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티스맨 - 2017년 제13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
도선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양파를 한 꺼풀씩 벗겨내면 마지막에 남는 것은 양파가 양파일 수 있는 씨가 남는다. 유구한 역사를 거친 인간도 마찬가지다. 진화라는 이름으로 발전해 왔지만 한 꺼풀씩 벗겨내면 결국 마지막에 남는 것은 태초의 인간의 본능이 남는다. 폭력성, 야만성, 잔인함 등이 아마 거기에 속할 것이다. 이런 본능들은 사회라는 것이 만들어지면서 형성된 사회규범, 가치, 문화라는 것들에 의해 제어된다. 애국심이라는 이름으로 가끔 이루어지는 전쟁과 같은 본능의 발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사회적 시스템에 의해 많은 부분 인간본능이 제어된다.

하지만 이런 불안요소들은 제어시스템의 부재, 그리고 한 사회에 속하지 못한다는 불안의식에 의해 자연스럽게 밖으로 드러난다.

인터넷이라는 가상의 공간은 새로운 자아를 형성할 수 있는 곳이다. 서로 칼부림을 하지 않을 뿐 언제나 서로 경쟁하고 싸우고 살아남기 위해 투쟁하고 있는 현실에서 그 공간은 도피처가 될 수도 있다. 비록 현실에서는 경쟁에 도태된 찌찔한 인간으로 살아야 하지만 컴퓨터 속에서는 쉽게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그룹을 형성해 주류층에 속할 수 있다. 현실에서의 차별과 속박을 받는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가 될 수 있다. 거기다 자유라는 이름아래서 익명으로 이루어지니 더욱 매력적이다. 주류에 속한 의견이 아니라는 이유로 비주류의 의견을 간단히 무시하고 짓밟고 욕을 한다. 그래도 미안하거나 부끄러운 마음이 들지 않는다.

한 사회가 이루어질 수 있는 이유는 사람과 사람간의 끈 덕분이다. 믿음 신뢰 공감 동정 연민과 같은 여러 감정들이 얽히고 설키는 과정 속에서 그 끈은 더욱 두꺼워지고 쉽게 끊어지지 않게 된다. 그런 끈을 가지고 사회는 자멸하지 않으며 계속 성장해 간다. 그러나 인터넷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는 쉽게 본능을 드러낸다. 사회에서는 암묵 중에 이루어진 규칙아래 통제되던 본능들이 슬금슬금 기어 나와 활개 친다. 본능과 본능이 충돌하고 피 터지는 싸움을 하고 그 과정에서 타인과 연결되어 있는 끈이 하나하나 끊어지기 시작한다. 그럴수록 더욱 원초적 본능이 발현된다.

 

이 소설은 매력적이다. 허구라는 이름으로 쓰여 졌지만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책을 읽게 된다. 현실이기 때문에 현재도 진행 중인 문제이기 때문에 정의가 승리 한다라는 말로 결말지지 않는다. 마침 그 정의의 승리는 결국 타자를 치고 있는 지금의 나에게 달려 있다는 듯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