 배경까지 알아가며 읽으니 시각이 넓어지는 느낌이다.

우선 기억에 남는 학자는 수학의 천재였다는 존 내쉬이다. 게임이론을 다뤄 학문적 성과를 이룬 학자이면서도 범상치 않은 사생활과 정신분열증의 병력까지 갖고 있었다. 정신병원을 오가며 힘든 시기를 보내다가 이성의 힘으로 환각을 무시하려 노력한 끝에 결국 몸을 회복하고 67세에 노벨상을 수상하게 된다. '뷰티플 마인드'라는 유명한 영화가 바로 존 내쉬의 인생을 다룬 내용이라 하니, 보고 싶은 영화 한편이 또 늘어났다.

서로 상반된 이론을 주장하는 학자들을 비교하는 것은 흥미있는 경험인데, 경제의 자유주의적 견해를 비판하고 국가의 보조적 지원기능을 강조한 존 케인스와 자유시장을 옹호하며 국가의 개입을 비판한 프리드리히 하이에크가 이에 해당된다. 두 대비되는 이론을 연달아 읽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주었고, 이들의 이론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다.

한편,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국제통화기금이 제3세계 국가의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주장했으며, 그 예로 1998년의 아시아 금융위기와 러시아의 시장경제로의 전환에서 벌어진 실패를 들었다. 국제통화기금은 미국 재무부의 이익을 대변했다고 비난했는데, 이것은 그가 국제통화기금의 자매기구인 세계은행의 부총재를 역임했었기 때문에 더욱 신랄한 비판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제3세계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에르난도 데소토는 기존의 개발원조, 채무면제와 같이 외부의 도움을 주는 방식을 비판하고 자력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19세기의 가난한 농업국 스위스가 단시일내에 선진국으로 도약했던 사례를 들었다. 이 부분은 서방이 제 3세계에 대해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한 리하르트 게르스터의 의견과 상반되어 주목을 끈다.

경제학을 공부하기 전에 워밍업을 하는 기분으로 훑어보면, 따분하거나 어렵다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호기심과 흥미를 갖고 공부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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