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중독자 - 멸종 직전의 인류가 떠올린 가장 위험하고 위대한 발명, 내일
다니엘 S. 밀로 지음, 양영란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은 있었던 일들의 정리와 일어날 일들의 정리와 계획으로 하루를 마감하고 시작한다.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몇 년의 앞을 내다보려고 노력하면서 산다.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이런 동작이지만, 완전한 직립보행을 하지 못하는 동물들은 계획이라는 단어가 없다. DNA에 입력된 정보들을 제외하면 미래라는 용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동물들이 지금 여기에 닻을 내리고 있다는 것이 그들에게 유추능력이 없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의 이 같은 앎엔 계획이라고는 손톱만큼도 들어 있지 않다....물론 겨울을 준비하는 동물들도 존재한다. 그렇지만 월동준비를 위해 다람쥐나 곰이 가을 내내 분주하게 일을 하는 까닭은 계획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DNA에 그렇게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구상에서 앞날을 예측하는 동물은 오직 인간들뿐이다.” p.190-191

 

기이하게 크고 발달된 인간의 뇌는 아프리카를 떠나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원동력이다. 이런 이동은 앞으로 있을 법한 일에 대한 대비를, 그리고 다음 행동에 대한 계획을 하도록 만들었다. 정착을 하고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기 시작하고 배를 만들며 뭔가를 발견하고 발달시켜 나간다. 그 이면에는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고민하는 뇌가 있다. 그런 뇌에게 과학의 발달과 분업은 뇌에게 시간적 여유를 준다. 하지만 태생이 미래에 대한 짊을 떠안고 있는 뇌에게 그런 휴식은 오히려 무기력을 가지고 온다.

 

우리 조상들에게 불을 제어하는 능력을 부여하고 아프리카를 떠나도록 종용했으며 위임하는 역량을 발휘하도록 부추긴 것도 바로 전두엽 뉴런인데, 오늘날에 와서 이들은 일을 한다기보다는 무기력한 상태에 빠져버렸다......일을 하는 것이 왜 그토록 중요할까? 그야 불을 제어하기 시작한 이래 인간은 단 하루만 충실하게 일해도 일 년 동안 필요한 모든 것을 생산해낼 수 있게 되어 나머지 364일 동안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되는 처지였기 때문이다......‘인간에게는 완전히 휴식을 취하는 것보다 더 견딜 수 없는 일은 없다.....그렇게 되면 인간은 자신의 허무, 방치, 불충분함, 의존성, 무기력, 공백을 느낀다. 더 이상 절제하지 못하고 그는 마음 깊숙한 곳에서 권태와 암울함, 슬픔, 서글픔, 원한, 절망 등을 끄집어낼 것이다. p.269-271”

 

오늘을 살지 못하는 호모사피엔스인 우리는 오늘도 내일을 꿈꾼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