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요정
김한민 글.그림 / 세미콜론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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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과 사랑에 빠진 적이 있었나? 책의 제목을 보고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물음이었다. 문득 어린 시절 소꿉친구들과 어른들은 모르는 우리만의 아지트에서 편안함을 느꼈던 기억도 나고, 대학 초년생에 홀로 앉아 아무리 마셔도 쓰기만 한 커피를 주문하고는 하염없이 앉아 있던 커피점도 기억이 나고, 아무리 오래 뒤적뒤적 책을 읽어도 제자리에 꽂기만 하면 괜찮다던 동네 인심 좋은 아주머니의 책방도 기억이 났다. 그 곳에 가면 나도 모르게 온몸이 노골노골해지며 행복감을 느끼고 그 공간을 떠나기 싫은 마음에 빠른 시계바늘을 원망하곤 했었다.



다른 곳은 다 양보하더라도 여기만큼은 이대로 영원히 변치 않았으면 하는 그런 공간 말이에요. - 본문 중 -

 

그 공간이 그토록 애틋한 것은 그곳에 살고 있는 요정과의 사랑에 빠진 탓은 아닐까. 그 때문에 숨 가쁘게 개발의 미명하에 무너지고 사라져 더 이상 요정들이 사는 공간이 남지 않은 현대의 도시는 이리도 건조하고 낯설게 느껴지는 건 아닐까. 이 책은 사색과 통찰의 시(詩)가 사라진 도시를, 그래서 더 이상 요정들이 뿜어대는 ‘기분’을 느낄 수 없는 시대를 안타까워하며 쓴 우화다. 가벼운 마음으로 첫 독서를 마친 후에는 잊었던 지난 추억의 향기가 몸을 감싸는 듯 떨림이 있더니, 몇 번 다시 읽을수록 저자가 각각의 인물과 요정과 상황을 통해 투영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느낄 수 있었다.

 

흙을 먹어야 살아서 아스팔트 가득인 요즈음에는 보기 힘든 지렁이. 자신의 터전을 잃어 시름시름 앓고 죽어가는 요정. 왜곡된 집착을 유도하는 마약의 기분을 뿜어내는 공간. 공간을 잃은 아픔에 죽어간 요정을 먹으며 사라가는 동물원에 갇힌 콘돌. 당장 눈앞의 손익을 계산하여 본질을 망각한 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은 아닐까. 송이가 집 잃은 요정에게 만들어 준 종이 모형처럼 그저 껍데기와 시늉들로 채워진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을까.

 

그림과 큰 글씨 편안한 이야기의 진행으로 책 읽는 행위 자체는 편안했으나 깊은 여운이 되는 책, 이 책처럼 가장 자연스럽고 편안한 것들을 우리는 놓치고 사는 게 아닐까.

 

갑갑한 도시와 메마른 일상에 불편함을 느낀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함께 이 고민을 나눌 수 있도록 꼭 한 번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하며 서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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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화를 신은 소크라테스 1881 함께 읽는 교양 10
마티아스 루 지음, 박아르마 옮김 / 함께읽는책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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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는 문화다』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축구라는 스포츠의 역사와 현상이 풍미하는 문화를 말하는 책이었다. 개인적으로 축구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는 터라 축구라는 스포츠에 담긴 철학을 말하는 내용일까 하는 생각으로 이 책을 읽었다. 그러나 예상은 전혀 빗나갔다.

이 책은 독일월드컵의 결승전인 프랑스-이탈리아 경기 중 선수들의 관중의 모습을 통해 철학을 말하고 있다. 대부분의 철학서적은 아무리 쉬운 책이라 해도 각종 학자와 이론들에 몇 장만 넘겨도 살짝 두려움이 엄습하곤 했는데, 축구라는 소재로 ‘철학은 책 속이 아닌 삶 속에 있다’는 작가의 의지를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무엇인가 새로운 정보나 지식을 학습한다기보다 그간 산재해있던 다양한 조각들이 제자리를 찾듯 끊임없이 정리되고 깊이 있게 사색하도록 만들어 주는 것을 느꼈다. 시각의 차이, 노동과 예술, 자유의지, 의사소통, 불편한 진실, 규칙과 정의, 종교와 권력(기억에 의존한 주제인지라 책의 표현과는 다를 수 있음)... 다소 딱딱한 주제일 수 있으나 다양한 예시와 인용구들은 마치 도서관 인문학 한 블록의 책을 통째로 보는 듯한 이해와 감동을 선사하였다.

사실 가벼운 마음으로 집었던 책인지라 예상보다는 꽤 느릿한 속도로 책을 읽을 수밖에 없었다. 가벼이 읽어도 이해될 수 있도록 풀어 적혀있으나 한마디 한마디를 곱씹을수록 더욱 깊은 맛에 속독을 할 수가 없었다.

어찌 보면 매우 단조롭고 반복적인 상황에서 진리를 추구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 철학이 추구해온 탐구방법이 아니었을까?

