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개주막 기담회 3 케이팩션
오윤희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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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삼개 나루터 주막의 주모 김씨가 1편의 이야기를 이끌어갔고, 그녀의 아들 선노미가 2편의 주인공이라 한다면. 이번 이야기꾼은 과연 누가 될 것인가? 이제 조선을 넘어, 청나라 축하 사절단이 되어 먼 길을 떠나는 선노미가 또 다시 3편의 이야기꾼이 될 것인가? 과연 청나라 기담은 어떤 내용일지?설레임 반 기대 반으로 책을 집어든다. 청나라 사절단일행이 압록강에서부터 맞이하게되는 기이한 이야기 속에 빠져들 생각에 늦은 밤이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열하일기의 시간과 장소, 인물들까지 그대로 좇아가는 삼개주막 기담회3는, "한"이 서린 한국형 전설의 고향같은 이야기보단, 본성이나 인간사에 대한 철학적인 메시지가 담긴 이야기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한 차원 더 깊어진 기담회3에는 총6편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데,

압록강 뱃사공 눈에만 보였던 저승 안내자에 관한 이야기나,

방탕한 생활을 일삼던 장남의 가출과 그를 기다리다 정신을 놓은 어머니가 등장한 기담은 한국형 정서에 가까웠다.

매번 감탄하는 바지만, 작가의 서정적 묘사나, 스토리구성은 가히 최고라고 표현하고 싶다. 가독성도 좋고, 어찌보면 20여년 전 '전설의 고향"에 나올법한 진부한 옛날 이야기뿐일텐데, 전혀 촌스럽지 않다. 열하일기의 이동경로를 좇아서 허구 인물을 배치하고, 실존 인물도 등장해서 단순한 재미뿐만 아니라, 인간 본성에 관한 이 어렵지 않게 풀어내는 내공에 박수를 보낸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로는

마마(천연두)신을 숭배했던 한 고을의 몰락을 그려낸 "마마신이 찾은 마을" 마마에 걸린 자식과 마마신으로부터 마을을 지키기 위한 한 아비가 등장하며 , 이어지는 반전들은 한동안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모난 돌은 정을 맞는다라는 속담의 근원을 어찌 해석해야 할지? 그저 남들처럼 살아가는게 옳은건지? 아님 부당함에는 목소리를 높이는 등 튀는 행동을 하지 않는게 맞는건지(그게 옳은 일인지언정) ? 예전의 나라면 당연히 후자였는데, 나도 그저 그런 사람이었나보다. 세월의 흐름이라는 변명을 해보고, 의로움보다 안위를 챙기게 된다고 자위를 하면서 그렇게 늙어가고 있던 참이었는데, "마마신이 찾은 마을"에서의 뜻하지 않는 자기 반성의 시간을 갖게 된다.

"청나라"하면 결코 빠질 수 없는 인물 소현세자와 세자빈 강씨에 관한 이야기"붉은 비단의 저주"도 기억에 남았으나,

이 책의 압권은 청나라표 기담 "화피"와 "낙원"이 아닐까 싶네? 사람가죽을 뒤집어쓰고, 사람 모습으로 나타난 요괴가 등장하고, "당신의 눈을 믿지 마시오"라는 절규는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였으며, 내가 되새겨야 할 이야기였다. 보여지는 것만 믿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잘 나가는 사람들)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사는 사람들, 그 속에서 인간성을 상실하는 이야기는 굉장히 시사하는바가 컸다. 내가 좋으면 좋은 사람, 멋들어진 외모를 좆는 이들, 소위 말해 잘 사는 사람들에게 빌붙으려는 간사한 사람들, 외모와 경제적 외형을 보고 평가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는 단순히 외모지상주의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다. 사람의 모습을 하였지만, 사람임을 포기한, 요괴와 다를바 없는 인간들은 기담속에만 등장하지 않는다.

1편과 2편이 구전되어온 한국인 정서가 가득했던 할머니표 옛날이야기였다면, 3편은 단순한 전설의 고향이 아닌, 인간 본연에 관한 이야기를 기담으로 살려서인지, 재미와 감동은 떨어졌다. 읽으면서도 중첩되는 내용들도 많고, 진부한 소재가 있었던 건 조금 아쉬었지만, 작가님을 믿기에 4편이 나오길 또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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