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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운명 (반양장)
문재인 지음 / 가교(가교출판)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대한민국 정부수립이후 여러 정권이 등장했지만 21세기 들어 가장 정치인들의 입에 많이 오르는 정부는 참여정부 일 것이다. 박정희, 전두환 정부와 같은 군사정권은 오히려 정치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정도가 덜 한 느낌이다. 특히 보수정권에서는 참여정부를 마치 자신들의 정당성을 증명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는 듯 대하는 것 같다. 보수가 아닌 진보가 정권을 잡은 것은 (알기로는) 딱 두 번, 국민의 정부 그리고 참여정부이다. 그럼에도 김대중 정권보다는 거의 항상 노무현 정권을 비난하는 경우가 많다. (사견이지만) 국민의 정부는 분명 진보적인 정부였지만 김대중 이라는 한국사를 품은 커다란 인물의 존재감과 동시에 거기서 나오는 카리스마 그리고 어느 정도는 권력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정권을 운영해 간다. 반면 참여정부는 대선 전날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 철회 발언으로 위기에 처했을 때 네티즌의 힘으로 당선된 것에서 유추할 수 있는 것처럼 되도록 권력을 내려놓고 되도록 국민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한 정부이다. 참신하고 새로운 인물의 등용과 정책과 기관의 개혁의 모습 등이 이를 말해준다.
이런 점들이 보수의 먹이감이 되었다. 기득권을 버리지 못하는 과거의 그들,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만들려는 참여정부. 서로 극단에서 대치하고 있으니 충돌할 수밖에 없고 언제나 기득권이 더 많은 힘을 가지고 있으니 참여정부가 입에 오르내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집요하게 그들이 참여정부를 욕하는 건 오히려 그 만큼 참여정부가 그들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렸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참여정부가 했던 모든 일들이 옳고 좋은 결과를 가지고 왔다고 말할 순 없더라도 최소한 기득권을 벗고 새로운 변화와 개혁을 시도했다는 것을 기득권을 가진 그들 스스로가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기득권의 중심부에 위치한 지금의 새누리당의 모습을 봤을 때는 더욱 더 그러함을 느낀다.
개인적으로 정치에 대해 잘 모르며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하지만 문재인의 ‘운명’에서 그려진 그의 모습은 ‘우리와 같’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제나 그들의 가정을 중심에 두고 그들이 소속된 기업이나 회사에서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 마찬가지로 노무현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큰 가족을 중심에 두고 대통령이라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 가장 기본적이고 당연한 이런 진리를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있으면서도 흔들리지 않고 꿋꿋이 이어가는 점. 그런 점 때문에 그는 우리와 같다. 작년에 이어 신년에도 이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의 중심에 있는 이들은 이런 평범한 세상의 평범한 진리를 무시하고 ‘그들만의 세상’에서 그들만의 논리를 가지고 있으니 우리와 같을 수가 없다. 그러니 우리가 등을 돌릴 수밖에...
노무현 대통령은 ‘사람 사는 세상’ 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멋진 말이다. 하지만 얼마나 ‘사람 사기 힘든 세상’인지를 보여주는 듯해서 오히려 너무 서글프기도 하다. 제발, 다음 정권은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 아니 노력만이라도 해 주는 정권이 들어서기를 바란다.
멀리 가는 물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리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