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자신의 위치, 예를 들어 지식의 정도, 깨달음의 정도 등의 위치를 알 수 있는 방법은 다른 사람과의 교류 속에서이다. 옛날 우리의 조상들은 지인들과의 만남에서 즉흥시를 지음으로서 자신의 학문적, 감성적 뛰어남을 보였다. 하지만 지금처럼 폭넓은 범위의 지식을 다루지만 깊이가 없고 얕은 지식이 유행하는 시대에 정확히 우리 자신을 되돌아볼 방법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과거부터 내려오는 유일무이한 방법이 있으니, 바로 책이다.
미술, 일명 예술이라는 분야는 보통 사람이 접근하기 쉽지 않은 분야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해 왔다. 먼저 학창시절부터 미술은 시험 전날 잠깐 보는 시험과목이며, 실기로 그리는 그림은 되도록 사물과 똑같이 멋지게만 그리면 점수를 따는 과목이었다. 학창시절이후로는 그림과 접할 일도 없었다. 미술이라는 분야는 경제적으로, 심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즐기는 일종의 부유한 취미생활 정도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우연히 신문에서 이 책을 소개하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역사를 큰 줄기로 하고 그 역사 속에서 미술을 그려가고 있다는 말에 관심이 갔다. 보통의 역사책들은 그 시대의 정치, 사회, 전쟁 등에 관심을 가지고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이 책은 인류가 살아오면서 미술이라는 것이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 그리고 인간으로서 우리가 얼마나 예술적인 동물들인지를 보여준다.
지금까지 서양 중심의 역사를 다루는 세계사는 그리스 로마시대의 우수성만을 뽐내며 그들의 문화를 최고의 것이라고 배워왔던 나에게 서양 문화의 시초인 그리스 로마조차도 몇 천 년 이전의 이집트 문명 그리고 메소포타미아 문명 등과 같은 동양 문명의 영향력과 위대함을 알게 해 주었다. 또한 학생에게, 친구에게 이야기하는 식으로 사진을 통해 자세히 분석해 주는 설명은 그런 학교교육에서 놓쳐버린 지식의 공백을 채워주었다. 물론 이 책을 통해 완전히 미술이라는 분야를 알게 되었다거나 예술품을 보는 눈을 키웠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미술이라는 분야를 다른 각도에서도 볼 수도 있다는 것, 미술이 전문가들만을 위한 분야가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준 점등은 이 책을 읽음으로서 내가 얻어낸 큰 수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