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 번의 세계가 끝날 무렵
캐트리오나 실비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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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 번의 세계가 끝날 무렵』
우주를 이해한다는 것은

영원에 가까운 시간을 함께한다면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있을까?
소라와 산티는 수많은 시간 속에서 스쳐 지나가기도, 인연이 닿기도, 연인이 되기도, 가족이 되기도 한다. 두 사람은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결의 사랑을 수많은 시간 동안 경험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닫는다.
두 사람은 서로를 만나게 되는 필연적인 공간인 쾰른에 갇혀있다. 쾰른에서, 수없이 반복되는 삶에서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만 서로 엇갈리고 상처를 주기도 한다. 생을 넘어 계속해서 연결되는 두 사람은 그것을 운명이라고 생각했을까? 두 사람은 마지막에 가서는 서로를 악연이라고 여겼을까?
결국 두 사람은 세상 밖으로 나간다. 한 사람의 우주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직접 되어보지 않고서는 역시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두 사람의 결말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오랜 시간을 함께하면서 서로의 많은 부분을 알아갈 수있었지만, 진정으로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사랑은 타인을 이해하는 것에는 별로 좋은 역할을 해주지는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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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만나고 알게 된 행복 - 아이를 키우며 행복을 찾아가는 워킹맘의 그림 에세이
김민경 지음 / 미다스북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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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만나고 알게 된 행복』
아이와 아이

공부와 일도 병행할 수 없다며 힘듦을 최대한 기피하려는 나에겐 육아와 직장, 결혼생활을 병행한다는 것이 어떤 어려움을 동반할 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많은 워킹맘들이 너무나 시간에 쫓겨 자신의 삶을 잃어버린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일을 마치고 남은 시간을 온전히 가족에게 아이에게 쏟는 것을 사랑이라고 보아야 할까?
하나의 인간을 기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어릴 적에는 몇살만 어른이어도 엄청난 자립심과 책임감을 지니고 있고, 자아성찰이 완벽히 되어있는(?) 완성된 멋있는 인간 정도로 생각했다. 그래서 아이는 어른에게 길러지는 것으로 당연하게 여겨왔다. 하지만 점점 자라면서 (이젠 더 이상 몸이 자라지 않지만 정신은 아직 자라나고 있다고 항변해본다.) 아이를 '기른다'는 것은 수동적이고 일방적인 이 표현보다는, 아이를 돌보고 시간을 보내며 함께 성장해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아이를 기르며, 내 안의 아이가 함께 성장해나가는 건 아닐까?
아이를 낳고, 아이와 시간을 보내야 비로소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고 한다. 아직 아이를 낳기에는 아이인 것 같은.. 나는 언제쯤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까? 결혼과 육아는 내게는 너무나 큰 산같다. 하지만 '결혼과 육아를 거치며 나를 더 이해하고 사랑하는 법을 깨달았다(181)'는 작가님의 말에 공감하며, 누군가와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삶도 뒤돌아보며 미래를 꿈꿀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결혼과 육아는 지극히 선택의 영역이지만, 그것이 얼마나 이제까지 수많은 사람들에게 소중한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모든 사람들이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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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의 머리가 있는 방 트리플 26
단요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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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의 머리가 있는 방』
문학×현실=가상

세 편의 소설은 모두 허구이다. 하지만 realistic 하다. 거짓된 것, 현실에서는 결코 볼 수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현실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다.
처음 책의 표지가 검은 배경에 굉장히 고뇌하는 무언가, 물에서 빠져나오려고 애쓰는 무언가가 그려져있어 절망적인 배경을 담아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그다지 절망적이지도, 절망적이지 않다고 할 수도 없었다.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되는 것은 맞다. 우리의 현실이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가? 어디서 부터 잘못되었나? 어떻게 바꾸어야 할까? 바꿀 수있는 것인가? 와 같은 질문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허구적인 소설은 허구이기 때문에 오히려 현실을 과장되리 만큼 더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꾸준히 파괴되어 가는 지구 생태계 그리고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구별이 점점 흐릿해지며, 거의 항상 온라인 상태로, 모든 것(온 세상)과 연결되어진 상태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 우리에게 삶이란 어떤 의미일까? 우리는 소설을 읽으며 현실과 동떨어져 있고, 전혀 중요해보이지 않는 망상들에 귀기울여 보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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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사랑 아니면 사람 - 사랑을 말할 때 하고 싶은 이야기
추세경 지음 / 미다스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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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사랑 아니면 사람』
삶과 나

