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성장소설이라는 느낌이 가슴을 한바탕 메운다.
환타지의 요소가 있긴 하지만, 현실에 흡입된 정적인 환타지라고 할까? 환타지는 현실을 지배하지 않으며, 그저 한 귀퉁이를 조용히 노크하고 지나간다. 꿈과 추억이라는 선물을 남겨놓고서.
수영을 아주 잘 하는 15세 소녀 제스에게는 괴퍅하고 고집불통이지만, 때로는 짖궂은 유머를 구사하시며 그 누구보다도 마음이 잘 통하는 할아버지가 한 분 계시다. 할아버지는 병원에 가야 한다는 식구들의 권유를 무시하고 예정대로 휴가를 보내고 싶어하신다. 예술가적 기질이 다분한 그는 마음 먹었던 그림을 이번에 꼭 그의 고향에서 완성시키고 싶었던 것이다.
얼굴이 점점 마르고 병색이 완연한 할아버지를 볼 때마다 제스의 마음은 아파오기만 한다. 할아버지를 마음 속에서 떠나보낼 자신이 없는 제스는 별장 앞의 강을 산책하다 한 소년을 보게 된다. 할아버지의 그림은 '리버 보이'였지만 그 그림 속에 소년은 없다. 인적 드문 이곳에 와 있는 아무도 보지 못한 저 소년이야말로 그림에서 찾아볼 수 없는 리버 보이가 아닌지... 할아버지의 건강에 대한 염려와 함께 리버 보이에 대한 궁금증도 깊어만 간다.
잔잔한 수채화 같은 문장이 어쩌면 이리도 호기심을 유발시키며 적절한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게 만들 수 있는 걸까? 감탄하며 읽어나가다보니 거의 끝에 가서야 리버 보이가 의미하는 아스라한 실체와 만날 수 있었다.
할아버지의 뼛가루를 강물에 흘려 보내는 제스는 리버 보이와의 만남을 통해 슬픔마저 건강하게 받아들이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다. 시간을 뛰어넘어 제스 앞에 나타난 리버 보이는 할아버지의 죽음을 편안히 받아들이고 인생을 한층 성숙된 시선으로 관조할 수 있게 만들어준 것이다.
"사랑해요."라는 말보다 더 충분한 말을 찾지 못할 만큼 할아버지를 아끼는 제스에게 리버 보이와 만날 기회가 주어진 것은 그 마음을 갸륵하게 여기는 하늘의 선물과도 같았다. 견디기 힘든 상황은 아픔을 가져다 주지만, 한편으로는 남몰래 우리가 서있는 주변의 땅을 돋아 올려서 세상이 잘 보일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한다. 그 이후에 얼굴을 스치는 바람은 이전의 바람보다 크고도 부드러운 휘감김으로 다가와 자연에 순응하며 함께 하는 법을 어느새 깨닫고 있음을 각인시켜 주겠지.
사람의 인생길과 닮아있는 강은 쉼없이 흐르고 돌고 굽이친다.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는 것 역시 강이 바다로 나아가기 위해 넘어야 할 한 고비인 것이다.
강물과 인생을 견주어보며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관조할 수 있도록, 그리고 영혼과의 만남이라는 따뜻한 체험까지 골고루 선물해주는, 파랗지만 따뜻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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