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간병인
오윤희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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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언제부턴인지 정말 읽고 싶은 책이 아니면, 서평단 신청은 하지 않기로 했고,  수차례의 기회가 주어져도 마음을 다잡고,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걸로 만족했다. 


 "파킨슨 병을 앓는 70대의 노인과 20살 수상한 간병인의 특별한 동거"라는 책 소개는 사실 나의 구미를 당기지 못했다.  작가의 작품 이력(삼개주막 기담회1,2)과 고즈넉이라는 출판사를 믿어보고 읽어봐야겠다는 의욕이 샘솟았을뿐이다.


전직 판사, 현재는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저택으로 20살 고아원 출신의 은수는 수상한 목적을 갖고 "간병인"으로 들어가게된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지만 치매 증상을 보이는 노인과 노인의 곁에 있는 가정부 명순의 눈을 피해 은수는 저택을 뒤지고, 그 안에 숨겨진 비밀을 찾으려고 한다, 그리고 같은 고아원 출신의 정우와 서연주를 도움을 얻어가며 비밀을 알게 되는데, 그런 은수를 바라보는 노인의 눈빛은 환자의 그것이라 생각할 수 없다. 절대 무시할 수는 없다!


고아가 등장하는 소설에는 동정심과 연민등을 비롯한 사회적 편견이 꽤 많이 등장한다. 비단 소설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는 출신에 대한 꼬리표. 경제적 문제와, 사회적 시선으로 인하여 그 친구들이 겪는 고통과 아픔을 감히 논한다는 자체가 나의 오만이 아닐까 싶다. 우리 지역에도 어린 친구들을 위한 보육 시설이 있고, 매달 아이들 이름으로 소액을 후원하고 있다.지금까지 내 역할은 딱 거기까지였다. 명절과 연말에 나타나서 후원하고, 사진찍는 기관과 단체들을 보면서 위선과 냉소의 시선으로 바라봤던 청소년 시절의 나 역시도 결국 그렇고 그런 어른이라는 생각에, 고작 몇 만원 후원하면서 "그들과 달라"라면서 위안을 삼았던게 아니였을까?

 

만18세가 되면 퇴소하여 자립을 해야하고, 그 친구들에게 주어진 건 몇 백만원의 정착금이 전부라는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퇴소 후 겪는 경제적 문제와 사회적 편견이외도 그들이 마주쳐야 할 난관들이 많다는 걸 알면서도 관심을 갖지않고 있다. 과연 내가 해줄 수 있는게 어떤것인가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봐야겠다.


이 책을 읽기 전, 훨씬 전에도 이성적 판단이 가능할때,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안락사"에 대해서는 나는 찬성하는 입장이였다. 혹여 불의의 사고나 고약한 병이 생겨 내 몸이 거동이 불가한 상황에 이르렀을때 스위스에 가야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는데, "수상한 간병인"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아, 이 역시 나의 오만이었구나를 느끼게 되었다. 떠난 이와 남겨진 이들의 깊이를 헤어리지 못했던 나의 오만.


수상한 간병인 은수와 현실에서 만난다면 고아원 출신이니깐 하면서 편견을 가졌을 정우와 연민의 눈으로 바라봤을 연주, 그리고 명순아줌마까지,이 책을 읽고 누군가는 응원을 얻고, 누군가는 따스함을 배우고, 또 누군가는 희망을 얻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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