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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학교는 불행한가 - 전 거창고 교장 전성은, 대한민국 교육을 말하다 ㅣ 전 거창고 교장 전성은 교육 3부작 시리즈 1
전성은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나는 청소년지도사다. 교육의 역할을 교육부에서만 전담할 수는 없다는 헌법의 이념 하에 청소년기본법이 제정되었고 그 법에서 청소년의 건강한 육성을 위한 지원자로서 역할을 수행해야하는 지도자이다. 한 해, 한 해로도 모자라 학기마다 새로운 교육정책을 내미는 요즈음, 하는 일이 교육정책과 멀지않다보니 여러 학부모의 토로를 듣곤 한다. 과연 누구를 위한 교육정책인가. 창의적체험활동의 후폭풍이 몰아치는 요즈음 가장 개인적으로 고민하고 여러 지인들에게 의견을 묻는 주제는 우리나라의 교육정책과 교육제도와 교육의 가치지향점은 어떻게 흘러가야 할 것인가라는 참으로 철학적인 물음이다. 그러던 터에 이 책을 손에 쥐었다.
참여정부 시절에 유행(?)하던 “혁신”! 교육혁신위원회 위원장이었고 거창재단의 교장을 역임했던 전성은 선생님의 교육철학과 학교교육의 미래상을 제시하고 있다. (필자는 자신만의 주장은 아니라고 출처를 분명히 하고 있다.)
기능은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그 기능이 목적이 되면, 그 순간 악이 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현대에도 여전히 학교의 기능이 학교의 목적이 되고 있다. (56p.)
나라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기르는 학교가 영화 『The Wall』에서 슬퍼하듯이 똑같은 형태로 청소년을 학생들을 찍어내고 있다. (필자가 말했듯이 모두가 똑같은 모양으로 찍혀나오지 않음에 감사하고 있으나) 학창시절에나 지금에나 늘 무엇인가 잘 못되었다는 인지를 하고 있으나 무엇이 핵심이 되는 문제이고 무엇이 해결책인지는 늘 안개 속을 헤매듯 불투명했다.
학교교육은 빈부의 격차를 줄이는 역할을 해야 한다. 빈부의 격차를 더 커지게 하는 역할을 하면 안 된다. 한나라 안에서도 수백 년 동안 지역끼리 뿌리 깊은 증오와 대립의 골을 이어온 슬픈 현실이 있는 곳에서, 그 대립의 골을 메우는 역할을 해야 한다. (108p.)
물론 이 책이 그 답을 모두 주지는 못했다. 오히려 나의 고민과 갈등을 심화했다는 편이 맞겠다. 하지만 나의 물음들이 보다 구체적이고 명료해졌다. 필자는 법을 바꾸거나 눈앞의 문제들을 당장 좇아 정책을 바꾸는 것보다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의 변혁이 몇몇 사람들의 바람만으로 불이 붙을 수는 없을게다. 다만 제도를 바꾸고자하는 의지가 불타오를 때 제도를 고수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보다 근원적인 해소방법을 위한 전술을 고민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어쩌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첫 번째 걸음이 아닐까하는 결의를 다져본다.
영화 『써니』를 보고 학창시절에 대한 추억에 잠기다보니 문득 이렇게 학창시절을 추억으로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청소년은 그들의 청소년기를 행복하게 떠올릴 수 있을까? 진정으로 학교는 그리고 사회는 그들의 현재를 더욱 소중히 여기는 데에 더욱 힘 쏟아야 하지 않을까.
많은 고민과 깨달음의 기회를 준 전성은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주변의 많은 청소년지도자와 교사에게 이 책을 권하며 서평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