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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술 - 개역판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책에는 나름의 목적이 있다. 하나의 목적에서 큰 줄거리가 나오고 작은 갈래로 나뉘어져 복잡한 글이 된다. ‘여행의 기술’이라는 책 제목에는 말 그대로 여행할 때 필요한 기술을 말한다. ‘여행할 때 뭐가 필요하지?’ 너무나 쉬운 질문에 뻔한 대답인 것 같지만 작가는 여러 책의 작가를 동원해 자신만의 여행 기술을 서술한다.
1. 외로움: 여행은 익숙하지 않고 나를 아는 이가 최소한 곳으로 가서 철저히 나를 고립시키는 것이다. 외로움은 진정한 나를 만나서 대화할 수 있는 시간적 공간적 기회를 제공한다.
“몇 시간 동안 기차를 탁 꿈을 꾸다 보면, 나 자신에게로 돌아왔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즉 우리에게 중요한 감정이나 관념들과 다시 만나게 되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우리가 자신의 진정한 자아와 가장 잘 만날 수 있는 곳이 반드시 집은 아니다. p.85”
2. 호기심: 보통의 여행은 앞에 이미 누군가가 좋다라고 이야기한 곳을 찾아가서 ‘역시 좋더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누구나가 보는 것만을 보고 그 이외 것은 보지 못한고 돌아온다. 준비된 여행과 호기심. 알고 보는 것 그리고 앎에서 나오는 궁금증은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새로운 깨달음을 이끈다. 같은 것을 새로운 각도로 보고 새로운 생각과 느낌을 얻는 것. 준비된 여행이 줄 수 있는 즐거움이다.
“여행의 위험은 우리가 적절하지 않은 시기에, 즉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는 상태에서 사물을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정보는 꿸 사슬이 없는 목걸이 구슬처럼 쓸모없고 잃어버리기 쉬운 것이 된다. p.142”
3. 자연: 벗어남은 자유로움이다. 목을 쪼는듯한 긴장감과 스트레스. 꽉 막힌 도로와 숨 막힐 듯이 솟아있는 빌딩 숲은 괴로움이다. 그렇기에 여행은 벗어남이고 자유로움이다. 탁 트여 늘씬하게 뻗어있는 지평선. 그 너머에는 모든 생명의 에너지원이 자신을 불태우고 있다. 같은 태양임에도 이 날의 태양은 나의 고뇌와 슬픔과 좌절을 씻어낸다.
“도시의 떠들썩한 세상의 차량들 한가운데서 마음이 헛헛해지거나 수심에 잠기게 될 때, 우리 역시 자연을 여행할 때 만났던 이미지들, 냇가의 나무들이나 호숫가에 펼쳐진 수선화들에 의지하며, 그 덕분에 노여움과 천박한 욕망의 힘들을 약간은 무디게 할 수 있다. p178”
4. 디테일+생각: 빠른 삶과 여행은 디테일을 놓친다. 다른 눈과 마음을 가졌음에도 같은 것을 보고 같은 생각하게 되는 이유다. 느림과 디테일은 자연을 볼 수 있는 눈을 주며, 다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준다.
“한군데 가만히 앉아 시속 150km 로 달린다고 해서 우리가 조금이라도 더 튼튼해지거나, 행복해지거나, 지혜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아무리 느리게 걸어 다니면서 본다 해도, 세상에는 늘 사람이 볼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이 있다. 빨리 간다고 해서 더 잘 보는 것은 아니다. 진정으로 귀중한 것은 생각하고 보는 것이지 속도가 아니다. 총알에게는 빨리 움직이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사람에게는 느리게 움직이는 것이 해가 되지 않는다. 사람의 기쁨은 결코 가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p 301-302”
여행은 떠남이 아니라 만남이다. 진정한 나와의 만남, 경이로운 자연과의 만남, 습관에 묻혀 스쳐지나간 것들과의 만남이다. 작가가 제시한 위의 만남의 기술들은 풍요로운 여행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