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제부터인가 그녀가 너무 사랑스러워진다.

10여년 전.  신경숙, 은희경, 공지영 작가의 책은 왠지 읽어줘야 할 것 같아서 무턱대고 책을 한 권씩 읽어가던 시절이 있었다. 처음으로 접했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지금 생각해보면 그저 활자를 보는 수준이었던 것 같다.

이후 "봉순이 언니"를 읽고 아 재미있다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지만, 그 이후로 노느라고(?) 그녀의 작품을 읽을 생각은 못했다.

 

몇 년 전 강동원과 이나영 주연의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원작이 바로 공지영 작가의 책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영화보다 책으로 먼저 접하게 되었다. 이후 "즐거운 나의 집"으로 인해 그녀의 팬이 되었고,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를 읽고 또 그녀의 이야기에 빠지게 되었다. 사실 깃털하나에 등장했던 매력적인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가 궁금했었는데 그들의 이야기를 한자리에서 다시 만나게 되다니 - 그것도 한 권으로 !여간 설레는 순간이 아니었다.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있는 아주 재미있는 추리소설을 제치고

(물론 지리산 행복학교도 베스트셀러다) 내가 이 책을 선택하게 된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낼 모레 50을 바라보는, 아니 40대 후반인 그녀는 아직도 30대로 보인다.

타고난 미모도 한 몫 하겠지만, 그녀의 작품 몇 권을 읽다보면 그게 미모(유전+관리?)때문이 아니라 그녀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에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고 있어서?) 빛을 발하는게 아닐까 싶다.

공지영 빠순이라 불릴까봐 이쯤에서 그녀의 칭찬은 접어두고, 책 내용에 들어가야할 것 같다.

 

그리고 지리산 어딘가에서 흔한 말로 법없이도 살 법한 그들을 소개해본다.

여성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버들치 시인

유쾌하고 즐거운 낙장불입 시인과 그의 아내 고알피엠 여사

읽는동안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와 나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 최도사

그리고 쌍계사 앞 음식점 미녀 사장님의 미모도 굉장히 궁금하고

기타리스트와 스발녀의 회장과 부회장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그리고 수경 스님과 도법 스님을 만날때면 가슴 한 켠이 아려왔다.

 

사람들에게 치이고, 상처를 받고, 결국 자연의 품으로 들어간 그들(이렇게 표현하지 못해 죄스러울 뿐)

물욕과 권력에 굴하지 않고 나이 50에 전 재산 50만원을 가졌어도 행복한 그들을 보면서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그들에 비교해서 나이와 화폐 단위로만 따지면 난 부자겠지만, 정작 내 마음의 여유와 만족도는 얼마나 될까?

그래 나도 이번 참에 지리산에나 들어가 봐?

하는 속없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럴 용기가 없는 것이 철저한 속물인 것 같다.

 

사람 사는 이야기가 물씬 피어나는 이 책을 읽고 희망과 긍정과 사랑의 기운을 받아간다.

결국 공지영과 그의 지리산 친구님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그것이 아닐까?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야지..

 

책의 마지막 뒷장에 몇 장의 사진이 있다 그리고 조그맣게 투 비 컨티뉴를 발견했다

앗싸.

이 분들의 이야기를 또 만나게 되는구나? 미리 설레발을 쳐본다.

 

그래 나 같은 호기심 많은 오지라퍼 같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서 그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까?하고 걱정도 잠시. 

한편으론 이 봄. 지리산-을 가면 그 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에 무작정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껴본다.

 

삶의 끈을 놓고 싶은 분들, 권력과 재력에 눈 멀어 소소한 행복을 잊고 사는 우리네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책이다.

 

 

 

다만 거기서 사람들이 스스로를 사랑하고 느긋하게 그러나 부지런히 살고 있다는 것, 그래서 서울에 사는 나 같은 이들이 도시의 자욱한 치졸과 무례와 혐오에 그만 스스로를 미워하게 되려고 하는 그때,

'바람도 아닌 것에 흔들리고 뒤척이는' 도시의 삶이 역겨워질 때, 든든한 어꺠로 선 지리산과 버선코처럼 고운 섬진강 물줄기를 떠올렸으면 싶다. 거기서 정직하게 살고 있는 그들의 이야이가 혹여 잠시의 미소와 휴식이 되었으면 한다. 14~15쪽

 

한 2년 정신분석을 받은 일이 있었다. 내가 사람으로 인해 병들고 상처 입었다고 생각해서 시작한 일이었다. 그때 나는 배웠다. 사람에게 입은 상처는 그 사람에게 다시 상처를 되돌려줌으로써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일로만 치유된다는 것을 말이다. 39쪽

 

"보수가 뭔 줄 아니? 잘못된 거 수리하는 게 보수야. 진보는 뭔 줄 아니? 다른 사람보다 부지런히 보수하는 진짜 보수가 진보야"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더니, 우리가 진보는 진본가 보네" 131쪽

 

 

행복한 가을 들판을 바라보며

다시 오지 않을 그날들을 생각한다.

깊기는 첫사랑 같고

온갖 뉘우침으로 설레는

아, 삶 속의 죽음이야

다시 오지 않는 날들이여....-테니슨의 시- 151쪽

 

솜씨 좋은 사람이 얼굴까지 예쁘면 성질이 좀 더러워지기 마련인데 나는 그렇게 예쁘고 성질 더러운 사람을 좋아한다. 대개 이런 사람은 계산 정확하고 남에게 신세 안 지고 그리고 음식 재료 속이지 않기 때문이다. 177쪽

 

"이러니까 우리나라가 이 꼴인 거야. 저런 인간들 때문에 4대강이 마구 파헤쳐지고 천암함이 가라앉고 김길태 같은 놈들이 나타나는 거야. 저런 인간들 때문에 월드컵 16강에 들자마자 떨어지고 난데없이 문어가 스페인의 우승을 맞히는거야. 그리고 뜬금없이 펠레가 여태껏 저주만 일삼다가 슬쩍 문어를 커닝해서 우승자를 맞히는 거야,. 문어가 어디 펠레 못 보게 점괘를 가리더냐고, 그러니 좀 좋아? 문어도 맞히고 펠레도 맞히고.." 

.

.

"이러니 우리나라가 그 어려운 아이엠에프 세계 불황 이런거 극복하고 일어선 거야. 이러니 우리가 식민지에서 원조 국가로 발전한 거야. 이러니 월드컵 16강에 들게 된 거야. 내가 태어난 이래 최근 천지개벽한 곳을 두 개 꼽으라면 첫째가 고속도록 화장시이요. 둘째가 경찰이야. 흐흐"

 

 219~2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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