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인생》은 노벨상이라는 드라마틱한 영예와 거리가 있는 여섯 명의 과학자들이 자신들의 연구, 고민, 삶을 차분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에세이집이다. 인스타그램 독자 후기만으로도 이 책이 전하는 정서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화려한 업적보다 묵묵한 과정, 성공보다 지속을 이야기하는 책이라는 점에서, 《과학 인생》은 ‘과학’의 외피를 두르고 있으면서도 오히려 ‘사람’에 더 가까운 서사집으로 읽힌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과학자를 특별한 존재로 그리지 않는다는 데 있다. 연구실의 반복적인 일상, 예상치 못한 실패, 불규칙한 성취의 순간들이 솔직하고 담담하게 드러난다. 인스타그램 리뷰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현실적이다”, “거짓이 없다”는 표현은 이 책이 과학자의 삶을 과장하거나 미화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나온다. 독자는 ‘성공한 과학자’가 아니라 ‘살아가는 과학자’를 마주하게 된다.
《과학 인생》의 또 다른 미덕은 실패를 정면에서 다루는 태도다. 연구는 실패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이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기록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책 속의 여섯 사람은 실패를 숨기거나 축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실패의 순간들이 어떤 선택을 이끌었고, 어떻게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웠는지를 보여준다.
한편 이 책의 글쓰기는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담백하고 투명한 문장은 오히려 독자로 하여금 과학자들의 마음속으로 천천히 스며들게 만든다. 이 차분한 글쓰기 방식은 과학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부담 없이 다가오며, 에세이의 본질인 ‘경험의 공유’에 충실하다.
《과학 인생》은 과학자의 직업적 정체성을 넘어, 자신의 길을 조용히 계속 걸어가려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응원에 가깝다. 대단한 성취를 이루지 않았어도, 흔들리며 꾸준히 나아가는 삶 역시 충분히 가치 있다는 메시지가 은근하지만 단단하게 흐른다. 그래서 이 책은 과학도뿐 아니라, 인생의 속도와 방향을 고민하는 누구에게나 잔잔한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섯 명의 과학자가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는 담담하지만 깊다. 이 책은 ‘성공을 향해 달리는 사람’을 위한 책이기보다, ‘지금 이 순간을 견디며 걸어가는 사람’을 위한 책에 가깝다. 과학이라는 배경은 단지 무대일 뿐, 그 중심에는 결국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