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터에서
김훈 지음 / 해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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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그 시대의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만들어간다. 그들의 삶들의 합이 역사라는 이름으로 기록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의 삶의 합이 역사임에도 역사를 배울 때 그들의 삶은 역사 속으로 매몰되어 사라져버린다. 오직 특정인물들의 위대함과 사악함만이 남아서 우리에게 전해진다.

 

김훈은 그들의 삶을 다시 살려내는 작가이다. ‘남한산성에서 인조와 그들의 신하에게 집중하기보다는 그들의 혼란 속에서 죽어가는 군사들, 백성들을 묘사했으며 현의 노래에서는 소리라는 무형의 것에 중점을 두고 글을 전개해간다. 이번 작품 공터에서는 한 시대에서 한 시대로 아버지에서 아들로 넘어가는 시대의 모습, 삶의 모습을 그린다. 시대와 사람이라는 끈과 끈의 이어짐은 끈덕지게 얽히고 설혀 끊어지지 않는다.

 

낮 기온이 32도가 넘으면서 아스팔트가 녹았다. 녹은 아스팔트가 물컹거려서 오토바이 동력이 지하로 빨려 들어갔고 액셀을 당기면 뒷바퀴는 땅바닥에 결박되고 앞바퀴는 쳐들렸다. 뒷바퀴가 빠질 때 앞바퀴는 뒷바퀴를 버리고 혼자 나가려고 부르릉거렸고, 뒷바퀴는 앞바퀴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았는데, 앞바퀴가 빠진 자리에 뒷바퀴는 기어이 따라와서 빠졌다. p.256-257”

 

오토바이의 뒷바퀴에 걸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오토바이처럼 아버지의 모습, 월남전의 장면 등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치지만 결국에는 그 수렁에 빠져 나오지 못하는 마장세. 같은 끈을 이어오지만 담담히 그것을 받아들이고 나아가려는 동생 마차세.

 

이 소설에 등장하는 그들은 지은이의 말처럼 위대하지도 영웅적이지도 못하지만 방황하고 괴로워하고 슬퍼하는 모습 속에서 우리의 모습이 겹쳐져 보이게 하는 것이 바로 작가 김훈의 소설을 선택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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