 

“나는 철학의 문제점을 이해하는 데서 오는 어려움에 직면하였고, 어원에 있어서 교육적 계획에 부합하는, 대학설에 나를 조금씩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는 책들을 찾기 시작했다.....(중략)... 기꺼이 자신의 ‘지식의 올림푸스 산’에서 다시 내려와 타인들에게 자신과 더불어 그곳으로 다시 올라갈 방법을 알려 준 저자에게...(중략)...나는 독자를 안내하고자 하는 열망에서 경험의 출발점과 철학의 도착점 사이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가능한 한 애를 썼다”

 

위 머리말이 책에 대한 가장 훌륭한 설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문학의 붐을 타고 사색의 세계에 발을 딛고자 하는 분들에게 필독 도서로 꼭 권하고픈 책이다. 그리고 책에서 인용한 여러 고전들을 따박따박 찾아 읽어보고픈 갈망을 제공한 참으로 훌륭한 책을 만났다는 자족으로 서평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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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심리코드
황상민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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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규정하고 사람을 알아간다는 것만큼 흥미로우면서도 어려운 일이 있을까? 자신의 마음조차 그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는 우리들이기에 어쩌면 수많은 인문학 서적이며 심리학 서적이 판을 치는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심리학에 관련한 많은 책을 읽는 사람으로서 대부분의 심리학 서적은 이유를 제시한다기보다 이상을 제시할 때가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인지 흥미로운 제목의 이 책도 그저 그런 한국인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로 끝맺음되지 않을까하는 염려를 일으켰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참 좋은 책을 만났다라고 생각된다.

 

이 책은 심리학을 연구하는 한 박사가 기존의 일반적인 심리 분석방법과는 조금 다르게 한국인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몇 가지 주제를 MRI한 결과를 바탕으로 저자의 생각을 말한다. 출세, 부자, 교육, 세대, 리더, 이상, 결혼, 소비, 생활습관... 참으로 현대를 살아가며 한 번 이상은 의문과 회의와 희망을 주는 단어들이 아닐까? 나를 비롯한 한국인은 이 단어를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고 있을지 참 궁금했는데 책을 읽으며 어찌나 공감이 되던지.

 

각 장들이 모두 흥미롭고 재미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최근 가장 고민하던 “교육”에 대해 무릎을 칠만한 해석이 있었다.

 

“...교육 문제에 대한 답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바로 교육에 대해 가지고 있는 미신이 무엇인지 알고, 그 미신을 깨는 데서 시작된다.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바대로 나름의 길을 찾아가는 것이다.” (p.136)

 

책의 서두에서 저자가 말하듯 튀지 않으나 트렌드를 쫓아 꾸준히 무엇인가 하지 않고는 잘 못된 삶을 사는 듯한 착각을 하는 한국인으로서 얼마나 와 닿는 말이던지. 주제는 모두 달랐으나 이 책에서의 한국인은 개인 개인의 소중함과 가치를 깨달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의 가장 극렬한 차이가 아닐까? 국가를 이루는 국민 개인이냐 개인이 모인 국가냐. 혼돈스럽고 뿌옇게 보이던 많은 고민이 꽤 많이 씻겨 내려가는 마음이 들었다.

 

물론 이 책을 읽은 후 한국인을 모두 이해하게 되었다거나 삶의 방향을 찾았다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시대와 상황의 한계를 조금 벗어나 역사 속에서의 한국인이 그리고 내가 어떤 문화를 좇고 있는지 먼 하늘 위에서 내려다 본 경험이 되었다. 오랜만의 기분 좋은 독서가 되었고 많은 한국인에게 또 한국인을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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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심리학 - 야구경기 그 이면에 숨겨진 놀라운 심리법칙
마이크 스태들러 지음, 배도희 옮김, 송재우 감수 / 지식채널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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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가 엄청난 인기를 누릴 무렵, 두뇌트레이닝과 유사한 다양한 프로그램 중에 순발력 테스트 중 하나로 야구를 활용한 게임이 있었습니다. 날아오는 공에 타이밍을 맞추어 배트를 정확한 위치에 터치하는 게임이었는데 그게 어찌나 어려운지 혀를 내둘렀던 기억이 있습니다. 요즈음에는 많이 사라졌지만 기계가 뿜어대는 공에 배트를 휘두르는 오락시설도 있었는데 저는 어쩐지 휭휭 날아드는 공이 무서워서 구경만 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어찌나 야구경기는 좋아하는지 가을까지 야구경기를 응원하고픈 맘에 목이 터져라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고 좋아하는 선수를 외치곤 합니다.

