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론 -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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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에는 작가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그의 인생, 그의 생각, 느낌 등을 그의 책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다. 그러는 동안 독자는 자기도 모르게 그의 인생에 동화되어 그가 나 자신이 되며, 그의 고민이 나의 고민이, 그의 아픔이 나의 아픔이 된다. 보통 책을 읽으면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과 풍부한 지식수준에 놀라는 경우는 많다. 하지만 면대면의 만남 없이 작가의 책만을 읽고 그를 존경하게 되고 그를 우러러보게 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 책 담론이라는 책은 신영복이라는 사람에 대해 알고 싶어지게 만들고 그를 존경하게 만들며 그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도록 만드는 책이다.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감옥 이라는 제한되고 갇힌 공간에서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면 보통은 누군가를 원망하고 욕하고 억울함을 호소하다가 스스로 무너지고 부서지게 된다. 당연히 그 속에서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성찰하고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신영복이라는 사람은 기약 없는 감옥생활 속에서도 사색을 통한 성찰과 타인을 통한 깨달음을 얻었다. 이 책 담론은 사상의 자유와 행동의 자유를 가지고 있음에도 현대인들이 얼마나 갇힌 생각, 닫힌 마음으로 살아가는 지를 깨닫게 해 주며 동시에 어떻게 살아가야하는 지 방향도 제시해 준다.

 

담론에서 중심이 되는 사상은 관계철학이다. 뇌의 뉴런들이 시냅스를 통해 서로 연결되어질 때 뇌가 발달하는 것처럼 인간이라는 존재도 혼자서 존재할 때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심지어 개인의 의식변화와 개조가 혼자만의 것으로 그칠 때 그것의 의미는 퇴색된다. 그 변화와 개조가 옆의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고 그 영향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로 이어지면서 진정한 변화가 이루어진다. 나의 정체성이란 내가 만난 사람, 내가 겪은 일들의 집합이다. 만난 사람과 겪은 일들이 내 속에 들어와서 나를 구성하는 것이다...... ‘나는 관계다를 주장하는 이유이다. p.415”

 

머리-가슴-이 책의 요지이다. ‘머리-가슴의 과정은 인식을 형성해 가는 과정인 동시에 오래된 인식의 틀을 부수는 과정이다. 내면의 공부를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고 성찰하는 과정이다. 이로 인해 자신에 대한 이해와 넓게는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간다.

가슴-의 과정은 개인의 변화를 발로 실현해 가는 과정이다. 스스로의 변화를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세계의 변화로 이어가는 과정이다. 발은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삶의 현장을 뜻합니다. 애정과 공감을 우리의 삶 속에서 실현하는 것입니다. 공부는 세계인식과 인간에 대한 성찰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삶이 공부이고 공부가 삶이라고 하는 까닭은 그것이 실천이고 변화이기 때문입니다. p.20”

 

공부는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며, 가슴에서 끝나는 여행이 아니라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입니다. p.20”

 

 

 

내가 자살하지 않은 이유가 햇볕이라고 한다면,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하루하루의 깨달음과 공부였습니다. 햇볕이 죽지 않는 이유였다면, 깨달음과 공부는 살아가는 이유였습니다. p.425”

 

등급과 점수로 공부의 질이 판가름 나고 물질적 풍요와 보여주는 외피에 의해 사람을 평가하는 시대에 깨달음과 공부를 살아가는 이유라고 말하는 노학자의 목소리는 강한 울림으로 전달되며 그 울림은 그에 대한 존경으로 그리고 (직접 배우지는 못했지만) 마음의 스승으로 우러러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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