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으로서의 철학, 소크라테스의 변론 나의 고전 읽기 8
플라톤 원저, 나종석 지음, 신준식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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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윤리시간에 달달 외우던 철학 사상들.
소크라테스 하면 악법도 법이다, 산파로서의 역할, 악처 크산티페, 소피스트들을 궤변론자라 비난 등등 앞뒤 이어지지 않은 암기거리들만 생각난다. 대체 왜 고등학교 때 선생님들은 이 책처럼 설명해주지 않았냐 말이다. '밑줄 좍, 외우고~'의 명령으로 뭔지도 모르며 외워야 했던 사상들의 퍼즐조각이 이제 완성된 모습을 어렴풋이 본 것처럼 느껴진다.

철학이란 실생활과 동떨어진 학문인 줄 알았었기 때문에 성인이 되어버린 후에야 실생활의 밑바탕이 되는 학문이 철학이란 것을 깨닫고, 모든 것이 가능성으로 번뜩이던 10대 시절에 철학책을 읽지 않았음을 후회했었다. 이 책도 읽고 나니, 고등학교 시절 읽었으면 철학 공부에 도움이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기원전 470년 경이란 까마득한 예전에 태어나셔서 기원전 399년에 돌아가신 소크라테스.
아직도 그의 사상이 연구되고 회자되고 있음은, 사회적인 명성과 타인으로부터 인정받는 것을 최선의 삶으로 생각했던 아테네 시민의 가치관을 비판하고 지혜에대한 사랑을 모색하며 스스로가 자율적인 주체라고 각성했던 것이 그만큼 인류 역사에 획기적인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헤겔은 '도덕적 자율성을 지닌 주체로서의 인간'이라는 자각을 심어준 소크라테스를 '세계사적 개인'으로 평가한다.(p206) -

재판과정에서 이미 과반수 이상이 소크라테스의 유죄를 결정한 상황에서도 그는 사형을 면하고 형량과 벌을 낮추기 위해서 고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타인에게 질문을 통해 깨닫게 만들어주는 자신은 영빈관에서 식사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말해 자리에 있던 시민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추방의 형벌을 제안하여 사형을 피할 수 있는 기회를 사용하지 않은 것은 도덕적으로 참다운 삶이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탐구 없이 생을 사는 건 무의미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소크라테스가 했다는 것은 근거없는 이야기라고 한다. 그는 철학의 활동을 포기하면서까지 육체의 생명을 연장하고 싶지 않았고, 행복은 세속적인 것에 있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죽음을 피하지 않았다.
-이제는 떠날 시간입니다. 저는 죽으러, 여러분은 살아가기 위해 떠날 시간입니다. 그러나 우리 중에서 어느 편이 더 나은 쪽으로 가게 될지는, 신을 배고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p202)-

참다운 지혜를 추구하며 자유로운 토론과 반박을 즐겼던 소크라테스.
상대방의 무지를 깨닫게 하는 토론의 과정으로 반감을 사서 독배를 마시게 되는 배경이 되긴 했으나, 도덕과 진리를 탐구하는 순수한 철학자의 모습으로 후세에 남아있다. 그러고 보면 그는 그의 죽음이 패배가 아닌 철학의 승리임을 이미 알고 있었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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