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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계단 - 나를 흔들어 키운 불편한 지식들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6년 12월
평점 :
학교 다닐 때 무협지에 빠진 적이 있었다. 현실적인 학교 수업이나 공부보다는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무협지의 세상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능력이 출중하고 수려한 외모, 그리고 여성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화려한 말솜씨와는 대조적으로 주인공은 어눌하고 무능력하며 자기의 의견도 제대로 말 못하는 성격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부족한 만큼 열심히 하려는 의욕과 의지를 타고났다. 출발점은 비록 평균이하이었지만 우연성이라는 소설적 장치를 통한 스승과 친구들 그리고 여성과의 만남은 그를 변화시킨다. 그 변해가는 과정, 한 단계씩 업그레이드 되어가는 그의 모습에 나를 대입해 나도 그처럼 부족하지만 조금씩 성장해 언젠가는 마지막 계단을 밟아보고 싶다는 상상을 하곤 했다.
무협지의 주인공들 그리고 채사장이라는 ‘열한 계단’의 저자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무능력이라는 시점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우연한 만남 채사장에게는 책이라는 요소가 그의 성장 호르몬을 자극했다. 거기에 본인이 원래 가지고 있던 타고난 성품이 더해져 한 단계씩 올라간다. 거기에 더해 둘 다 본질적으로 편안함이나 현실의 안주보다는 불편하지만 나를 깨울 수 있는 무언가를 갈망한다. 두려움, 좌절감, 실망감 등의 부정적인 감정은 한 단계 올라서기 위한 기폭제가 된다.
주인공에 반해 무협지에서 손을 떼지 못한 것처럼 인생이라는 길에서 작가가 마주한 여러 굴곡과 고개들을 책이라는 도끼를 이용해 넘어가는 그의 모습은 나를 끌어당겼다. 책을 읽는 내내 내가 가지지 못했던 질문들을 던지며 답을 찾아가려는 그의 모습에서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책은 얇지만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꽁꽁 얼어붙은 바다를 깨부수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카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