사랑과 사람은 전혀 반대되는 무언가가 아닌 것같았다. 그런데 저자는 이 두 가지를 대비시킨 제목을 택했다. 이 책은 어떤 인생을 살아가라고 권하고 있을까? 책의 제목을 처음 접하고 든 생각이었다.
작가님은 일상을 이야기한다. 자기가 그동안 살아왔던 이야기를 예로 삼아, 근거로 삼아 하고 싶은 이야기를 책에 풀어내고 있다. 인생에서 좌절할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 삶 그리고 일을 하는 과정에서의 태도는 어때야 할지, 사람들과의 관계는 대체 본질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하는지, 연인과 가족은 삶에서 어떤 존재인지, 사람에게 사랑이란 무엇인지 등 하나 하나 중요하고 깊은 주제를 담아내고 있다.
글을 읽는 동안 무겁거나 어렵다는 느낌은 없었다. 다만 시간이 더 지나고 나서 다시 읽게 된다면 분명히 부분 부분 다른 생각이 들게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그만큼 작가님은 일상 속에서, 다시 말해 당신의 삶의 궤적 속에서 심오한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삶이란 것은 결국 나와 나의 주변에 머무는 사람들 그 자체이지 않을까? 사람과의 관계는 형태가 세지 못할 만큼 다양하다. 하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분명 어딘가에 사랑도 머무르고 있지 않을까?
가끔 사람들은 자신과 삶을 다른 것, 분리되는 것처럼 여기고, 알 수없는 어떤 진정한 것을 찾아야만 한다고 여긴다. 하지만 인생은 찬란하나 한편으로는 그다지 거창하지 않기도 하다. 삶은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언제나 어떤 상황에서든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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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거당한 집 - 제4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최수진 지음 / 사계절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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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거당한 집』
소설이라는 장소 그리고 재난

처음에 읽다가 연도를 잘못본 줄 알았다. 그 다음엔 잠시 오탈자인가 싶었다가, 정말 가까운 미래에 대한 글이구나 싶었다. 미래에 대한 상상적 글이지만, 회고록이면서 현실과 과거를 너무나 잘 반영하고 있는 글이었다.
"나는 금일을 위해 글을 쓰지 않았다. 금일이 나를 위한 그를 썼다(176)." 나는 작가님이 금일이라는 이름을 부르는 것 뿐만 아니라, 어쩌면 여기서의 금일은 '오늘'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소설 속의 이야기는 허구이나, 이러한 일들은 지금도 계속 벌어지고 있으며, 닫힌 귀와 눈을 열면 생각보다 가까이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작가님은 '소설을 장소로, 난잡한 것으로 정의한다'. 이 작품의 해설을 쓴 윤이랑 평론가는 작가님의 표지를 이렇게 해석한다. "소설은 어떤 장소인가? (...) 이는 장소 아닌 장소다. 그 자체로서만 성립 및 존속할 수 없는 난잡한 예술인 소설은, 예술가를 비롯한 인간 행위자에 의해 그 장소성의 변화를 겪는 『점거당한 집』 속 장소들과 공명하는 것이다(192)".
소설이 장소라, 소설은 어떤 세계를 담고 있는 곳일까? 소설은 어떤 시공감각을 우리의 앞에 끌어다 놓아주는 것일까? 예술의 하나인 소설은 다른 예술과 장소를 소설 안팎에서 마주치게 한다. 그렇다면 소설은 재난을 마주하고 돌아볼 수 있는 장소가 될 수있지 않을까?
재난을 겪은 사회는 이미 깨져버린 것으로 다시는 재난을 겪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한다. 재난을 겪은 사회에서 예술은 재난을 기록하고 무한히 변주해나가며 그것을 잊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물음을 던지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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