꼭 이겼으면 하는 경기에서 멍하게 직구를 구경만 하는 타자에게 투덜거리고 폭투를 일삼는(?) 투수에게 어찌나 화가 나는지 마치 경기 승패에 대한 긴장감은 다 내 것이고 저들은 그저 컨디션에 따라 달라지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을 보면서 무엇보다도 - 너무나도 당연했으나 생각지 못했던 - 구장 안에 있는 저들이 얼마나 스트레스와 긴장감으로 약 세 시간을 보내는가 하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심리적 부담이 경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뒤늦게야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처음 책을 읽기 전에는 편안하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각속도, 맹점, 선형광학궤적 등의 조금 낯선 용어와 다양한 분야의 이론들이 어우러져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예상보다는 느렸습니다. 그렇지만 타자의 유격수의 투수의 감독의 마음의 움직임과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요건들을 참으로 끄덕이며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솔직히 모든 요인을 이해하기는 조금 어려웠습니다.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인상적인 내용은 슬럼프와 연속 안타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야구선수들에게 꼭 있는 슬럼프와 물 만난 시기가 왜 생겨나는지 늘 궁금했었는데 말입니다.

 

“집중력과 주의초점의 유지는 의지의 작용이다. 하지만 인간의 의지적 활동은 한계가 있으며, 정신작용의 부하가 커지면 결국 인간은 한계점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p.216)

 

이제껏 나의 여흥거리-다소 과장하여 과격하게 표현하자면-였던 야구를 이루는 것은 아바타나 가상공간의 케릭터가 아닌 사람이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많은 야구팬들에게 그들의 과열된 분노를 식히는 데에 요긴히 사용하시라고 꼭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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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학교는 불행한가 - 전 거창고 교장 전성은, 대한민국 교육을 말하다 전 거창고 교장 전성은 교육 3부작 시리즈 1
전성은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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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청소년지도사다. 교육의 역할을 교육부에서만 전담할 수는 없다는 헌법의 이념 하에 청소년기본법이 제정되었고 그 법에서 청소년의 건강한 육성을 위한 지원자로서 역할을 수행해야하는 지도자이다. 한 해, 한 해로도 모자라 학기마다 새로운 교육정책을 내미는 요즈음, 하는 일이 교육정책과 멀지않다보니 여러 학부모의 토로를 듣곤 한다. 과연 누구를 위한 교육정책인가. 창의적체험활동의 후폭풍이 몰아치는 요즈음 가장 개인적으로 고민하고 여러 지인들에게 의견을 묻는 주제는 우리나라의 교육정책과 교육제도와 교육의 가치지향점은 어떻게 흘러가야 할 것인가라는 참으로 철학적인 물음이다. 그러던 터에 이 책을 손에 쥐었다.

참여정부 시절에 유행(?)하던 “혁신”! 교육혁신위원회 위원장이었고 거창재단의 교장을 역임했던 전성은 선생님의 교육철학과 학교교육의 미래상을 제시하고 있다. (필자는 자신만의 주장은 아니라고 출처를 분명히 하고 있다.)

 

기능은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그 기능이 목적이 되면, 그 순간 악이 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현대에도 여전히 학교의 기능이 학교의 목적이 되고 있다. (56p.)

 

나라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기르는 학교가 영화 『The Wall』에서 슬퍼하듯이 똑같은 형태로 청소년을 학생들을 찍어내고 있다. (필자가 말했듯이 모두가 똑같은 모양으로 찍혀나오지 않음에 감사하고 있으나) 학창시절에나 지금에나 늘 무엇인가 잘 못되었다는 인지를 하고 있으나 무엇이 핵심이 되는 문제이고 무엇이 해결책인지는 늘 안개 속을 헤매듯 불투명했다.

 

학교교육은 빈부의 격차를 줄이는 역할을 해야 한다. 빈부의 격차를 더 커지게 하는 역할을 하면 안 된다. 한나라 안에서도 수백 년 동안 지역끼리 뿌리 깊은 증오와 대립의 골을 이어온 슬픈 현실이 있는 곳에서, 그 대립의 골을 메우는 역할을 해야 한다. (108p.)

 

물론 이 책이 그 답을 모두 주지는 못했다. 오히려 나의 고민과 갈등을 심화했다는 편이 맞겠다. 하지만 나의 물음들이 보다 구체적이고 명료해졌다. 필자는 법을 바꾸거나 눈앞의 문제들을 당장 좇아 정책을 바꾸는 것보다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의 변혁이 몇몇 사람들의 바람만으로 불이 붙을 수는 없을게다. 다만 제도를 바꾸고자하는 의지가 불타오를 때 제도를 고수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보다 근원적인 해소방법을 위한 전술을 고민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어쩌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첫 번째 걸음이 아닐까하는 결의를 다져본다.

 

영화 『써니』를 보고 학창시절에 대한 추억에 잠기다보니 문득 이렇게 학창시절을 추억으로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청소년은 그들의 청소년기를 행복하게 떠올릴 수 있을까? 진정으로 학교는 그리고 사회는 그들의 현재를 더욱 소중히 여기는 데에 더욱 힘 쏟아야 하지 않을까.

많은 고민과 깨달음의 기회를 준 전성은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주변의 많은 청소년지도자와 교사에게 이 책을 권하며 서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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