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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평점 :
사람은 여러 가지 타고난 능력이 있다. 그 중에 한 가지 능력이 망각이다. 망각 덕분에 사람들은 좀 더 부드럽게 삶을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인상적인 사건은 망각되지 않는다. 만약 좋지 않은 기억이라면 그것은 트라우마로 남아서 지속적으로 사람의 삶을 괴롭힐 것이다. 1980년 5월 18일의 사건은 한국인의 트라우마다. 전라도 광주에서 일어난 사건이지만 그들의 가족 뿐 만아니라 그 시대에 살았던 타 지역의 사람들,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앞으로 대한민국이라는 땅에서 살아가야 할 미래세대들의 트라우마다.
썩어가는 내 옆구리를 생각해.
거길 관통한 총알을 생각해.
처음엔 차디찬 몽둥이 같았던 그것,
순식간에 뱃속을 휘젓는 불덩이리가 된 그것,
그게 반대편 옆구리에 만들어놓은, 내 모든 따뜻한 피를 흘러나가게 한 구멍을 생각해.
그걸 쏘아 보낸 총구를 생각해.
차디찬 방아쇠를 생각해.
그걸 당긴 따뜻한 손가락을 생각해.
나를 조준한 눈을 생각해.
쏘라고 명령한 사람의 눈을 생각해. p.57
그 날 이후로 살아남아 숨 쉬고 있는 이들은 죽은 이들에게 죄인이다. 같은 날 죽지 못해 죄인이며 그 날 함께 있지 못해 죄인이며, 그들의 죽음을 딛고 서 있는 지금 죽음이후에도 그들을 자유롭게 해 줄 수 없어서 죄인이다.
“나는 싸우고 있습니다. 날마다 혼자서 싸웁니다. 살아남았다는, 아직도 살아 있다는 치욕과 싸웁니다.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과 싸웁니다. 오직 죽음만이 그 사실로부터 앞당겨 벗어날 유일한 길이란 생각과 싸웁니다. 선생은, 나와 같은 인간인 선생은 어떤 대답을 나에게 해줄 수 있습니까? p.135”
눈물을 흘렸다. 그 시대를 살아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라도 광주에 있지 않았다는 이유로, 나의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관심하고 무지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서, 그리고 살아남아서 아직도 그들만의 전쟁을 하고 있는 그들을 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