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거당한 집 - 제4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최수진 지음 / 사계절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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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거당한 집』
소설이라는 장소 그리고 재난

처음에 읽다가 연도를 잘못본 줄 알았다. 그 다음엔 잠시 오탈자인가 싶었다가, 정말 가까운 미래에 대한 글이구나 싶었다. 미래에 대한 상상적 글이지만, 회고록이면서 현실과 과거를 너무나 잘 반영하고 있는 글이었다.
"나는 금일을 위해 글을 쓰지 않았다. 금일이 나를 위한 그를 썼다(176)." 나는 작가님이 금일이라는 이름을 부르는 것 뿐만 아니라, 어쩌면 여기서의 금일은 '오늘'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소설 속의 이야기는 허구이나, 이러한 일들은 지금도 계속 벌어지고 있으며, 닫힌 귀와 눈을 열면 생각보다 가까이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작가님은 '소설을 장소로, 난잡한 것으로 정의한다'. 이 작품의 해설을 쓴 윤이랑 평론가는 작가님의 표지를 이렇게 해석한다. "소설은 어떤 장소인가? (...) 이는 장소 아닌 장소다. 그 자체로서만 성립 및 존속할 수 없는 난잡한 예술인 소설은, 예술가를 비롯한 인간 행위자에 의해 그 장소성의 변화를 겪는 『점거당한 집』 속 장소들과 공명하는 것이다(192)".
소설이 장소라, 소설은 어떤 세계를 담고 있는 곳일까? 소설은 어떤 시공감각을 우리의 앞에 끌어다 놓아주는 것일까? 예술의 하나인 소설은 다른 예술과 장소를 소설 안팎에서 마주치게 한다. 그렇다면 소설은 재난을 마주하고 돌아볼 수 있는 장소가 될 수있지 않을까?
재난을 겪은 사회는 이미 깨져버린 것으로 다시는 재난을 겪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한다. 재난을 겪은 사회에서 예술은 재난을 기록하고 무한히 변주해나가며 그것을 잊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물음을 던지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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